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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249> 블록버스터 사극 제작기

중앙일보 2014.08.18 02:04 경제 10면 지면보기
임주리 기자
여름 극장가는 한국 사극 블록버스터 3편의 잔치다. 이순신 신드롬을 부른 ‘명량’(7월 30일 개봉, 김한민 감독), 하정우·강동원의 조합으로 관객 을 홀린 ‘군도: 민란의 시대’(7월 23일 개봉, 윤종빈 감독), 해양 어드벤처물로 가족 관객을 그러모으고 있는 ‘해적: 바다로 간 산적’(8월 6일 개봉, 이석훈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휘황찬란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이 영화들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그 제작기를 공개한다.



임주리 기자



360도 회전 판옥선 … 지리산‘지상낙원’세트 … CG 고래의 향연



명량





◆줄거리
-정유재란이 일어난 1597년. 왜군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자 선조는 누명을 쓰고 파면당했던 이순신 장군(최민식)을 삼도수군통제사에 재임명한다. 하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12척의 배와 두려움에 가득 찬 군사들뿐.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배가 몰려오기 시작하고, 장군은 단 12척의 배를 끌고 명량 바다로 나선다.



◆액션-비좁은 배 위에서 벌어진 피 튀기는 백병전



 컴퓨터그래픽(CG)으로 표현한 울돌목의 회오리치는 바다, 300척이 넘는 왜군과 12척에 불과한 조선 수군이 대치하는 전경 등이 해전의 큰 그림이라면 조선군과 왜군이 배 위에서 직접 부딪쳐 싸우는 백병전이야말로 그 치열함을 가장 구체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장면이다.



  신재명 무술감독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화려함보다 현실감이었다”고 설명한다. “좁은 공간 안에서 조선군은 어떻게든 장군을 보호하려 했을 것이고, 왜군은 장군을 끌어내기 위해 밀어붙였을 것이다. 그래서 무기를 휘두르는 모습을 화려하게 연출하기보다는, 서로 밀고 밀어내는 모습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배 위에서 싸우다가 바다로 떨어지는 병사들의 모습은 실제 바다에서 촬영됐다. 갑옷이 너무 무거웠기 때문에 배우들 모두 갑옷 안에 부유물을 넣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미술-직접 만든 여덟 척의 배



 미술팀은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모두 8척의 배를 만들었다. 조선 수군이 1555년 개발한 전투선인 판옥선 2척과 왜군 장수들이 탄 안택선 2척 그리고 일반 병사들이 타는 전투선 4척이다. 장춘섭 미술감독은 “판옥선을 만들기 위해 조선의 무기 체계를 정리한 『각선도본』을 참고하고, 박물관 등에 재현된 판옥선도 고루 찾아 살펴봤다”고 설명한다. 사전 조사만 1년, 실제 건조 작업에 4개월이 걸렸다. 완성된 판옥선은 360도로 회전 가능한 짐벌(바다나 공중에 떠 있는 구조물을 고정하는 지지장치) 위에 올라 전투의 주요 배경이 됐다. 물론 모든 것이 기록과 똑같지는 않다. 여러 기록에 따르면 판옥선 내 장군의 지휘 공간은 한 사람이 서 있기도 힘들 만큼 좁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제법 여러 사람이 들어설 수 있는 정자처럼 생겼다. “지휘 장면을 우아하게 표현하기 위해 공간을 넓히고 정자 모양으로 디자인했다”는 게 미술감독의 설명이다. 판옥선에 비해 왜군의 지휘선인 안택선은 화려한 장식과 선명한 색감이 두드러진다.



