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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비워두고 … 광화문 몰려드는 강경파 ‘단식 정치’

중앙일보 2014.08.25 02:23 종합 4면 지면보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엿새째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을 하고 있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4일 같은 당 은수미·배재정 의원(왼쪽 둘째부터)과 이야기하고 있다. 문 의원은 지난 19일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단식 중단을 설득하다 실패한 뒤 단식에 합류했다. [뉴시스]


정치가 다시 거리로 나왔다. 단식(斷食) 정치 행렬도 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19일부터 세월호 유가족인 ‘유민 아빠’ 김영오씨와 연대 단식에 돌입했다. 당초 김씨의 단식 중단을 촉구했지만 설득에 실패하자 아예 눌러앉았다. 친노 강경파로 분류되는 정청래 의원도 문 의원의 단식에 합류했다. 이날로 3일째다. 유가족 단식장 근처에 있는 문 의원의 단식장에는 당직자들과 동료 의원, 시민단체 사람들이 붐비면서 취재진 진입이 힘들 정도였다. 24일 유승희·배재정·은수미 의원 등 10여 명은 이곳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42일째 단식을 이어가는 유민 아빠를 살려야 한다. 대통령이 해결하라”는 내용이었다. 기자회견을 마치곤 호소문을 전달한다며 청와대로 행진했다. 진입을 막는 경찰과 실랑이 끝에 청와대에 호소문을 전달했다.

문재인 만난 유승희 "단식 붐 일 것"
정의당·통진당도 4~5일 전 가세
권노갑 "문재인 동참 명분 없어"
전문가들 "정치권, 되레 갈등 증폭"



 유가족 단식장 옆에는 국민단식 농성장이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일반국민들의 연대 단식장이다. 세월호 대책위 관계자는 “김영오씨가 병원으로 실려간 22일 150여 명이 참여하는 등 연인원 3200여 명이 합류했다”고 말했다. 그 옆엔 노란색의 정의당 천막이 자리 잡았다. 문 의원이 단식을 시작한 다음날인 20일 합류했다. 종교인(기독교·천주교·불교), 영화·연극인도 천막을 쳤다. 21일 광화문에 나온 통합진보당은 자리가 없어 50m쯤 떨어진 이순신 장군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 사이에 자리를 깔았다. 통진당은 이날 “청와대 앞 등에서 5000명 당원들의 동조단식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당초 정치권의 단식은 김영오씨의 단식 중단을 촉구하는 ‘동조단식’이었다. 그러나 22일 김씨가 병원에 실려간 뒤에는 “대신 단식을 이어가겠다” “의원들이 릴레이로 단식하겠다”는 ‘단식정치’로 변질됐다. 단식에 참여한 야당 의원들은 시민들과 함께 “국민의 명령이다.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기소권 부여하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정청래 의원은 아예 “(당이 아닌) 유민 아빠의 뜻을 이어받자”는 피켓을 걸었다. 여야의 합의안을 파기하라는 뜻이다. 문 의원을 면담한 유승희 의원도 "단식 붐이 일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안민석·이학영 의원과 정동영 상임고문 등은 ‘협상 파기’를 주장하는 정의당 농성장을 찾아 격려했다. 일부에선 ‘단식당’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장외정치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단국대 가상준(정치학) 교수는 “야당이 대의 민주주의의 원칙과 기본을 무시하고 계속 시민사회와 유가족을 끌어들이는 것은 야당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자 비겁한 정치”라고 했다. 가 교수는 “특히 친노 강경 세력이 자신들이 뽑은 비대위원장에 대한 불만족을 이렇게 표시하는 건 충격적인 일”이라며 “또다시 대규모 촛불집회까지 끌고 간다면 갈등을 치유해야 할 정치권이 갈등을 증폭해 소모적 반목을 통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유발하는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내에서조차 단식을 주도한 문재인 의원에 대한 비판론이 일었다. 권노갑 상임고문은 “문 의원의 안타까움이야 이해가 되지만 당의 대선후보를 한 사람이라면 지도부가 묘안을 찾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며 “협상 중에 강경한 입장을 SNS에 올리고 거리에서 단식에 돌입한 상황은 명분이 없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강태화·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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