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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악취 물씬 풍기는 출판기념회 손보자

중앙일보 2014.08.19 00:10 종합 30면 지면보기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그동안 ‘편법으로 돈을 긁어 모으는 사(私)금고’라는 의심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증거가 나왔다. 지난해 9월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한국유치원연합회 회원들이 3000여만원을 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 자금은 유치원 경영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입법을 위해 연합회가 제공한 ‘뇌물’이라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의원은 출판기념회가 열리기 5개월 전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자금을 현금으로 은행 대여금고에 보관했다가 검찰에 압수당했다.



 정치자금법에 따른 후원금과 달리 출판기념회 축의금은 신고의 의무도 없고 액수도 공개되지 않는다. 경조사비와 같다. 그런데 경조사는 원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그에 비해 출판기념회는 편의적이다. 아무 때나 책을 출간만 하면 열 수 있다. 일종의 ‘묻지마 후원회’인 셈이다. 그래서 중진·초선 가릴 것 없이 많은 의원이 이 행사를 필수적으로 여겼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는 이름을 알리고 돈을 모으기 위해 의원들은 이 행사를 많이 열었다.



 출판기념회에는 지인들은 물론 의원이 소속된 상임위와 관계가 있는 기관·공기업·일반기업 관계자들이 봉투를 낸다. 이런 봉투들은 의원과 관계를 잘 맺으려는 음성 후원금이거나 아니면 신 의원 경우처럼 구체적인 대가와 교환하려는 뇌물성 자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런 규제 없이 이런 수상한 자금이 쌓이는 출판기념회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여야는 개선을 공약했으나 허언(虛言)으로 그쳤다. 새누리당은 지난 1월 횟수와 참석자를 제한하는 준칙의 검토안을 공개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2월 수입·지출의 선관위 신고 등을 담은 ‘국회의원윤리실천특별법’을 당론으로 발의했으나 더 이상 진척이 없다.



 만약 의원들의 은행 대여금고를 모두 압수해서 조사한다면 신 의원의 경우처럼 현금 다발이 나오는 사례가 없지 않을 것이다. 그중 상당 부분은 출판기념회 수입일 가능성도 있다. 여야는 입법을 서둘러 음지의 출판기념회를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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