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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모병제 도입해야 하나?

중앙일보 2014.08.15 00:40 종합 26면 지면보기


논쟁의 초점 최근 육군 22사단 총기사건과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이 잇따라 일어나며 군 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거센 가운데 모병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단기 징병제로는 우수한 전투요원 확보가 어렵고, 직업의식이 부재한 가운데 가혹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모병제를 찬성하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반면 분단국가인 우리 현실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병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모병제를 할 경우 늘어날 예산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문제부터 과연 모병제로 적정 병사 모집이 가능할 것인지 등을 따져볼 때 시기상조라며 반대하는 입장도 강하다. 모병제를 둘러싼 논란을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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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도 전문전투조직 돼야



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국회 국방위원
지난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의 한 대통령 경선 후보는 공약으로 모병제를 제시했다. 이후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750명 가운데 60% 이상이 모병제 공약을 반대했으며, 찬성은 15.5%에 불과했다. 우리 국민은 모병제가 시기상조라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상황은 장군 출신 국회의원인 필자에게 많은 물음을 던져줬다. 얼마간의 고민 후 나온 해답은 간명했다. 모병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필자는 군에서 40여 년을 복무하며 많은 병사를 만났다. 그들은 우수한 자원이었고 국가 안보의 기둥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일기당천의 뛰어난 전투원이 될 때쯤이면 어김없이 전역하고 만다는 것이다. 현재 군 복무기간은 거듭 줄어 21개월인데 병력을 지휘해 본 입장에서 우수 전투원을 양성하기에는 다소 짧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다시 군 복무기간을 늘릴 수도 없으니 군은 참으로 난처할 것이다.



 경찰은 치안을, 소방관은 인명 구조를 전문으로 하는 전문직이다. 마찬가지로 군은 전투를 업으로 삼는 전문 집단이다. 그러나 타의로 군복을 입고 복무하는 병사들에게 그러한 전문직 종사자로서의 직업의식과 능력은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어떤 직종이든 제 몫을 해내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교육훈련이 필요하다. 사회에서도 직장생활 3년은 해야 겨우 쓸 만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더욱이 군인은 포화가 작렬하는 전장에 투입돼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치열한 교육훈련을 거쳐 전투 프로가 돼야 한다. 그러나 앞서 밝혔듯 복무기간이 짧은 징병제하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군에서 사용하는 장비들도 갈수록 첨단화되고 있어 이를 다루는 병사들이 전문가가 되지 않으면 전투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지상군과 달리 공군과 해군이 간부 중심으로 운영되는 이유도 복잡한 장비를 다루는 업무가 많기 때문이다. 지상군이 운용하는 전술유도무기, 스파이크 미사일 등 미래전에 대비한 지상군의 장비도 해·공군 못지않게 첨단화되고 있다. 아울러 정보 분야 직위는 오랜 경험 축적이 대단히 중요한 자산이다. 군 전체적으로 장기복무 자원이 절실한 실정인 것이다.



 병무청 예측에 따르면 현역 가용 자원도 갈수록 줄어 군은 소규모 인원으로 국가 안보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그마저 전문성이 부족한 단기복무 병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면 군대는 본업인 전투를 수행하는 데 많은 제한을 받는다. 따라서 각개 병사가 전문성을 길러 일기당천의 전투원이 돼야 한다. 결국 스스로 군복을 입은 전문가가 주축이 되는 군대, 모병제가 해답이 되는 것이다.



 물론 당장 모병제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병제는 징병제에 비해 병력 수급이 어렵고 투입 재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때문에 충격완화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먼저 전문성을 요구하는 기술·전문 병과 위주로 모병제를 시행하고 점차 다른 분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징병제에 맞는 옷을 입은 군 구조를 모병제에 맞게 환복하는 작업도 필수다.



 한편 모병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군인 지위 향상도 필요하다. 병사도 간부를 보조하는 존재가 아니라 전문 전투요원으로 대접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국가는 징병제를 이용해 저임금으로 청년들을 안보 일선에 투입해 왔다. 이것이 군인의 지위를 떨어뜨리고 가기 싫은 군대를 만드는 데 일조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정 수준의 모병을 위해서는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모병제 연구도 필요하다. 민·관·군 연구기관들이 합동으로 모병제가 가져올 장단점을 분석하고 군을 재설계할 틀을 짜야 한다. 모병제에 대한 연구는 많았지만 이것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란 전제하에 민·관·군이 합심해 수행한 연구는 없었다. 어차피 부딪칠 파도라면 미리 준비하는 게 낫다. 모병제 확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국회 국방위원





