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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 청문회, "외부만남 자제 다짐"

중앙일보 2014.08.18 10:41
“‘외부에 설명되지 않는 인간관계나 만남’을 갖지 않겠습니다.”



18일 오전 배포된 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모두발언 자료에서 기자의 눈길을 잡아끈 대목입니다. 임 후보자는 본인의 소신과 행정방침 등 각종 ‘공약사항’들을 열거한 뒤 자료 말미에 이 내용을 덧붙였습니다.



좀 더 자세히 볼까요.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성과를 거두더라도 청렴성과 투명성이 훼손되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저부터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자세로 ‘외부에 설명되지 않는 인간관계나 만남’을 갖지 않겠습니다.”



정부 부처라면 당연히 조직원 청렴성을 강조해야겠죠. 하지만 국세청의 경우 의미를 조금 더 부여할 수 있습니다. 국세청과 산하 세무서들은 기본적으로 세금, 즉 돈을 다룹니다. 돈의 단위도 시쳇말로 장난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단위를 결정하는 데는 세무공무원의 판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기업 등 납세자들 입장에서는 세무공무원이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납부해야 할 세금의 자릿수까지도 달라지는 셈이죠. 그러다 보니 아쉽게도 이 과정에 온당치 못한 거래가 끼어들어 돈이 오가는 일이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이런 일이 단기간내에 자주 발생할 경우, 그리고 고위직 관련자들이 많아질 경우 국세청은 조직 차원의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이죠. 국세청은 최근에도 전직 고위 관계자의 수뢰 혐의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임 후보자의 발언은 “나부터 솔선수범해 부적절한 외부인과의 만남을 갖지 않을 테니 세무공무원들도 몸가짐을 바로하라”는 다짐이자 경고인 셈입니다.



이 발언을 보고 기자는 이용섭 전 국세청장을 떠올렸습니다. 이 전 청장은 2003년초부터 2년 정도 국세청장으로 재직했습니다. 당시 국세청은 엄혹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른바 ‘세풍사건’, 몇 명의 전직 청장들의 비리 의혹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도덕성이 심각하게 추락했죠. 이 전 청장은 공무원 초임 시절에만 국세청에 재직했던 사실상 외부인이었습니다. 그는 국세청의 도덕성을 회복시키라는 특명을 받고 투입된 구원투수였고 그에 걸맞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이 전 청장은 2년 동안 골프 모임을 한번도 갖지 않았다고 합니다. 잠재적 세무조사 대상자들이나 그들의 부탁을 전하는 정치인 등 실력자들을 만날 가능성을 원천봉쇄한 것입니다. 골프모임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2005년 퇴임 당시 기자실을 찾아 “국세청장으로서 외부청탁이나 로비를 차단하기 위해 연고나 지연 등을 배제하고 그동안 알고 지내던 관계를 철저히 단절했다”며 “그러다 보니 국세청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잃은 것이 많았다. 앞으로 복원해야 할 일”이라고 소회를 피력했습니다.



이 전 청장의 자기 절제로 국세청은 그의 재임 기간 동안 많은 개혁을 이뤄냈고 도덕성 측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 전 청장이 정계에 입문해 최근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의 브레인으로 호평을 받은 배경에도 이같은 자기 절제가 큰 역할을 한 것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임 후보자도 이왕 이 전 청장을 거울 삼기로 했다면 철저하게 ‘공약’을 지켜서 국세청을 잘 이끌어갔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이날 모두 발언에서 임 후보자는 “세입예산은 자발적인 성실신고를 통해 조달해 나가겠다. 세정이 경제활성화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유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최근의 경기부양 분위기를 감안해 세무조사를 확대하거나 강도를 높이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행정 방침으로는 ‘국민과 함께하는 세정’ ‘공평한 세정’ ‘준법세정’을 제시했습니다. 국민이 편리하게 세무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역외탈세나 대기업·대재산가의 변칙상속 및 증여 등 고의적이고 지능적인 탈세를 척결하며, 세정 절차와 방식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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