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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부러워라 무상 호스피스

중앙일보 2014.08.19 00:16 종합 28면 지면보기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선임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꽃동네에서 여러 환자를 만났는데, 이 중에는 호스피스 환자 4명이 들어 있었다. 교황은 2001년 추기경 시절 한 호스피스병원에서 에이즈 환자의 발을 닦고 입을 맞춘 적이 있어 그리 낯선 광경이 아니다. 국내 호스피스는 일반화되지 않은 서비스다. 한 해 암 사망자(7만5000명) 중 11.9%가 이용한다. 미국(65%)에 비하면 ‘죽음의 질’이 형편없다. 그나마 병원 사망자만 혜택을 본다. 요양원이나 요양시설 사망자(3만6000명)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이런 데는 호스피스는커녕 임종실이 없다. 고령화로 인해 치매 등 노인성질환이 늘고 요양시설 임종도 늘 것인데, 호스피스에 구멍이 뻥 뚫려 있다. 한국인의 죽음의 질(세계 32위)이 날개 없이 추락할 것이다.



 15일 독일 베를린의 복합요양시설 ‘플레게베르트’를 찾았다. 요양원·단기보호시설·가정간호·병원·재활센터 등을 갖추고 있다. 2층 호스피스의 한 병실 앞에 촛불이 켜져 있고 문고리에 흰색 장미가 걸려 있다. 환자가 이날 새벽에 임종했다. 장례식장으로 바로 옮기지 않고 가족들이 하루 정도 망자와 지내며 이별 시간을 갖는다. 크리스티나 라저 호스피스팀장은 “환자가 최대한 편히 생을 마감하도록 돕는다. 종교를 존중해 불교 신자한테는 스님을 불러준다”고 말한다. 복도 한 켠에는 임종한 사람의 이름을 새긴 조약돌이 바구니에 담겨 있다. 비망록의 한 페이지. 남편을 보낸 아내는 “사랑이 넘치고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고 감사를 표했다. 다른 가족은 “죽음을 친구로 느끼게 해줬다”고 적었다. 환자당 평균 28일을 여기서 보낸다. 비용은? 무료다. 플레게베르트가 민간시설인데도 그렇다.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이 부담한다. 독일 요양시설엔 호스피스가 낯설지 않다. 플레게베르트가 운영하는 함부르크의 요양시설에는 어린이 환자 전용 호스피스가 있다.



 한국은 54개 호스피스 기관(880개 병실)이 있지만 필요 병상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요양시설에는 없다. 건강보험이 안 돼 환자가 비용을 부담한다. 많게는 월 1000만원 나오기도 한다. 독일과 같은 ‘무상 호스피스’는 욕심일 것이다. 건보부터 우선 적용하고, 본인부담금을 낼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은 국가가 나서야 한다. 죽음의 질마저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돼서는 곤란하다. 죽음에 귀천이 있으면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기간 내내 “가난한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주문한 사실을 기억하자.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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