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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 없는 리메이크 심수봉의 '젊은 태양'

중앙일보 2014.08.23 09:37




























'햇빛 쏟는 거리에선 그~대, 그~대'



제목에 '젊은'이란 단어가 들어간 덕택일까. 가수 심수봉의 히트곡으로 중·장년층의 귀에 익은 '젊은 태양'(박광주 작사·작곡)이 또 리메이크 되면서 한층 더 탄탄한 '장수' 채비를 갖췄다.



'젊은 태양'은 한때 가요팬들에게서 잊어지는 듯하다가 2012년 보컬그룹 스윗소로우가 KBS2-TV '불후의 명곡'에서 우승하면서 재부상하고 있는 경쾌한 템포의 노래. 당시 스윗소로우는 특유의 화음으로 팬들을 매료시켜 '젊은 태양'의 생명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어 올 들어서는 신세대 록그룹 슈퍼키드가 랩이 가미된 라틴풍으로 리메이크해 정규 앨범 쎄코(Seco)에 수록, 8월 초부터 발매를 시작했다. 허첵, 징고, 헤비포터 등 멤버 3인이 가사 개작과 편곡에 참여했다.



'젊은 태양'은 또 일부 기획사가 최근 트로트의 고급화와 대중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추진하고 있는 '트로트스쿨 프로젝트1'의 대표곡으로 선정됐다. 이지민, 김단아 등 미모의 젊은 트로트 여가수 4명이 호흡을 맞춘 '젊은 태양' 뮤직비디오가 8월 중순부터 인터넷 서비스를 우선 시작했으며, 총 36곡이 수록된 '트로트스쿨 프로젝트1' 앨범은 오는 9월 중순부터 공식 발매될 예정.







'젊은 태양'의 작사 ·작곡가인 박광주(JTBC 제작위원)씨는 "슈퍼키드 등의 리메이크 허락 요청을 받고 두 말 없이 동의서에 서명해줬다"며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음악인들의 관심은 내게 오히려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젊은 태양'은 원래 1978년 제2회 MBC대학가요제 입선작. 박씨가 한양대 3학년 재학 시절 연극동아리 동료인 최혜경 씨와 혼성듀엣으로 불렀던 곡이다.



당시 대학가요제에 함께 출전해 '그때 그 사람'을 불렀던 명지대 출신의 심민경 씨가 이듬해 심수봉이라는 예명으로 데뷔하면서 '젊은 태양'을 리바이벌해 대히트를 기록했다. 1980년 상반기 MBC 금주의 인기가요 프로그램에서 연속 7주 1위를 기록했을 정도.



박광주 위원과 기형도 시인 그리고 심수봉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박 위원은 이후 웬만해서는 다른 사람의 노래를 받지 않던 싱어송라이터 심수봉에게 곡을 몇 개 줬는데, 그중 하나가 요절시인 기형도(1960~1989)가 작사한 왈츠곡 '시월'이다. '입속의 검은 잎'이라는 유고시집으로 잘 알려진 고 기형도 시인은 중앙일보 기자이던 1980년대 중반 코리아헤럴드 기자였던 박 위원을 출입처에서 만났다고.





박 위원에 따르면 당시 기형도 기자와 대중가요를 합작하기로 의기투합한 뒤 박 위원이 작곡한 2곡의 멜로디를 기씨에게 주고 기씨가 그 멜로디에 맞춰 가사를 썼는데, 이것이 '시월'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저기 어둔 나무 어둔 길 스치는 바람 속에서...'라는 가사를 본 심수봉은 당초 "가사가 너무 어렵다"며 부르기를 거부했었다. 그러다가 2007년 콘서트 뒤풀이 도중 우연히 박위원이 당시를 회상하자 가사를 다시 보고는 "너무 마음에 든다"며 앨범에 수록, 기 시인 사후 18년 만에 고인의 가사가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박광주 작곡, 기형도 작사의 '시월'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스포츠 댄스 동호인 사이에 일명 '심수봉 왈츠'로 불리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박 위원은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거쳐 JTBC 보도국 제작위원으로 근무 중이다.



강주안 기자 jooan@joongang.co.kr



[사진=박광주 JTBC 제작위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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