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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묵직한 의문에 답하다

중앙선데이 2014.08.23 14:37 389호 26면 지면보기
저자: 강상중 역자: 노수경 출판사: 사계절 가격: 1만3000원
가상의 인물에, 그것도 다른 나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마치 우리를 염두에 두고 쓴 책 같다. 130일 전 벌어진 세월호 참사-. 294명의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었고, 아직도 10명이 시신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답답한 상황이라 더 그렇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를 엄청난 죽음, 인생에 대한 무기력으로까지 이어지는 우울함은 살아남은 자의 몫이 됐다. 영원히 기억할 수도, 잊혀질 수도 없는 채 말이다.

강상중 소설 『마음』

저자는 한국인으로 처음 도쿄대 교수에 임용돼 화제를 모았던 강상중(64) 일본 세이가쿠인(聖學院)대 교수다. 책은 지금껏 우리가 애써 묻지 않는 묵직한 의문들에 친절히 답하고 논하며 한 편의 답안지를 완성해 냈다. 다만 『고민하는 힘』『살아야 하는 이유』등 삶의 이정표를 찾아갔던 전작 에세이와 달리 소설의 형식을 빌렸다. 실제 극도의 신경증을 앓다 삶을 비관했던 아들의 자살, 그리고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목숨을 잃은 2만 명의 희생자 사연을 한 줄기에 엮으려는 틀로 이해된다. 그래서 허구는 허구이되 자전적 경험을 녹여낸지라 논픽션으로 느껴질 정도다.

작품 속에서 그는 실명으로, 교수로 등장한다. 어느 날 자신을 찾아와 편지를 건네는 대학생 나오히로(直広, 이 역시 아들의 실명이다). 둘은 이를 계기로 e-메일을 주고 받기 시작한다. 청년은 자신을 얽매고 있는 다양한 고민들, 예컨대 갑자기 백혈병으로 떠난 친한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괴로움, 왜 나는 살아남았는가에 대한 자책감, 더불어 동일본 대지진 현장에서 시신 인양에 참가하며 죽음의 의미를 스스로 깨우쳐 가는 과정도 고백한다. 그런 나오히로를 작품 속 강 교수는 따뜻한 목소리로 위로한다.

특히 죽음과 삶의 문제를 두고 오가는 끝없는 대화는 줄을 쳐 두고 몇 번 곱씹어도 좋을 문구들로 가득하다.

“죽은 이의 몸은 시간이 지나면 썩습니다. 망가집니다. (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은 이는 존엄을 지니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단순한 물체로 전락해 버린 그 하나하나에, 죽음 바로 직전까지 그 사람만이 간직하고 있던 ‘과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삶과 죽음이 이어져 있다는 것은 돌아가신 분들의 뜻을 받아 살아갈 힘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 돌아가신 분들의 죽음도 빛나게 됩니다. 그분의 죽음이 빛나는 듯 영원이 되는 것이기에.”

생사와 함께 다른 축을 이루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다. 저자는 액자식 구성으로 네 남녀가 나오는 괴테의 소설 『친화력』을 끌어들인다. 통속적인 이야기를 나오히로의 주변 설정에 녹이면서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화학적인 감정 반응을 이야기한다. 불안과 두려움, 의문과 죄의식으로 관계맺기에 허우적대는 청춘에 대한 다독임이다. 이처럼 형이상학적이고 묵직한 주제들이 숨가쁘게 지나가지만 해법의 키워드는 결국 ‘포용’이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떻게 해도 방법이 없다면 있는 그대로를 전부 받아들여서 적어도 서로 상처를 입히는 일 없이 살아간다, 그것이 통째로 받아들이라는 것 아닌지요?”

문답으로 이어지는 소설은 저자의 과거 인터뷰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인생은 던져지는 물음에 하나씩 답해가는 과정’이라 말했던 그다. 그렇다면 빠른 길도, 도착점도 없는 긴 여정임이 분명할 터. 이 책을 잠시 동반자로 삼아도 좋겠다.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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