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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놓고 있다가, 손흥민·박은선 다 놓쳤다

중앙일보 2014.08.15 00:54 종합 24면 지면보기
9월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둔 남·녀 축구대표팀의 동반 우승 목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남·녀 대표팀의 간판스타 겸 에이스로 주목받은 손흥민(22·레버쿠젠)과 박은선(28·로시얀카) 없이 대회를 치러야 한다. 선수 선발 및 관리를 담당하는 대한축구협회의 행정력이 또다시 허점을 노출했다.


아시안게임 차출 낙관한 축구협회
소속팀들 반대하자 속수무책
남녀팀 모두 에이스 빠진 채 출전

 축구협회는 1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남·녀 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발표했다. 23세 이하 선수들이 나서는 남자팀과 A대표팀이 나서는 여자팀 모두 공격 구심점인 손흥민과 박은선이 제외됐다. 출전에 문제가 없을 거라던 축구협회의 기대와 달리 두 선수 모두 소속팀의 반대로 대표팀 합류가 무산됐다.



 당초 축구협회는 금메달을 따면 선수에게 병역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을 과신하며 손흥민 합류를 낙관했다. 현실은 달랐다. 소속팀 레버쿠젠이 “정규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함께 소화하는 클럽 사정상 손흥민을 보내줄 수 없다”며 제동을 걸었다. 레버쿠젠이 친선경기 차 방한한 지난달 말 축구협회가 구단 고위 관계자와 연쇄 접촉하며 설득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레버쿠젠은 “국제축구연맹(FIFA) 캘린더에 A매치로 분류되지 않은 아시안게임은 선수 차출에 응할 의무가 없다”며 원칙론을 고수했다.



 손흥민 차출이 불발된 이후에도 축구협회는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이명주(24·알아인)를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로 선발해 손흥민의 대체 카드로 활용하려 했지만, 알아인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소속팀과 사전 조율 없이 선수 발탁을 강행한 게 화근이었다. 축구협회는 최종 엔트리 발표 당일인 14일 오전까지 난상토론을 거듭한 끝에 김승규(24)·김신욱(26·이상 울산)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 박주호(27·마인츠)를 와일드카드로 뽑았다. 이광종(50)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은 “와일드카드로 이명주를 고려했지만, 소속팀에서 차출에 부정적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씁쓸해했다.



 여자 대표팀 또한 ‘공격력의 절반’이라던 박은선의 차출이 무산돼 우승 도전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축구협회는 최근 러시아 클럽 로시얀카로 이적한 박은선에 대해 “계약서에 ‘아시안게임 출전 허용’ 옵션을 포함시켰다”며 선수 선발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로시얀카 구단은 “9월 28일까지 리그 일정을 소화한 뒤 선수를 보내주겠다”고 축구협회에 통보했다. 9월 28일은 여자축구 4강전을 마친 시점으로, 사실상 차출 거부 의사를 밝힌 셈이다. 여자축구 관계자는 “박은선의 이적을 담당한 에이전트가 ‘아시안게임 일정을 착각했다’는 등 황당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축구협회가 계약서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에이전트의 말만 믿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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