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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취임날부터 친서 … 박 대통령의 오고초려

중앙일보 2014.08.15 01:51 종합 8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후 공식 정상면담을 하기 위해 회담장으로 가던 도중 복도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예정에 없던 두 사람의 대화는 5분 이상 이어졌다. [박종근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한 건 ‘삼고초려(三顧草廬)’를 넘어 ‘오고초려(五顧草廬)’라고 할 만큼 공을 들인 박근혜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3월 19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착좌식(성직자가 정식으로 직무에 취임하는 의식)에 정부 대표를 보내 방한을 요청하는 친서를 전달했다. 두 달 뒤인 5월엔 두 번째 친서를 보내 다시 한번 방한을 요청했다.



지난해 10월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장관인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이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도 박 대통령은 “교황청에서 현재 124위의 한국 순교자에 대해 시복(천주교에서 복자 칭호를 주는 것) 결정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방한해 직접 시복식을 해 주신다면 천주교인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요청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12월 한·교황청 수교 50주년 기념 경축미사, 올해 2월 교황청에서 열린 염수정 추기경의 서임식에서도 서한 등을 통해 방한을 요청했다고 한다. 염 추기경은 당시 “교황께서 갑자기 큰소리로 ‘나는 한국을 정말 사랑합니다’고 말해 깜짝 놀랐다”며 “교황께서 정말 한국을 사랑하시는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임인 베네딕토 16세 교황 때도 한국 정부는 교황의 방한을 추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임 교황께서는 아시아 교회를 방문하기 위해 적극 검토해 왔지만 지난해 2월 사임하면서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번에 교황의 방한이 성사된 건 가톨릭 교회의 노력에다 수차례나 친서를 보낸 박 대통령의 역할도 컸다”고 말했다.



 사실 종교가 없다고 알려진 박 대통령은 천주교와 인연이 깊다. 그는 가톨릭계 학교인 성심여중·고와 서강대를 졸업했다. 1965년 성심여중 재학 시절에는 ‘율리아나’라는 세례명까지 받았다. 율리아나는 13세기 이탈리아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평생 약자를 돌봤던 성녀의 이름이다. 대학생 시절에도 동생 근령씨와 함께 성당 미사에 종종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모교인 성심여고를 찾아가 “학교에 다니면서 삶과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 훗날 어렵고 힘든 시절을 이겨 낼 수 있었다”며 천주교 교리를 언급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대학생 시절 어머니인 고(故) 육영수 여사와 함께 미국에서 온 진 시노트 신부 등에게서 영어도 배웠다. 그러나 시노트 신부는 75년 인혁당 사건으로 강제 추방돼 2002년에야 한국에 돌아올 수 있었다. 육 여사는 고(故) 이경재 신부가 경기도 의왕에 만든 한센인 마을인 ‘성 라자로 마을’을 직접 찾기도 했다. 육 여사는 당시 한센인의 손을 덥석 잡고 악수를 하는가 하면, 청와대에 돌아가 직접 편지를 써 보내는 등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고 한다.



글=천권필·허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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