◆의상-장군은 위엄있게, 왜군은 화려하게



 의상은 고증에 따르면서도 영화적 멋을 잃지 않는 데 초점을 맞췄다. 권유진 의상감독은 “이순신 장군은 너무 화려하지 않되 위엄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장군의 갑옷에 황금색 용 무늬 견장이 달린 이유다. 실제 이순신 장군의 갑옷에 있었던 무늬 없는 견장에 포인트를 준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갑옷과는 달리, 왜군 장수들의 모습은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구루지마(류승룡)는 화려한 갑옷에 뿔처럼 생긴 투구, 면갑(마스크)까지 썼다. 모든 갑옷은 당시 그대로 재현하되, 무게만큼은 다소 가볍게 만들어졌다. 실제 갑옷은 무게가 50~60㎏이나 된다. 가볍게 만들었다고 해도 영화 속 갑옷 역시 20㎏ 쯤이다. ‘명량’을 위해 제작진이 만든 옷만 1000여 벌이 넘는다.





군도: 민란의 시대





◆줄거리
-탐관오리의 수탈이 극심하던 조선 철종 때. 천한 백정 돌무치(하정우)는 나주 대부호의 서자 조윤(강동원)에게 어머니와 누이를 잃은 뒤 복수를 꿈꾸게 된다. 의적 떼인 지리산 ‘추설’에 합류한 그는 무술을 익혀 2년 후 온갖 방법으로 백성을 수탈하고 잔인하게 괴롭히는 조윤을 벌하기 위해 나선다.



◆미술·분장-당시 백성들의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박일현 미술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당시 일반 백성들의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일이었다. 이들의 주거·의상 등 미술작업 전반에서 고증을 철저히 따랐다. 색감이 붉은색·황토색·검은색 중심으로 쓰인 이유다. 박일현 미술감독은 이를 ‘땅의 색’이라 설명하며 “땅에 가까운 사람들, 백성들의 이야기를 잘 드러내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수많은 백성이 단역으로 등장하는데, 이들의 분장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못 먹고 지저분한 느낌으로 꾸며야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인공 돌무치가 의적 도치가 된 후 분장이 복잡했다. “민머리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면도를 하고 특수분장으로 머리에 화상자국을 만든 후 수염을 붙이는 데 2시간 정도 걸렸다”는 것이 최혜림 분장실장의 말이다.



 반면 악당 조윤은 의상이 화려한 건 물론 분장도 확연히 다르다. 그의 분장을 따로 맡은 한필남 분장실장은 “싸울수록 창백해지는 악당”으로 조윤을 설정하고 망건에 달린 관자, 상투 위에 씌우는 상투관 등을 광택 없는 금속 소재로 제작했다. 대부호인 만큼 세련된 옷차림은 기본. 강동원의 머리가 워낙 작아 그에 맞는 상투 가발만 일곱 개나 제작했다는 후문이다.



 극중 추설의 지리산 요새는 장엄하다. 이곳을 지상낙원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미술팀은 강원도 영월에 25채 규모의 세트를 지었다. “티벳의 부족 공동체 같은 느낌을 내려고 했다”는 것이 미술감독의 설명이다.



◆음악-전자 기타로 빚어낸 음악



 ‘군도: 민란의 시대’ 가 서부극에 비견되는 데는 음악도 한몫했다. 윤종빈 감독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에서 함께했던 조영욱 음악감독과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다. 윤 감독은 마카로니 웨스턴(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만들어진 서부영화) 풍의 음악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조영욱 음악감독은 전자 기타의 가공하지 않은 소리를 전략으로 택했다. 전자 기타의 소리를 날 것 그대로 살려 주 멜로디를 연주한 것이다. 추설 무리가 돌무치를 말에 태워 지리산 요새에 데려가는 장면, 도치가 대나무 숲에서 혼자 훈련하는 장면 등에서 각각 흘러나오는 음악이 그 예다.



 모든 곡을 새로 작곡했지만, 딱 한 곡만큼은 예외였다. 추설 무리가 말을 타고 벌판을 달리는 장면에서 깔리는 음악이다. 이탈리아 영화 ‘황야의 분노’(1967, 토니노 발레리 감독)의 주제곡으로, 윤종빈 감독이 ‘군도’에 쓰고 싶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 편곡한 곡이다.



