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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3%의 퇴직연금 수익률 … 100세 시대가 두렵다

중앙일보 2014.08.15 00:35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느끼는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은퇴자나 은퇴 준비자 모두 예상되는 은퇴 필요자금과 실제 준비자금의 차이를 1억5000만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은퇴 후 삶에 대한 준비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어제 기준 금리를 또 0.25%포인트 내렸다. 이런 초(超)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면 은퇴 이후의 삶이 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기 시작한 미국·호주 등은 사적연금의 비중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고령화에 대비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사적연금이지만 공적연금과 같이 노후보장 기능이 있으며, 근로자 고용에 인센티브로 작용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안전망의 하나다. 우리도 기존의 퇴직금 제도를 대체하기 위해 2005년 말 퇴직연금을 도입해 이미 적립액이 90조원에 이르고 있다. 퇴직연금에 대한 세액공제가 확대되면 그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내 퇴직연금의 실태가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란 점이다. 특히 은퇴자들이 미래에 받을 최종 수급액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수익률이 낮아도 너무 낮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금융회사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연 3%대에 머물렀다. 여기에 자금운용을 위해 금융회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빼고 나면 실질 수익률은 연 1~2%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물가상승률 1.3%도 감안해야 한다. 아무리 저금리 상황이라 해도 은행의 정기예금이나 국채 수익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퇴직연금의 대체재라 할 수 있는 국민연금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 4.2%와 비교해도 상당히 저조하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국내 퇴직연금이 지나치게 안전 위주로 운용되고 있다. 퇴직 시 수령하게 될 수급액을 사전에 확정한 ‘확정급여(DB)형’이 전체 퇴직연금의 70%가량을 차지한다. 그 결과 퇴직연금 운용 방식도 매우 보수적이어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원리금 보장상품에 90% 이상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안전한 운용과 원금 보장에만 치우치는 건 적절한 고령화 시대 대비책이라 보긴 어렵다. 퇴직연금은 노후 보장을 위한 것인 만큼 어느 정도 적정한 수익률이 나와야 한다. 전반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제도적인 문제점도 있다. 현재 정부가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용규제를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적립금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 이러한 규제는 이른 시일 내에 개선해 풀어줄 것은 풀어야 한다.



 금융회사들 역시 문제가 없는지 스스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사적연금을 운용하는 은행·보험·증권 등 각종 금융회사들이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엄청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자사 퇴직연금상품 판매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물불을 안 가릴 정도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금융업체들 간 판매 경쟁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판매 이후의 관리와 운용이 훨씬 중요하다. 연금상품의 운용성과에 따라 자신의 노후생활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과연 금융업체들이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 연금상품은 수익자가 1~2년 동안 운용하고 중단하는 상품이 아니라 십수 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을 염두에 두고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상품이다. 금융업체들은 어떻게 원금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효과적인 운용을 통해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의 금융업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부정적이다. 국민의 신뢰도 많이 떨어졌다. 그 배경은 복합적이지만, 무엇보다 고객인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게 주요 원인이다. 금융업이 고객이 맡긴 자금의 수익률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들이 단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상품의 판매 후 관리보다는 판매 자체에만 집중한 것처럼 비춰졌던 것도 문제다. 최근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을 살펴봐도 이런 관행이 이어질 경우 과연 어떻게 국민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우려된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401(k)로 대표되는 미국의 퇴직연금이나, 호주의 퇴직연금인 수퍼애뉴에이션의 성장은 자국의 금융시장을 성장시키고 발전시켰다. 또한 이들은 국민의 안정된 노후생활에 큰 기여를 했으며, 그 결과 금융회사도 성장하는 선순환을 일으켰다. 100세 시대를 맞이해 국내에서도 이러한 선순환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 차원에서도 고령화에 대비하고, 금융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강력한 금융 없이 편안한 노후를 보장한 선진국은 없었다. 우리의 100세 시대도 금융업에 달려 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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