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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의 세계 속의 한국] 귀화해 주세요!

중앙일보 2014.08.21 01:17 종합 28면 지면보기
글로벌 시대엔 어차피 민족적·인종적 순혈주의(純血主義)란 지키기도 어렵고 지키려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단일민족’이라는 우리나라에도 벌써 150만 명의 외국인이 들어와 살고 있다. 이처럼 핏줄과 문화가 다른 이방인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면, 그리고 그들이 이 땅을 떠나지 않으려 한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한국인으로 귀화한 ‘국민’으로서의 그들과 언제나 남일 수밖에 없는 ‘외국인’인 그들, 어느 쪽을 선호해야 하는가.



 바로 이런 문제로 유럽연합(EU) 국가들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고 있다. EU 출범과 함께 나라 간 인구이동이 크게 증가하자 자연 외국인이 늘어나게 되었고 이는 곧 문화적·사회적인 이질성으로 새로운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이렇게 되자 어차피 ‘쫓아낼 수 없는’ 외국인, 그러나 영주하게 될 외국인이라면 차라리 귀화시키자는 쪽으로 돌아선 것이다. 적극적으로 귀화를 유도해 자국 국민으로 만든다면 공동의 ‘조국’을 갖게 되므로 정신적·문화적인 동질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잘사는 나라라고 귀화율이 높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그 예가 바로 독일이다.



 요즘 비틀대는 유럽 경제에서 유독 독일만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수출 세계1위에 대학엔 전 세계 학생들이 몰려들고 관광객도 폭증 추세다. 독일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인기가 높은 이민목적지다. 그래서 독일은 이민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구의 10%에 육박하는 750만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이들 중 3분의 2 이상이 오늘이라도 독인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지녔다. 최소 8년 이상 거주했고 경제적으로 사회복지에 의존할 필요가 없으며, 독일어 소통에도 문제가 없고 법적으로 처벌받은 경력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 중 대부분은 독일에 거주만 원하지 독일에 귀화하려 하지 않는다.



 독일 정부는 이왕이면 독일 시민으로 귀화하기를 강력 권장하지만 귀화 희망자는 제자리걸음이다. 2013년에는 귀화자가 전체 국적취득 자격자의 1.4%에 불과해 11만2353명에 그쳤다. 한 해 전에 비해 단 다섯 명 늘었을 뿐이다. 오히려 다른 나라들의 외국인 귀화비율이 독일보다 크게 높다. 헝가리는 10%, 폴란드 6%, 스웨덴과 포르투갈이 5%를 기록했다.



 독일의 귀화율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이방인의 사회 동화를 어렵게 하는 독일인들의 무관심인 것 같다. 날로 외국인이 늘어가는 현실에서 우리나라도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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