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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없으면 권고 않지만 원하면 … ' 초음파 검사, 하란 건지 말란 건지

중앙일보 2014.08.23 01:33 종합 16면 지면보기
“무증상 성인에게서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샘암 선별 검사는 권고하거나 반대할 만한 의·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여 일상적으로 권고하지는 않는다. 다만 수검자가 갑상샘암 검진을 원하는 경우 검진의 이득과 위해(危害)에 대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한 후 검진을 실시할 수 있다.”


헷갈리는 갑상샘암 검진 가이드라인
혼란 줄이려 정부서 만든 초안
표현 애매해 의사들 엇갈린 해석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지난 14일 내놓은 ‘갑상샘암 검진 권고안’이다. 갑상샘암 과잉진단 논란이 일자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움직인 것이다. 물론 최종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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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안은 학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10월 초에 확정된다. 그러나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암센터 김열 암검진사업부장은 “초안에 권고안의 방향성이 나온 것”이라며 “특별한 증상이 없는 환자에게 의사는 갑상샘암 초음파 검사를 권고하지 말고, 환자가 원할 경우 충분한 정보 제공 후 검진을 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의사들 사이에선 초안에 대한 해석과 의견이 엇갈린다. 혼란을 줄이기 위한 권고안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의견 수렴을 통한 최종안 합의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내분비내·외과, 영상의학과 등 8개 관련 과로 구성된 대한갑상선학회도 공식 입장을 아직 못 정했다. 정재훈(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이사장은 “일부 회원이 초안을 반대한다는 e메일을 몇 통 보내왔다”면서 “학회 입장을 정리 중이어서 공식 입장을 내놓긴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외과 등 일부 갑상샘암 전문의는 정부가 과잉진단 논란에 편승해 초안을 내놓았다고 비판한다.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박해린(차병원 외과) 총무이사는 “갑상샘암은 원래 증상이 없고 쉰 목소리, 이물감 등 증상이 생기면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됐다는 의미”라면서 “증상이 없으면 검사를 하지 말라는 건 결국 병을 키워서 수술하라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암이 없는데 진단을 내리는 게 과잉이지, 지금 상황을 과잉으로 몰고 가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초안이 너무 약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 3월부터 과잉진단 문제를 지적해온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 소속 의사들이 그렇다. 고려대 의대 신상원(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아예 권고안을 ‘갑상샘암 검진은 권고하지 않는다’처럼 짧은 한 문장으로 다듬자고 제안한다. 신 교수는 “초안은 ‘검진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호한 표현으로 과잉진단의 불씨를 살려 놓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멀쩡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검진과, 증상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검사는 다르다”며 “증상 없는 사람한테 무턱대고 초음파 검진을 하지 말자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견 차이는 갑상샘암 과잉진단 논란의 연장선상에 있다. 갑상샘암은 의학적 완치 개념인 10년 생존율이 98.6%로 다른 암에 비해 월등히 높다. 10년 새 환자가 4410명(2001년)에서 4만568명(2011년)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이 기간 진단을 위한 초음파 장비 보급도 늘었다. 환자 수의 폭발적 증가에 반해 사망자는 매년 350명 수준에 묶여 있다. 수술을 안 하거나 천천히 해도 살 수 있는 환자를 미리 찾아내 수술을 한다는 과잉진단 논란이 나온 이유다.



 의사연대 소속 국립암센터 서홍관(가정의학과) 교수는 “미국은 지난 35년간 갑상샘암이 세 배 증가했는데도 과잉진단 이야기를 한다”며 “우리는 30년간 30배나 늘었는데 사망자는 매년 350명 수준으로 그대로니 과잉진단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선진국이 유방암·자궁암·대장암 검진은 돈을 들여 권고하고 캠페인까지 한다”며 “갑상샘암 검진을 권고하는 나라는 없다”고 꼬집었다. 권고안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아산병원 정기욱(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그런 견해는 초안에 대해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초안을 ‘증상이 없으면 검진하지 마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검진을 하라 마라 얘기할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에 초안의 방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진을 환자 자유에 맡기되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자는 뜻으로 결정권을 환자에게 주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국내외 여러 연구에서도 조기 검진이 생존율을 올린다는 근거는 없다”며 “권고안의 실제적 의미는 ‘증상이 없으면 하지 마라’는 걸로 이해하면 되고 최종안에서도 이런 방향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권고안은 의료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최종안이 나오면 일반 국민이 검진을 받을지 말지를 이해하기 쉽도록 안내서 제작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주영 기자



[S BOX] 나비 모양 갑상샘의 ‘나비 효과’



과잉진단 논란으로 갑상샘암이 유명세를 치르고 있지만 정작 갑상샘을 잘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한 대학병원의 교수는 “자기가 검진을 받고도 ‘갑상샘이 어디에 있는 거냐’고 묻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갑상샘은 우리 목 한가운데 툭 튀어나온, 흔히 목젖으로 잘못 불리는 울대뼈(아담의 사과) 바로 아래에 있다. 기관지 주위를 나비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다. 무게가 12~20g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 몸에서 꼭 필요한 역할을 한다. 호르몬을 분비해 체온과 신체 대사 유지에 관여한다. 칼시토닌(calcitonin) 성분을 만들어 뼈와 신장에 작용해 혈중 칼슘 수치를 낮춘다. 작은 나비(갑상샘)의 날갯짓이 토네이도를 만들듯, 몸 전체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만약 갑상샘암으로 수술을 받아 갑상샘을 모두 절제하면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아 기능저하증을 겪는다. 평생 약을 통해 호르몬을 보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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