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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티지 재단 "한국, 한ㆍ중 관계 발전 주도하길 바란다"

중앙일보 2014.08.19 16:31
헤리티지재단의 짐 드민트(63) 이사장은 “중국 아닌 한국이 한ㆍ중 관계 발전을 주도하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미국이건 중국이건 누구한테도 떠밀려선 안 된다”며 한 말이다.



지난 5일 헤리티지재단에서 박진 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미국은 동맹국들이 중국과 긍정적 관계를 맺는 것을 막으려 하지는 않지만, 동맹국들이 미국은 일본을 선호한다고 여기며 중국과 가까워지는 식은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공격적인 나라도 경제 통상 파트너도 될 수 있지만, 견제세력이 없으면 중국이 아시아를 주도하며 지역 안정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ㆍ일 관계에 대해선 “한국과 일본의 긴장 관계가 아시아의 역내 관계를 저해하는 독이 되고 있다”며 “미국이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리티지 재단은 미국 보수 진영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싱크탱크다. 드민트 이사장은 공화당의 재선 상원의원 출신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풀뿌리 보수’인 티파티를 주도했다. 그래서 드민트 이사장의 입장은 한ㆍ중·일 관계를 바라보는 미국 보수의 속내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정책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하나.



“내가 공화당 출신이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최근 아시아를 다녀와보니 미국이 유약하다는 인식 때문에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어 걱정스럽다. 중국과 러시아의 (도발적) 움직임도 그래서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불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고 과거 미국이 보여줬던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고 있다. 미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나라의 인사들도 개인적으로 만나면 미국이 국제적인 파워를 가지고 의사소통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국과 일본은 역사 인식과 영토 문제로 긴장 관계가 계속되는데.



“국회의원들의 인식도 그렇고 몇 년 전 한ㆍ미 FTA 체결에서도 나타났듯, 한ㆍ미 관계는 매우 강력하고 대단히 양호하다. 그런데 올해 아시아 민주국가들을 방문했을 때 들어보니 한ㆍ일 간 간극을 우려하고 있었다. 미국은 한국·일본과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하는데 그게 일본에 화가 나 있는 한국을 자극해 중국 쪽으로 더 다가서게 만드는 점이 걱정스럽다. 중국은 분명히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관계를 갈라놓으려 할 것이다. 누군가 나서서 일본과 한국의 화해를 이끌어야 한다. 미국은 한ㆍ일 관계 때문에 한ㆍ미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드민트 이사장은 이 대목에서 대만의 사례를 들었다.



“우리는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걸 원하고 한국과도 그렇고 대만과도 그렇다. 하지만 이는 자유로운 방식으로 돼야 한다. 예컨대 중국의 압력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대만과 교역을 하려 하지 않아 대만이 양안 교역을 확대하는 쪽으로 경제를 움직이도록 강요 받지 않는 식이다. 한국이 자발적으로가 아니라 떠밀려서 하는 식으로 되면 비슷한 일이 한국에도 생길 수 있다.”



-일본의 집단적자위권에 대해 우려가 많다.



“사실 집단적자위권은 한국의 방어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북한에서 미국을 겨냥해 쏜 미사일이 일본 위로 지나가도 떨어뜨릴 수 없었는데 그건 자신들의 규정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한반도 통일의 전망을 어떻게 보나.



“지금과 같은 북한 체제 하에선 통일이 어렵다. 물론 북한의 현 정권이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한ㆍ중 관계가 더 좋아지면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더 가할 수 있을지 모른다. 어쨌든 북한에 새 정권이 들어서면 통일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다만 남북간 경제 격차가 워낙 커서 동ㆍ서독 통일보다 더 큰 도전이 될 것이다."



-11월 미국 지방선거 결과가 궁금하다.



“나는 이 나라가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해온) 사회주의 실험을 볼 만큼 다 봤다고 생각한다. 권력 집중, 규제 강화, 증세, 교육ㆍ건강보험 통제 확대 등이다. 이제 국민들은 이런 정책들이 경제는 물론 서민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기 시작했다. 문제는 국민들이 공화당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여부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탄핵 얘기가 정치권 일각에서 계속된다.



“민주당의 정치적 계산이다. 탄핵 가능성을 부각해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위기 의식을 조장해 선거자금 모금과 득표에서 이득을 보려는 전략이다."



정리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gnang.co.kr





◇헤리티지재단= 자타가 공인하는 보수 싱크탱크다. 기업의 자유, 작은 정부, 개인의 자유,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 튼튼한 안보 등 선명한 ‘정통 보수’를 내걸고 1973년 설립됐다. 1981년 연방정부의 인력 감축 등을 주장하며 내놓은 1000 페이지 분량의 ‘리더십 지침’ 보고서는 레이건 정부의 운영 방침으로 채택됐다. 2년 후 레이건 정부는 헤리티지재단이 제시한 탄도미사일 방어체제를 ‘전략방위구상(SDI)’으로 구체화했다. 1994년 공화당의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이 ‘작은 정부’를 전면에 내세웠던 ‘미국과의 계약’도 헤리티지재단이 틀을 짰다. 당시 공화당은 40년 만에 처음으로 중간선거에서 상ㆍ하원을 모두 장악했다.



현재 헤리티지 재단을 이끌고 있는 짐 드민트 이사장은 “튼튼한 경제ㆍ사회ㆍ안보”를 보수의 핵심 가치로 제시했다. 드민트 이사장은 “우리는 의회만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곧바로 우리의 메시지를 전해 보수의 가치가 여론의 지지를 받도록 한다는 점에서 다른 싱크탱크와 차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 만드는 보수’가 아니라 ‘움직이는 보수’를 지향한다는 의미다.



상원의원 시절인 2010년 드민트 이사장은 상원에 정통 보수 인사를 당선시키자는 취지로 ‘상원보수기금’을 설립했고,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증세엔 강경 반대해왔다. 드민트 이사장은 헤리티지재단 이사장으로 옮기기 위해 2012년 12월 의원직에서 물러날 때 “이제 미국의 미래를 위한 싸움에서 내가 역할을 맡아야 할 시점”이라고 선언했다. 드민트 이사장은 인터뷰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가치를 받아들여 경제를 발전시켰고 많은 이들이 빈곤에서 탈출했다”며 “그런데 미국은 우리가 만들었던 그런 원칙을 잊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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