예산 등 현실 생각해야



신인균
(사)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22사단 임 병장의 총기사건, 28사단 윤 일병의 가혹한 죽음, 잇따른 자살 사건 등에 따라 모병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무복무병보다 직업군인이 더 강하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고대 지중해의 패권을 쥐었던 로마의 중장보병이나 현대 세계 패권국인 미국군도 직업군인이다. 직업군인은 오랜 복무기간에 따른 숙련도와 스스로 선택한 직업이라는 책임감이 있다. 또 모병제를 택하는 나라들의 대부분은 나라를 지키는 군인에 대한 예우를 상당히 높게 해줌으로써 투철한 사명감과 명예심을 이끌어 내고 있다.



 만약 우리 군도 모병제가 채택된다면 강력한 군대가 될 것이다. 또 모두가 직업인이기 때문에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도 적을 것이고, 구타 같은 가혹행위는 당연히 근절될 것이다. 그러면 당장이라도 모병제를 시행해야 하나? 현실은 계산하지 않고 이상만 부르짖으면 “YES!”라고 소리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을 대입해 보자. 핵 개발 완성 단계에 이른 북한과 적대적 대치를 하고 있는 우리 군의 상황을 보면 육군의 대폭 감축은 어렵고 최소한 30만 명은 돼야 한다. 기술군의 특성상 해군과 공군, 국방부 직할부대들은 현재 수준을 유지해 줘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약 50만 명의 의무복무병을 35만 명 정도의 모병으로 바꾸어 총 48만 명 정도를 유지해야 한다. 쉽게 말해 연봉 150만원의 의무복무병 50만 명을 연봉 2000만원의 모병 35만 명과 바꾸는 것이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예산을 감당할 수 있는가? 현재 병사들의 인건비는 총 7000억원 정도다. 이를 35만 모병으로 바꾸면 7조원이 된다. 모병의 호봉이 최저임을 가정하더라도 매년 6조3000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또 병력이 줄어들면 장비의 질을 대폭 강화시켜 전력을 유지해야 한다. 현재 계획 중인 국방개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전력투자 예산을 지원해 줘야 한다. 모병제 전환으로 매년 최소 10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데 현재 사회 각 분야에서 봇물 터지듯 요구되는 각종 복지예산을 포기하고 국방예산에 전용해 줄 국민적 합의가 선행될 수 있을 것인가?



 둘째, 예산을 준다 해도 모집이 어렵다. 3억2000만 명 인구의 미국이 142만 명의 병력이고, 1억3000만 명 인구의 일본이 23만 명의 병력이다. 미국은 병력이 모자라 불법 이민자들에게 시민권을 준다는 당근책을 제시해 근근이 채워나가고 있는 실정이고, 일본도 엄청난 광고를 하면서 힘겹게 채우고 있다. 또 이 나라들은 봉급과 복지혜택이 좋을 뿐 아니라 단기복무만 해도 평생 여러 가지 혜택을 받는다. 그런데 인구 5000만 명의 우리나라가 평생직업 보장도 없이 3~5년의 단기복무만을 전제로 48만 명을 모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모병제를 주장하는 분들은 자신 또는 자신의 아들이 20대 나이에 연봉 2000만원의 단기복무를 전제로 입대할 의향이 있을까? 어정쩡한 나이에 제대해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경력 단절 등을 각오할 수 있을까?



 이상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이상을 부르짖는 것은 좋으나 현실을 감안하지 않는 이상은 사회적 혼란만 야기시킨다. 북한의 전쟁 위협이 계속되고 핵 개발까지 성공한 지금 자칫 섣부른 모병제 시도로 인해 지속적인 예산 확보가 안 되며 군 전력이 약화돼 북한에 끌려다니고 미군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질까 우려된다. 보기에는 멋있게 들리는 모병제 논의보다 병사들의 실태를 따뜻한 마음으로 들여다보자. 윤 일병이 복무했던 28사단 포병부대는 국방개혁으로 부대가 폐지될 예정이라는 이유로 40년 넘은 건물을 개·보수 없이 2026년까지 써야 한다. 그런데 그 부대에 배치된 자주포는 앞으로 8년만 더 사용할 것임에도 진지를 리모델링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 병사들은 기계인 자주포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위기의 병영문화를 살리기 위해 군대 곳곳에 만연한 병사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먼저 필요한 때다.



신인균 (사)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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