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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들 출판기념회 한 번에 10억"

중앙일보 2014.08.19 02:03 종합 2면 지면보기
정치권이 올 게 왔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감시의 사각지대인 출판기념회가 언젠가 터질 시한폭탄이었다는 걸 국회에선 누구나 예감해 왔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국회 관계자는 18일 “현행 정치자금법이 돈줄을 워낙 엄격히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출판기념회는 정치인들이 마음 놓고 돈을 끌어모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며 “보통 의원들은 한 번 출판기념회를 열 때 1억~3억원 정도, 실세 의원은 5억~10억원까지 모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출판기념회는 여야, 보수·진보, 선수(選數)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에서 일반화돼 있는 모금 행사다.


국감·예산 심사 직전 많이 열어
의원들 돈줄 … "입법로비 악용도"

 출판기념회에서 돈이 얼마나 걷히는지는 의원 본인과 한두 명의 측근 말곤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지난해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출판기념회가 끝나자 축하금 봉투가 담긴 모금함을 직접 들고 나가는 바람에 보좌관조차 모금 액수를 전혀 몰랐다는 일화가 있다. 거액의 축하금을 내놓는 인사들은 대부분 상임위 관련 유관 단체·기업이다. 장관들이 직접 참석해 돈을 내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이러다보니 "출판기념회가 입법로비의 통로로 악용된다”는 말도 나온다.



 새정치연합의 한 초선 의원은 “가장 돈을 많이 쓸어 담는 사람은 예결위 의원들로 알고 있다. 신학용 의원도 교문위원장이었으니 상임위 소관 기관인 여러 대학에서 돈을 냈으면 액수가 상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 한 권 값은 1만~2만원 정도지만 참석자들은 대개 10만원씩은 내고 간다고 한다. 특히 대기업은 수천만원대의 축하금을 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실 보좌관은 “출판기념회가 국정감사나 예산심사를 앞두고 집중되기 때문에 피감기관들이 돈을 안 낼 수가 없다”며 “의원들 입장에선 정치자금법이 엄격하다 보니 ‘실탄을 장전한다’는 차원에서 출판기념회에서 모은 목돈을 금고에 쌓아 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매년 재산신고 변동 현황에 출판기념회에서의 수익을 신고한 의원은 거의 없다. 이처럼 출판기념회의 불투명성에 대해 비판여론이 커지자 여야는 올 초 앞다퉈 출판기념회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새누리당은 출판기념회의 회계 투명화를 골자로 한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준칙’을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방선거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이 문제는 다시 잊혀진 이슈가 되고 말았다.



권호·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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