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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출판계 화두 '코리아'

중앙일보 2014.08.23 01:33 종합 16면 지면보기
“한국은 어떻게 ‘쿨’해졌나.”


한국은 어떻게 쿨해졌나
문화·경제 분석 책 쏟아져
한국통 작가 귀하신 몸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 표지에 이런 소제목을 실었다. 재미동포의 한국 대중문화 관련 책 『Birth of Korean Cool(한국식 쿨의 탄생)』 비평 기사였다. 책의 부제는 ‘한 국가가 대중문화로 세계를 정복하는 법’이다. 이코노미스트는 2개 면에 걸쳐 이 책을 소개하며 “‘강남스타일’부터 김치맛 컵라면까지 한국의 문화상품이 전 세계적으로 히트하고 있다. 일본도 자극을 받아 500만 달러(약 51억원)를 들여 ‘쿨 재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대중문화뿐 아니라 한국 관련 서적도 붐을 타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외국인 필자들이 한국 관련 영어 서적을 잇따라 출간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의, 외국인에 의한, 외국인을 위한 한국 서적 붐이 일고 있다.



 1998년 『The Koreans(한글판은 한국인을 말한다)』를 내며 외국인이 쓴 한국 관련 서적의 1세대로 꼽히는 마이클 브린은 최근 오랜 기간 알고 지낸 편집자 켈리 팰커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한국이 떴다. 이 흐름을 놓치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브린은 팰커너의 성화에 『한국인을 말한다』 개정판을 준비 중이다. 외신기자로 81년 한국에 온 브린은 “90년대에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책은 한국에 대한 무시와 무지에 기반한 것들뿐이었다”며 “지금은 한국, 특히 한국 문화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이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엔 한국이 아닌 북한에 대한 관심이 월등히 높았지만 지금은 전세가 역전됐다는 말도 했다.



 브린은 그 붐이 구체화된 계기로 지난 4월 열린 런던 북페어를 꼽았다. 올해 런던 북페어는 한국을 주빈국으로 선정해 한국 작가들과 도서들을 소개했다. 브린은 “출판계는 다른 업계에 비해 느리다”며 “그러나 한 흐름이 시작되면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세계 출판계의 관심이 반짝 유행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실제 해외 유수 출판사들의 한국 관련 서적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Birth of Korean Cool』은 미국의 메이저 출판사인 사이먼앤슈스터가 냈다. 미국 출판사인 터틀의 아시아 본부인 싱가포르 지사에서도 한국 관련 도서가 부쩍 늘었다. 터틀 출판사 대표인 에릭 오이는 “영어권 독자들의 아시아 국가에 대한 관심은 해당 국가의 경제 상황과 맞물리는 경향이 있다. 금융위기를 잘 이겨낸 몇 안 되는 국가인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고 이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터틀은 지난해부터 한국 관련 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중국·일본 관련 책에 집중하다 한국에도 눈을 돌린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전 서울특파원 다니엘 튜더가 한국의 역사부터 현대 한국 사회를 개괄 분석한 『Korea: Impossible Country(한국: 불가능한 나라)』부터 세종대왕과 한국 민속놀이까지 소개한 『All About Korea(한국에 관한 모든 것)』, 한국 대중음악 인기를 분석한 『K-Pop Now(K팝 나우)』 등은 판매 실적도 괜찮다. 튜더의 『Korea: Impossible Country』는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문학동네)라는 제목으로 한글판으로도 나와 한국 독자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그 역시 20대 해외 독자를 겨냥한 새로운 책 『A Geek in Korea』를 곧 출간할 예정이다.



 『마지막 한 발(To the Last Round)』등 6·25 관련 서적을 내 호평을 받았던 영국인 앤드루 새먼 역시 영국의 호더출판사로부터 의뢰를 받아 이달 말 『Modern Korea(현대의 한국)』를 낸다. 이 책에서 한국의 정치·사회·경제 발전을 분석한 새먼은 “서울의 역사에만 집중한 책 등 한국 관련 도서를 여럿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터틀 출판사 한국 담당 실무자인 미셸 탄은 “구체적 판매 수치는 밝힐 수 없지만 중국·일본 관련 책만큼 잘 나간다”고 밝혔다.



 한국이 이렇게 국제 출판계 블루 오션으로 떠올랐지만 한국에 관련한 영어 콘텐트를 만들 수 있는 작가의 풀은 작다. 오이 대표는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서 영어로도 글을 쓸 수 있는 작가들을 찾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토로했다. 다양한 작가군이 받쳐주지 않으면 한국 출판 붐이 한순간 꺼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는 “한국을 좋게 포장하는 홍보성 콘텐트가 아니라 한국을 알고 싶어하는 외국인 독자를 위해 매력적 콘텐트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작가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브린 역시 “‘한강의 기적’ 운운하는 낡은 콘텐트가 아니라 오늘날 한국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매력적 콘텐트가 나와야 한다”며 “관련한 글의 소재는 무궁무진한데 쓸 사람이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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