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과 추억] 강준혁 전 공간사랑 극장장 별세

중앙일보 2014.08.18 01:19 종합 25면 지면보기
한국 문화기획 1세대 강준혁(사진) 선생이 17일 새벽 지병으로 별세했다. 67세.


창조·공익 … 한국 문화기획 멍석 편 숨은 별

 1977년 개관한 소극장 공간사랑 극장장으로 일하며 판소리와 사물놀이, 현대 무용과 재즈 무대 등 전통과 현대예술을 아우른 공연을 기획한 선구자로 꼽힌다. ‘문화는 의도적으로 조직해야 한다’는 신념 아래, 창조로 이어지는 실험정신, 미래에 대한 투자인 공익정신을 뼈대 삼아 한국 문화사에 남는 굵직한 판을 벌였다.



 음악애호가 집안에서 태어나 서울대 문리대 미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대학 시절부터 음악을 비롯한 연극·국악·무속·무용 등 예술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감수성을 갖춘 르네상스적 인간으로 불렸다. 고인이 89년 창설한 춘천인형극제는 지역축제의 효시였다. 대전엑스포, 광복 50주년 전국 길놀이 등 국가 행사에 미학과 철학이 공존하는 문화기획을 내놓은 것도 그였다.



  공간사랑 시절부터 꿈꿔온 ‘스튜디오 메타’ 창설은 그의 주변에 모여든 문화 꿈나무들을 위한 마당을 펼쳐줬다. 연기예술학교 아리아카데미, 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회 등 고인이 산파역을 맡은 다양한 문화연구체가 오늘 문화 각 분야에서 일하는 젊은 일꾼들을 길러낸 산실이다. ‘세계평화축전’ 총감독, 유민 홍진기 창조인상 심사위원, 성공회대 문화대학원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자신을 공간사랑으로 이끌었던 건축가 김수근 선생의 공간 사옥이 매각되자 고인은 돈에 오염되는 문화 정신의 훼손에 날선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스튜디오 메타 시절을 함께 보낸 건축가 이종호 교수가 자살하자 사람을 죽이는 오늘의 타락한 문화 현실을 개탄했다.



원로 연극평론가 구히서씨는 “사심 없이 온갖 문화판에 자문 역할을 하던 그가 갔으니 이제 누구와 의논하느냐”며 문화계 숨은 별이 너무 일찍 졌다고 애도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은 19일 오전 9시, 장지는 경춘공원이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