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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탈리아 맛 서울에도 있었네

중앙선데이 2014.08.23 14:30 389호 22면 지면보기
1 이탈리아 치즈 퐁듀를 곁들인 바르베라 와인 파파델레 파스타(오른쪽)와 갑오징어를 이용한 전채요리(왼쪽).
외국 여행을 하다 보면 한식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언어도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지내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쉽게 피곤해 진다. 그 보상 심리 차원에서 저절로 익숙한 음식을 찾게 되는 모양이다. 이럴 때면 한식당을 찾아 나서게 된다.

주영욱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 <42> 한남동 파울로 데 마리아

요즘은 웬만한 외국 대도시에서는 한식당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문제는 가끔 기대에 못 미치는 곳들이 있다는 점이다. 분명히 간판도 한글로 되어 있고 메뉴도 한식인데 맛이 좀 이상하다.

그래서 알아보면 틀림없이 주인이 한국 사람이 아니고 요리하는 사람도 한국 사람이 아닌 경우였다. 그 나라 사람들에게야 별 문제가 없이 한국 음식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 같은 ‘본토 사람’들 입맛에는 뭔가 부족하고 아쉬운 맛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외국 음식 식당은 중식당, 일식당, 그리고 이탈리아 식당이다. 중식당이나 일식당은 그 나라 출신 사람들이 운영하거나 요리하는 곳이 꽤 많다. 그런데 이탈리아 식당의 경우에는 거의 보기 힘들었다. 물론 나는 당연히 이탈리아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맛 감각이 그렇게 예민하지도 않고, 우리나라 셰프들의 실력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는 편이다.

기본 재료 공수, 본토인이 직접 요리
하지만 내가 한국 요리사가 해주는 한식을 먹으면서 차이를 느끼듯 이탈리아 사람들도 같은 경우에서 그 차이를 느낄 것 같은데 그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일부러 물어서 찾아간 곳이 바로 한남동에 있는 ‘파올로 데 마리아(Paolo De Maria)’라는 곳이다.

이곳은 같은 이름의 이탈리아 사람인 파올로 데 마리아(46) 오너 셰프가 한국인 부인 지니 데 마리아(Genie De Maria, 한국 이름 최진경·43) 대표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정식 이탈리아 레스토랑인 리스토란테(Ristorante)라기 보다는 약간 캐쥬얼한 음식을 하는 파인 트라토리아(Fine Trattoria) 형식이다. 30%가 넘는 고객들이 이탈리아 사람들이고 이탈리아 대사관에서도 케이터링(catering)을 통해 자주 이용하는 곳이라고 한다.

파올로 셰프는 피에몬테(Piemonte)지방 출신이다. 2004년 한국에 왔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포함해서 30년에 가까운 요리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 와서 요리사로 일을 하다가 자신만의 레스토랑을 차리게 된 것이 2009년이다. 그동안 TV 음식 프로에도 출연을 하고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책도 출간하는 등 활발한 활동도 함께 해왔다. 부인인 지니 대표는 호텔·크루즈 같은 곳에서 오래 일을 해온 접객 전문가다. 파올로 셰프와 역할을 분담해서 이 식당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2, 3 식당 내부 사진 주영욱
맛의 현지화 거부 … 정통의 맛에 충실
여기는 정통 이탈리아 식당의 모습을 모두 갖추고 있는 곳이다. 우선 음식들이 한국 현지화가 되지 않았다. 정통의 맛을 지키기 위해서 살라미·프로슈토 같은 소시지류 들도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고, 직접 만든 생면 파스타를 쓴다. 치즈나 올리브, 밀가루 등은 이태리에서 수입한 것을 사용한다. 피자도 정통 장작 오븐에서 구워내고, 갖춰 놓은 와인리스트도 모두 이탈리아 와인뿐이다.

이탈리아 음식의 특징은 단순한 재료를 사용하지만 만드는 방법이 복잡하고 섬세하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만들어 내는 파스타 중에서 ‘이탈리아 치즈 퐁듀를 곁들인 바르베라 와인 파파델레 파스타’를 보자. 모양도 아주 소박하고 간단해 보이는 파스타 요리이지만 그 과정은 간단치 않다.

피에몬테에서 나는 바르베라(Barbera) 와인을 먼저 약한 불에 오래 졸인 다음에 밀가루와 섞어서 파스타를 반죽하고, 4~5가지 이탈리아 치즈를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 와인과 섞어 녹인 퐁듀를 만들어서 요리를 한다. 기술·시간·정성이 모두 들어간 훌륭한 요리다.

간단한 파스타도 ‘고향의’ 맛’ 되살려
이렇게 만든 파스타는 그 맛도 섬세하다. 와인의 상큼한 맛과 향기가 느껴지는 넓적한 파파델레 파스타가 진하고 풍미가 있는 치즈 맛과 어울려서 잘 조화를 이룬다. 생면이어서 쫄깃거리는 식감도 아주 좋다. 이곳에 오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파스타라고 하는데 ‘본토의 맛’이 과연 이런 것이구나 싶을 정도로 맛이 깊고 독특하다. 과연 이탈리아 출신 셰프가 아니고서는 내기 어려운 맛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우리나라 요리사가 아니면 김치찌개의 깊은맛을 만들어 내기가 어렵듯이. 역시 ‘정통’의 힘이라는 것은 무시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이렇게 또 배운다.

**파올로 데 마리아 : 서울 용산구 한남동 657-115. 전화 02-599-9936. 일요일에도 영업한다. 쉐프가 권하는 세트 메뉴 1인분 6만원. 파파델레 파스타 2만8000원.



주영욱 음식·사진·여행을 좋아하는 문화 유목민. 마음이 담긴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한다. 마케팅 전문가이자 여행전문가. 경영학 박사. 베스트레블 대표. yeongjy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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