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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체·농장·식당 온라인 연결 … 음식 기부로 무료 급식 길 넓힌 피딩 아메리카

중앙일보 2014.08.18 01:18 경제 2면 지면보기
최인혁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파트너
2000년대 후반 미국 최대 규모의 기아구호단체 피딩 아메리카(Feeding America)는 딜레마에 빠졌다. 무료 급식 수요자가 점점 늘어나는 반면 나눠줄 음식은 갈수록 부족했기 때문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2007년 약 3500만 명 수준이던 무료 급식대상자는 4년 만인 2011년 5000만 명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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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주요 기부자는 델몬트·네슬레 등 식품 제조업체였다. 이들은 유통기한이 임박해 판매는 어렵지만 먹는 데는 문제가 없는 가공식품을 주로 기부했다. 하지만 미국 내 일부 대형 슈퍼마켓 체인이 이 같은 식품을 매우 싸게 팔아 인기를 얻자 기부하는 양은 지속적으로 줄었다. 피딩 아메리카는 해결책을 찾아나섰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도 조언을 요청했다.



 피딩 아메리카는 농장, 식재료 가공업체, 유통업체, 레스토랑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이 많은데 주목했다. 조사 결과 농장과 가공업체에서 버려지는 식재료가 한 해 480억 파운드(2177만t)에 달했다. 소비자에게 미처 도달하지도 못하고 창고에서 버려지는 식품은 220억 파운드(998만t)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보관·유통이 문제였다. 식품 제조업체는 주로 캔류나 냉동식품 등 보관과 유통이 용이한 형태의 식품을 기부해온 반면 농장이나 레스토랑 등의 경우 신선식품이나 이미 조리된 형태의 식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해결책은 온라인 음식 기부 마켓플레이스였다. 웹사이트 상에서 기부하고자 하는 음식의 수량과 종류를 등록하면 마켓플레이스가 해당 지역 내 푸드뱅크에 이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준다. 기부자와 수요자간 직접 연결을 통해 유통기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고, 여러 형태의 음식이 기부될 수 있도록 했다. 레스토랑·편의점·빵집·농장주 등 다양한 형태의 기부자가 피딩 아메리카의 무료 급식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넉넉한 음식 공급과 더불어 신선한 채소와 과일도 제공받게 되면서 무료 급식 수혜자의 만족도가 급상승했다. 음식물 쓰레기 감소 효과도 따라왔다.



 피딩 아메리카는 사고의 범위를 넓히는 데서 혁신적 아이디어를 찾았다. 어떻게 하면 기존 식품업체가 더 많이 기부하도록 할까를 고민하기보다 여러 경로로 버려지는 음식과 이에 접근할 방법을 찾은 것이다. 비단 구호단체만이 아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까’라는 질문에 해답을 찾긴 쉽지 않다. 대신 ‘어떻게 하면 사람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동시킬까’라는 물음으로 질문을 넓혀보자. 혁신적 아이디어는 질문을 바꾸는 데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최인혁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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