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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프란치스코] "한반도 점차 하나 될 것 … 이를 위해 기도하겠다"

중앙일보 2014.08.15 01:59 종합 3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후 청와대 대정원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을 마친 뒤 본관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청와대 본관 앞에 서서 기다리던 박근혜 대통령이 우산을 물렸다.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린 14일 오후 3시46분. 본관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승용차에서 우산 없이 내렸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좀 쉬셨습니까”라고 물었다. 교황은 “쉬었고, 이곳에 오게 돼 기쁘게 생각하고 만족합니다”고 답했다. 그렇게 시작돼 공식환영식→면담→선물 교환에 이어 오후 5시19분 두 사람의 연설이 끝날 때까지 박 대통령의 손은 바삐 움직였다.

교황, 청와대서 90분 공식행사
"평화는 단순히 전쟁 없는 것 아니다 평화는 정의의 결과" 남북 화해 촉구



 환영식을 위해 전통복장을 한 의장대를 지나 대정원 사열대의 계단을 오를 때 박 대통령은 교황이 서 있을 곳을 오른손으로 가리켰다. 78세의 고령인 교황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안내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깍듯한 모습은 행사 곳곳에서 포착됐다. 돋보기 안경을 쓴 교황이 면담 전 방명록에 “다채로운 전통이 있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며 이를 전파하는 이 따뜻한 나라의 환대에 감사합니다”고 적을 때는 곁에 서서 글을 모두 쓸 때까지 기다렸다. 연설을 하러 영빈관으로 이동하면서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서로 먼저 탈 것을 권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교황에게 먼저 타라고 제스처를 하자 교황은 “(고향) 아르헨티나에서는 레이디 퍼스트가 원칙”이라고 양보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교황님은 (다른 남자와는) 다르시다”고 재차 권유했고, 결국 교황이 먼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영빈관에서의 연설 땐 먼저 마치고 자리에 앉기 전 교황에게 목례를 했다.



 교황은 청와대 연설에서 평화와 소통을 제시하며 그 방법으로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외교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말했다. 당초 교황이 북한을 향한 메시지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교황은 북한이란 표현을 쓰진 않았다. 대신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며 적극적인 화해를 촉구했다.



 이날 교황은 소통을 말하며 “(한국도) 자연 환경의 책임 있는 관리에 대한 관심사들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언급도 했다. 이명박 정부 때 한국의 천주교가 환경을 파괴한다는 이유로 4대강 사업을 반대했던 걸 고려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교황은 1989년 10월 성 요한 바오로 2세가 방한했을 때 “한국의 미래는 한국민들 가운데 현명하고 덕망 있고 영적으로 깊이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함께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 걸 거론하며 “오늘 저는 한국 가톨릭 공동체가 이 나라의 삶에 온전히 참여하기를 계속 열망하고 있다는 것을 보증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의자에서 몸을 교황 쪽으로 살짝 틀어 앉은 뒤 내내 경청했다. 교황 연설이 끝났을 때는 웃으며 큰 동작으로 박수를 친 뒤 자리에서 일어나 교황을 맞았다. 박 대통령은 먼저 끝낸 연설에선 “저와 우리 국민들은 교황님의 방한이 오랜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한반도에 희망의 통일시대를 열어 가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면담에서 박 대통령이 “ 세월호 침몰 사건 관련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보내고 기도해 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하자 교황은 “ 한반도는 점차 하나가 될 것이므로 이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공항에서 교황이 전세기 ‘셰퍼드 원(Shepherd One 목자 1호기)’을 내려와 영접 나온 사람들에게 인사할 때 박 대통령은 한 걸음 뒤에 서서 교황을 따랐다. 교황의 걸음걸이가 잠시 꼬여 휘청거릴 때는 교황을 부축하려는 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11시간 비행기를 타고 온 교황의 시차적응을 염려했다. 교황이 “시차적응 하는 데 보통 3일이 걸린다”고 답했을 때는 “시차적응 되면 바로 떠나셔야 되겠네요”라고 말하며 웃기도 했다. 공항에서 스페인어 인사로 교황을 맞은 박 대통령은 청와대 면담 때도 “평화는 수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선물”이라고 스페인어로 말했다. 박 대통령이 “희망은 가장 마지막에 잃는 것”이라는 구절을 가장 좋아하는 스페인어 구절로 꼽자 교황은 영어로 “희망은 선물”이라고 화답했다.



글=허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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