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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칼럼] '어디서 오셨나요' 는 그만 묻자

중앙일보 2014.08.16 00:10 종합 2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강승한
경희대 국제학과 4학년
최근 11개국 청년들이 다양한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이 인기다. 특히 이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국적 출신의 청년들이 전혀 다른 대화의 모습을 보여 준다는 점이 흥미롭다. 두 가지 장면을 소개한다. 먼저 벨기에·프랑스·독일 대표. 두 번의 세계대전을 치른 국가 출신인 그들은 각국의 차이를 발견하고 서로 놀리기도 하지만 결국은 서로의 강점을 언급하며 대화를 이어 간다. 다음은 중국과 일본 대표. 서로 간의 대화가 유독 적은 두 비정상은 평범한 이슈에도 역사를 언급하며 어색하게 대화를 끝낸다.



 하지만 두 번째 장면과 같이 특정한 주제에 부딪쳐 대화가 끊기는 현상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을 대하는 대화법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상당수는 특정 국적의 외국인과 만나면 민감한 이슈를 놓고 지나치게 외교적인 모습으로 변하곤 한다.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보다 그가 어디서 왔는지를 더욱 중시하는 것이다. 이는 대화에 있어 상대방의 개성보다는 국적에만 치중한다는 얘기다. 결국 두 번째 장면과 같은 소통의 부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대화법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 유럽인들이 보여 주고 있는 대화법의 비밀을 알기 위해 독일 출신의 대학생 친구에게 물어봤다. 나의 질문에 그는 한마디로 유연성이라고 답했다. 그들은 외국인과의 대화에서 한 가지 이슈에 치우치지 않으며 또한 국적으로부터 비롯된 차이를 유머의 주제로 삼아 어색함을 허문다고 한다. 대화 주제 선택의 폭이 좁고, 서로의 차이를 흥미롭게 인식하기보다는 ‘같지 않음’으로 받아들이는 우리와는 다른 면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외국인과의 대화에서 상대방의 국적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사실이 외국인들과의 대화에 족쇄가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오히려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국적으로부터 오는 차이를 즐겁게 받아들인다면 진정으로 마음을 터놓는 대화가 될 수 있다. 이는 새로운 소통의 물꼬를 트는 시발점이기도 하다.



 비정상회담의 또 다른 장면. 개인적인 이유로 하차하는 영국 대표가 메시지를 남겼다. 편견과 오해를 가지지 않고 여러 가지 이슈를 이야기할 수 있다면 국경의 벽을 허물 수 있다는 것. 앞서 언급한 중·일 대표도 세계 남자의 장단점이라는 이슈에서 ‘밥 잘하고 설거지 잘한다는’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고서 어색하지만 옅은 웃음을 지으며 대화를 이어 갔다. 그들도, 우리들도 정상이 아닌 ‘비’정상들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비정상다운 ‘비’격식대화를 시작했으면 한다.



강승한 경희대 국제학과 4학년

일러스트=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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