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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좋아하는 교황, 퍼레이드 중 열 번 멈춰 축복

중앙일보 2014.08.16 01:50 종합 6면 지면보기
방한 이틀째인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전·세종·당진 등 충청지역을 방문해 첫 공식미사를 집전하고 아시아 청년들을 만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제단으로 이동하던 교황이 한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전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KTX 탄 교황 "고속철은 처음이다"
축하공연 조수미 "사흘간 잠 못자"
서울 돌아와 서강대 깜짝 방문도













 



“비바 파파(Viva Papa·교황 만세)!”



 15일 오전 10시16분 대전월드컵경기장이 떠나갈 듯 함성이 울렸다.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러 프란치스코 교황이 경기장 안에 들어선 순간 기다리던 5만여 가톨릭 신도가 일제히 외친 함성이었다.



 신도들은 이날 오전 4시부터 속속 경기장에 도착했다. 천주교 대전교구가 각 지역 교구에 연락해 사전에 신청을 받아 뽑은 5만여 명이었다. 오전 7시20분쯤 지체장애 1급 동생을 휠체어에 태우고 도착한 조용성(52·대전시 송촌동)씨는 “항상 낮은 이들을 향하는 교황을 동생이 꼭 만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6·25에 참전했었다는 이원국(84·충남 아산시)씨는 “교황이 한반도에 평화를 전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대전의 여중생 이주영(15)·남기현(15)·이다윤(16)양은 “할아버지 같은 교황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한숨도 못 잤다”며 “세월호 사고로 안타깝게 희생된 언니·오빠들을 교황 할아버지가 어루만지고 달래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전 8시 입장을 마치고 참석자들은 일제히 묵주기도를 했다. 가수 인순이와 성악가 조수미의 공연이 이어졌다. 인순이는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바치는 ‘거위의 꿈’ 등을, 조수미는 바흐·구노의 ‘아베 마리아’ 등을 불렀다. 아베 마리아는 구노가 조선에서 순교한 프랑스 선교사 친구를 기리며 만든 곡이다. 인순이와 조수미는 나중에 미사 때 합창단과 함께 노래했다. 조수미는 “교황을 만난다는 생각에 사흘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다”며 “앞에서 노래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인순이와 조수미가 공연하는 동안 교황은 서울역에서 비상시에 대비해 미리 두 칸을 전세 냈던 KTX를 타고 대전으로 갔다. 당초 헬기를 이용할 예정이었으나 구름이 짙어 안전을 고려해 KTX로 바꿨다. 교황청은 추후 브리핑에서 “교황께서 고속전철을 처음 탔다고 좋아하셨다”고 전했다.



 바뀐 이동수단 때문에 대전역에서는 갑자기 교황을 보게 된 시민들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느라 작은 소란이 벌어졌다.



 대전역에서 내린 교황은 기다리던 1600㏄ 승용차 ‘쏘울’에 올랐다. 전날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한 뒤 청와대로 이동할 때 탔던 것과 같은 차종이었다.



 월드컵경기장 부근에 도착해서는 기아자동차의 미니밴 ‘카니발’을 개조한 흰색 퍼레이드용 차량에 올랐다. 천주교 대전교구장인 유흥식 주교, 통역을 맡은 정제천(예수회 한국관구장) 신부와 함께였다. 경기장 밖에서 기다리던 이들이 교황의 모습에 환호성을 질렀다. 시민과 신도들은 태극기와 바티칸기를 흔들며 교황을 환영했다. 몇몇은 어린이들을 들어 교황에게 보였다. 경호원이 아이를 받아 교황 앞에 안아 올리면 교황은 끌어안거나 머리·얼굴을 어루만지고, 때론 머리에 입 맞추며 축복했다. 경기장 안에 들어와서까지 교황은 10명 가까운 아이를 축복했다.



경기장엔 다시 현대자동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를 개조한 퍼레이드카로 바꿔 타고 입장했다. 객석을 메운 참석자들은 “비바 파파”라는 환성과 파도타기로 교황을 환영했다.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 학생들 앞에 다다라 차에서 내렸다. 그러곤 눈물을 보이는 이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 줬다.



 오전 10시48분, 교황은 흰색 제의(祭衣)로 갈아입고 미사를 시작했다. 가슴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뜻의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미사 직전 만난 희생자 가족과 생존 학생들이 준 리본이었다.



 미사 일반 제례는 라틴어로, 강론은 이탈리아어로, 미사 끝 무렵 ‘삼종기도’ 전에 전하는 메시지는 영어로 했다. 삼종기도 메시지에는 “세월호 사건으로 생명을 잃은 모든 이와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성모님께 특별히 의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사를 준비한 천주교 대전교구 측은 “교황이 통상적으로 이탈리아어로 강론한다”며 “세월호 내용이 담긴 삼종기도 메시지를 영어로 한 것은 보다 많은 사람이 직접 육성을 듣고 이해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교황은 또 삼종기도 메시지에서 “대한민국의 해방을 기념하는 광복절을 맞아 이 고상한 나라와 그 국민을 지켜 주시도록 성모 마리아께 간구한다”고 했다.



 미사는 낮 12시20분까지 1시간30여 분 동안 진행됐다. 교황은 다시 쏘울을 타고 경기장을 떠나 오찬 장소인 대전가톨릭대로 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오후 8시 서강대 사제관을 예정에 없이 깜짝 방문해 100여 명의 예수회 한국관구 신부, 수사들과 환담을 나눴다. 서강대는 교황이 속한 수도회인 예수회가 세운 국내 유일의 대학이다.



 ◆싼타페·카니발 개조해 퍼레이드=15일 대전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아자동차의 미니밴 카니발을 개조한 무개차로 퍼레이드를 했다. 경호·보안 때문에 교황은 개조한 싼타페와 카니발을 번갈아 탔다. 현대기아차는 의전용인 쏘울을 포함해 모든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한편 교황이 탄 차량은 ‘SCV1’이란 전용 번호판을 달고 있다. SCV는 ‘바티칸시국(Stato della Citta del Vaticano)’을, 1은 ‘바티칸의 1인자’를 의미한다.



교황수행기자단=고정애 특파원

대전=최종권·신진호 기자



[사진 설명]

1. 방한 이틀째인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전·세종·당진 등 충청지역을 방문해 첫 공식미사를 집전하고 아시아 청년들을 만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제단으로 이동하던 교황이 한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다.

2. 헬기 대신 KTX를 이용해 첫 지방 일정을 시작한 교황이 대전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3.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를 찾은 교황이 기아 카니발을 개조한 무개차를 타고 행사장에 도착하고 있다.

4.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시작 전 문화행사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가수 인순이

5.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시작 전 문화행사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성악가 조수미



[사진 =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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