 제작진은 영국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녹음하고 믹싱했다. 비틀스가 음반을 녹음해 유명한 곳이다. 한국영화의 음악작업을 이곳에서 한 건 처음이다. 그 덕에 “음악이 배우들의 대사나 효과음과 섞여도 전혀 뭉개지지 않는다”고 음악감독은 설명한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줄거리- 명나라에서 국새를 받아 조선으로 돌아오던 사신단은 고래의 습격을 받고 국새를 잃어버린다. 사신단은 해적이 국새를 훔쳤다고 거짓말을 하고, 태조 이성계는 해적을 소탕하라 명한다. 누명을 벗고 제 무리를 지키기 위해 해적단 두목 여월(손예진)은 고래를 찾아 나선다. 산적 두목 장사정(김남길)은 국새를 찾아 돈을 벌 생각으로 바다로 향한다.



◆의상-고증은 필요 없어, 판타지에 초점



 권유진 의상감독은 ‘명량’에 이어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에서도 의상을 담당했다. ‘명량’에서 고증에 철저히 따랐던 그는 ‘해적’에선 판타지에 중점을 뒀다. 그는 “판타지가 가득한 영화의 내용에 맞춰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고 했다. 그간 한국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해적의 차림새 역시 상상으로 빚어냈다. 여월은 강인하지만 아름답게, 장사정은 저돌적이면서도 귀엽게 보이도록 하는 일이 핵심이었다.



 ◆컴퓨터그래픽(CG)-바다? 아니, 컴퓨터그래픽!



 ‘해적’의 바다 장면은 세트에서 촬영됐다. 대신 컴퓨터그래픽(CG)의 힘에 기댔다. 이 영화의 CG를 맡은 곳은 덱스터 스튜디오. 지난해 ‘미스터 고’(김용화 감독)에서 고릴라 링링을 탄생시키며 섬세한 기술력을 뽐냈던 곳이다. 강종익 대표는 “고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상상하며 매 장면을 만들었다. 어드벤처물인 만큼 주인공들이 맞닥뜨리는 다양한 상황과 사건을 재미있게 전달하고 싶었다. 리얼리티만 염두에 두고 작업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어려웠다”고 설명한다.



 해적과 산적 떼를 놀라게 하는 고래나 상어는 물론이고 바다의 거센 풍랑, 국제무역항 벽란도에서 벌어지는 액션 등이 모두 CG 작업을 거쳤다. 강종익 대표는 “특히 바다에서 헤엄치는 거대한 고래는 온전히 CG로 만들어졌다. 생각보다 훨씬 현실감 있게 표현돼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가장 큰 공을 들인 장면은 벽란도 추격전이다. 산적 두목 장사정이 해적의 무기를 실은 수레를 훔쳐 달리는데, 여월이 그를 쫓기 위해 긴 수로에 올라 롤러코스터를 타듯 미끄러져 내려온다. 거대한 물레방아가 이들을 향해 굴러오는 장면은 장관이다. 각각의 모습을 따로 촬영한 뒤 CG 작업을 통해 하나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장면으로 만들어냈다. 벽란도에선 고릴라 링링도 깜짝 출연해 관객에게 인사한다.



 ◆미술-신비로운 고래의 탄생



 ‘해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래는 어떤 종일까. 제작진이 처음 떠올린 건 귀신고래였다. 실제로 동해안에 사는 한국 토종고래인데다 새끼 보호 본능이 강해 영화 내용에도 어울렸다. 하지만 극중 고래의 모습을 귀신고래로 만들 수는 없었다. 김지아 미술감독은 “고래를 구상하기 위해 실제 귀신고래의 모습을 찾아봤는데,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무섭게 생겨 크게 놀랐다. 많은 고민 끝에 실제 모습 대신 극중 캐릭터를 살릴 수 있는 모습으로 구상했다”고 설명한다. 극중 고래가 좀 더 부드러운 모습의 혹등고래로 탄생한 배경이다. 물론, 실제보다 신비롭고 아름답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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