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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련, DJ노선 버리고 강경 택한 건 역사 퇴보"

중앙일보 2014.08.19 01:29 종합 12면 지면보기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운데)와 김한길·안철수 상임고문(둘째 줄 왼쪽부터)이 18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5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있다. [김경빈 기자]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사진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실을 비롯해 당내 주요 회의실 등에 걸려 있다. 야당 법통의 상징이다.

국립현충원 추도식서 자성 목소리
박영선 "DJ에 대한 그리움 솟구쳐"
설훈 "당 현실 생각하니 눈물이 나"
김한길·안철수 퇴진 뒤 첫 공식일정



 18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엄수된 DJ 서거 5주기 추도식엔 정치권 인사가 대거 집결했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정의당 천호선 대표 외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일찍 자리에 앉았다. 권노갑·문희상 새정치연합 상임고문과 박지원 의원, 지금은 여권 인사인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등 동교동계 인사 30여 명과 청와대 조윤선 정무수석도 보였다.



 이날 당 쇄신안을 논의하기 위해 조찬회동을 했던 새정치연합 중진들도 “추도식(10시) 30분 전에 도착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다”(유인태 의원)며 일찌감치 논의를 끝냈다.



 추모위원장인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금 국민은 정치를 믿지 않는데 대통령님이 걸었던 의회주의의 길을 본받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DJ의 차남 김홍업 전 의원은 유족 대표 인사에서 “굽은 길을 만나면 돌아갈지언정 역사는 발전한다는 아버님의 말씀을 믿고 싶다”고 했다.



 큰 대(大) 자와 가운데 중(中) 자를 쓴 이름처럼 그의 정치는 중도와 화해, 대화와 통합으로 요약된다. 대선을 2주 남겨놓고 그는 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했다. 김종필·박태준 전 자민련 총재와도 손을 잡았다.



 1997년 대선에서 승리한 원동력도 중도·실용주의를 내세운 이런 ‘뉴DJ 플랜’이었다. 측근은 2선으로 밀어냈다. 대신 정동영·김한길·천정배·신기남·추미애 전·현 의원 등 249명의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중용했다. 외곽조직 연청(聯靑)의 회장에는 쌍용그룹 상무 출신 정세균(10·11대) 의원을 앉혔다. 12대 회장은 치과의사 출신 김영환 의원이었다. 비례대표 2번엔 중소기업중앙회장 출신을 연거푸 영입했다. ‘우경화’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쏟아졌지만 DJ는 굽히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15대 대통령에 당선됐고, 신념인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을 선언했다.



 재·보선 패배 후 새정치연합은 또다시 쇄신안을 논의하고 있다. DJ 이후 반복되는 선거 패배→쇄신→강경화→계파 갈등→선거 패배의 악순환이다. 이번에도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DJ 보좌관 출신 설훈 의원은 “추도식에서 DJ를 뵙고 당의 현실을 생각하니 눈물이 나더라. 그분이 계셨으면 여당을 설득하고 우리 당엔 길을 제시하셨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어느 때보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이 솟구치는 하루”라고 했다. 세월호특별법을 놓고 강경파의 비난에 직면하며 여야 합의까지 뒤집은 현실을 두고 한 말이란 해석이 나왔다. 중도 노선을 내세웠던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첫 공식 일정으로 추도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둘 모두 정국 현안에 대해선 “다음에 말씀드리겠다”며 입을 닫았다. 두 사람은 굳은 표정으로 나란히 앉았다.



 연청 회장 출신 김영환 의원은 “DJ가 ‘연청이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며 전문가 출신에게 회장을 맡긴 건 DJ의 중도실용·생활정치의 의지”라며 “김종필 총재와의 ‘DJP 연합’을 받아들이고, 집권 후 실제로 국무총리와 장관 자리 여러 개를 내준 것도 DJ의 정치적 유연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출신 정치평론가인 민영삼 포커스컴퍼니 전략연구원장은 “DJ는 좌파 이념정당 명패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중도·실용으로 당의 정체성까지 바꿨다”며 “야당이 DJ 노선을 버리고 강경·좌파 노선을 택한 것은 역사적 퇴보로, 당의 쇄신은 결국 DJ 정신의 복원이 가장 쉽고 확실한 길”이라고 말했다.



글=강태화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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