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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정책 비판 글 기고 뒤 세계은행 부총재서 밀려나

중앙선데이 2014.08.23 23:44 389호 4면 지면보기
린다우 회의가 열린 마을회관 격인 ‘인젤 할레(Insel Halle)’ 건물 앞에선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진을 치고 있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그 앞을 지나가면서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시위대도 화답했다. 린다우 회의에 참석한 다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가운데 그런 사람은 없었다.

신자유주의 반대하는 제도권 학자 스티글리츠

 스티글리츠 교수의 경력은 시위대와 함께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9년 세계은행 부총재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재직할 당시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회의장 앞에서 경제 관련 국제기구들을 비난하는 격렬한 시위가 처음으로 벌어졌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그들을 옹호하고 국제통화기금(IMF)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기고했다가 해고됐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자문도 맡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때 월스트리트 은행들을 구제해 주는 것을 보곤 “은행 구제계획을 입안한 사람은 그 은행들과 한통속이거나 무능력하다”며 독설을 내뿜었다. 이런 스티글리츠지만 클린턴 정부 때 백악관 경제자문회의(CEA) 의장을 맡아 중도적인 정책을 만들기도 했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은 ‘비대칭 정보 시장 이론’으로 받았다. 신고전학파 경제학 이론은 ‘제한적이고 극명한 시장 실패를 제외하면 시장은 항상 효율적’이라고 본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그 이론을 뒤집어 ‘시장은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효율적’이라는 가설을 내놨다. 시장이 불완전하거나 시장 참여자 일방의 정보가 부족하면 경쟁 시장 배분도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은 전통적 경제학자들보다 정부 개입 가능성을 훨씬 넓혀놨다. 함께 노벨상을 수상한 조지 애컬로프 캘리포니아 주립대 버클리캠퍼스 교수는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남편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뉴 케인지언 학자로 분류된다. ‘샤피로-스티글리츠의 정리(定理)’는 왜 시장이 균형에 도달해도 실업이 생기는지, 왜 취업 희망자들이 경쟁해도 임금이 끝까지 떨어지지 않는지를 설명한다.

 논문 인용 횟수로 전 세계 경제학자 가운데 4위이며, 2011년엔 미국 주간지 타임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에 선정하기도 했다. 2011~2014년 국제경제학회 회장을 지냈다. 2007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의 보고서 작성 총책임자로 일하기도 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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