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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는 흑인, 토르는 여신 … 영웅도 진화

중앙일보 2014.08.15 01:00 종합 23면 지면보기
왼쪽부터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마블코믹스 편집장 악셀 알론소
새로운 수퍼히어로 캐릭터 지휘
"한국 웹툰, 소재 다양 독특한 느낌"

최근 미국의 만화책 출판사 ‘마블코믹스’가 선보이는 수퍼히어로들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오는 10월부터는 성조기가 그려진 캡틴 아메리카 방패를 흑인 주인공이 든 모습을 만나게 된다. 천둥의 신 토르의 망치는 여신(女神) 토르가 휘두른다. 지난해에는 ‘미스 마블’이란 새로운 수퍼히로인 캐릭터를 선보였는데, 미국 맨해튼 근처에 사는 파키스탄 출신 16세 소녀로 설정을 했다. 이 모든 변화를 총지휘하는 이가 바로 악셀 알론소(50) 마블코믹스 편집장이다. 그가 13~17일 경기도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일대에서 열리는 제17회 부천국제만화축제를 찾았다. 아직도 창작의 갈증이 남았는지 그는 “소재의 다양성을 위해서”라고 방한 이유를 밝혔다. 그가 14일 오후 ‘이끼’ ‘미생’의 윤태호 작가와 세미나를 하기 앞서 오전에 기자간담회를 했다.



마블코믹스는 만화 아이디어를 ‘모집’하지 않고 ‘발굴’한다. 이 회사가 보유한 작가리스트에 없으면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쉽지 않다. 부천국제만화축제 참석차 방한한 악셀 알론소 마블코믹스 편집장은 “건강한 작가군을 늘려가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고 밝혔다. [사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 한국 만화를 봤나.



 “윤태호 작가 웹툰을 비롯해 김정기 작가의 드로잉 쇼 영상을 찾아봤고 형민우 작가의 ‘프리스트’를 봤다. 우리보다 낫다(better)고 생각한다(웃음). 이번에 한국을 찾은 이유는 좀 더 많은 한국 작가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 위해서다. 특히 웹툰에 관심이 많다. 한국의 창작자들이 어떻게 작업을 하는지도 보고 싶었다.”



 - 왜 웹툰인가.



 “웹툰은 미래 만화의 지표(indicator)다. 물론 하드카피와 디지털 시장은 공존할 거라고 본다. 하지만 만화를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로 소비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마블코믹스가 성장하고 있는 큰 분야가 디지털 코믹스이기도 하다. 만화를 잘 안 읽는 사람들도 다운로드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디지털 환경에서 만화를 구현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아래로 스크롤을 내리는 대신 좌우로 화면이 넘어가는 방식이다. 그걸 ‘인피니트 코믹(Infinite Comics)’이라고 부른다.”



 - 한국 웹툰의 장점은.



 “마블코믹스는 소재의 다양성을 추구한다. 한국 웹툰은 인생의 단면(slice of life)을 담고 있는 만큼 소재가 다양하다. 일러스트 느낌을 주는 그림도 좋다.”



 - 하지만 한국 웹툰에는 수퍼히어로가 없다.



 “물론 마블코믹스는 약 90%가 수퍼히어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10%는 인생의 단면을 다룬 것들이다. 예를 들면 범죄나 전쟁, 로맨스에 관한 것들이다. 곧 영화화되는 ‘옵틱 너브’는 영웅도 안 나오고, 바람피우는 커플, 비싼 임대료 등의 얘기가 나온다. 한국 웹툰이 다뤘던 소시민(small people) 얘기도 통찰력이 곁들여지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 그래서 수퍼히어로도 변화하나.



 “‘현실 얘기를 해라(Reflect the world)’가 우리 철학이다. 만화지만 현실을 얘기해야 하고 현실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진정성이 전달될 수 있다. 독자 중엔 흑인도 있고 여성도 있지 않나. 팬들의 반응은 아주 뜨겁다.”



 - 미래 수퍼히어로의 요건은.



 “이제 독자들은 주로 주인공의 결점과 약점에 매력을 느끼고 끌린다. 나는 헐크를 좋아하는데 헐크처럼 급한 성격(bad temper)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스 마블의 경우 9·11 사태 이후의 세상을 보여주려고 했다. 맨해튼 강 건너에 사는 무슬림 소녀라니. 그곳은 배고픔과 고통이 있는 현실이다. 나 역시 이민자 아들로서 사실 토르보다는 미스 마블에 더 공감한다.”



 알론소 자신이 다국적인 집안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인지 그는 다양성과 현실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스페인계 멕시칸 아버지와 영국계 어머니 밑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기자로 활동하다 수퍼맨·배트맨 등으로 유명한 DC코믹스를 거쳐 2000년 마블코믹스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 부인 애니 알론소와 함께 방한했는데, 애니는 이탈리아에서 나고 자란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는 만화만 읽는 편집자는 절대 고용을 안 한다고 했다. 만화 이외 다양한 장르를 섭렵할 때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좋은 편집인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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