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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스타 선수 다시 모셔라, 뒤집힌 머니볼

중앙일보 2014.08.19 00:26 종합 25면 지면보기
미국 프로야구 오클랜드의 빌리 빈(52) 단장의 머니볼(moneyball) 이론은 고정관념을 깨는 데서 출발한다. 타율·홈런 등에 대한 환상을 지웠다. 스타에 대한 존경도 거뒀다. 야구단도 저비용·고효율 구조로 운영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저비용 고효율 선수만으론 한계
오클랜드, 스타 영입해 우승 노려
이택근에 50억원 준 넥센은 2위

 그런데 지난 1일(한국시간) 오클랜드는 보스턴으로부터 왼손 특급선발 존 레스터(30)와 외야수 조니 곰스(34)를 받고, 요에니스 세스페데스(29)와 내년 신인 지명권을 내줬다. 앞서 시카고 컵스로부터 오른손 선발 제프 사마자(29)와 제이슨 하멜(32)를 사오며 유망주들을 보냈다.



이는 머니볼 이론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과거 빈 단장은 연봉이 높은 선수(전성기에 있는 스타)를 내놓고, 값싼 선수(유망주 또는 은퇴를 앞둔 선수)를 사들였다. 빈 단장은 타율 높은 타자나 삼진 잘 잡는 투수를 믿지 않는다. 그는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통계 등 과학으로 야구를 이해)를 바탕으로 팀을 운영했다. 타율이 낮아도 볼넷을 잘 얻는 타자가 기여도가 높고, 타율 높은 타자보다 출루율 높은 타자는 싸게 살 수 있다는 신념과 데이터를 갖고 있었다. 레스터는 올해 연봉 1300만 달러(약 135억원)를 받는 고액 선수다. 비싼 선수들을 사들인 덕분에 오클랜드 팀 연봉은 올 시즌 초 7500만 달러(30개 구단 중 27위)에서 현재 9000만 달러로 올랐다. 오클랜드는 레스터·사마자·하멜을 비롯해 소니 그레이·스캇 카즈미어 등 스타급 투수들로 선발진을 완성했다.



 효율이 아닌 우승을 위해서다. 오클랜드는 빈 단장 부임 후 16년 동안 아홉 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러나 월드시리즈에는 한 번도 진출하지 못했다. 머니볼은 장기레이스에 강했지만 모든 전력을 집중하는 단기전에선 힘을 못 썼다. 게다가 그의 경영기법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10여 년 동안 다른 팀들도 머니볼을 배웠고, 빈 단장이 원하는 선수를 쉽게 내주지 않았다.



 최근 빈 단장의 움직임을 보면 이장석(48) 넥센 대표가 떠오른다. 스포츠 매니아이자 경영 컨설턴트였던 그는 2008년 현대 야구단을 인수해 히어로즈(현 넥센)를 창단했다. 재정이 어려웠던 시절 넥센은 장원삼(31·삼성) 등 스타급 선수들을 팔았다. 그러면서도 점차 강해졌다. 넥센은 뛰어난 분석과 예측으로 박병호(28)·김민성(26)·서건창(25) 등을 트레이드해 왔다. 이들은 지금 리그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트레이드 횟수와 성공률이 모두 높은 이 대표에게 ‘빌리 장석’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고마운 말씀이지만 나와 빈 단장의 길은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11년 말 이택근(34)을 4년 총액 50억원에 사들였다. 이어 메이저리그 출신 김병현(35·현 KIA)도 영입했다. 넥센의 팀 연봉은 여전히 낮지만 스타급은 확실히 대우한다. 지난해 넥센은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올 시즌 2위를 달리고 있다. 2012년 이후 이 대표는 플레이오프 진출, 한국시리즈 진출, 한국시리즈 우승 등 단계별 목표를 세워 실행에 옮기고 있다.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저평가 우량주만으론 어렵다. 성장주(전력)와 우량주(잠재력)로 단단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최고의 팀’으로 성장하기 위해 오클랜드와 넥센은 기존의 머니볼 이상의 패러다임을 찾는 것이다. 오클랜드의 트레이드는 ‘머니볼 시즌2’의 예고편 같다.



김식 기자



◆머니볼(moneyball)=빌리 빈 오클랜드 단장의 저비용 고효율 야구단 운영 기법. 홈런·타율이 높은 타자보다 출루율 높은 타자가 득점 기여 가 높다고 판단하는 방식. 동명의 책(2003년)과 영화(2011년)로 나와 일반인에게도 친숙해진 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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