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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광복절 단상, 기업의 뿌리는 분업과 협동이다

중앙일보 2014.08.15 00:29 종합 31면 지면보기
안충영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오늘로 광복절 69주년을 맞는다. 일제 식민지배로부터 정치와 경제주권을 회복한 날이다.



 그러나 곧 이은 민족분단과 상잔으로 우리는 세계 최빈곤 대열에 갇혔다. 당시 미국이 제공하는 식량원조로 우리는 가까스로 기아를 모면했다. 1960년대 초 세계 대다수 신생 독립국가와 후진국들은 대내지향 수입 대체 공업화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은둔국가 한국은 예외적으로 수출 주도 대외지향 정책으로 선회하였다. 그 결과 한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제 대외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바뀌었다.



 경제적 관점에서 광복의 완성은 무엇인가? 한국이 첨단 기술력과 국제적 품격을 갖춘 참된 선진국가로 통일을 이루는 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때 세계 6위의 경제력과 문화를 가졌던 최선진국 아르헨티나는 과잉복지와 과잉노동운동에 발목이 잡혀 중진국으로 추락하였다. 아직도 후진국에서 품격을 갖춘 참된 선진국 진입 사례는 없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초미니 도시국가 형태다. 한국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



 우리나라는 1인당 소득 2만6000달러로 세계은행 기준에 따르면 하위 고소득 국가군에 속한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명실상부한 상위 선진국 진입을 위하여 마지막 다리를 건너야 한다. 현재 우리가 직시하여야 할 점은 우리 경제가 하위 고소득국 함정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90년대 초까지 8%에 있던 잠재성장률이 3%대로 하락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력 증가는 구조적으로 멈추었고, 투자 부진으로 인한 자본스톡 증가율도 하락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 사회가 각종 사회적 갈등의 수렁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계층 간 소득,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앙과 지방의 격차와 노사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압축성장 기간 동안 물량 성장과 효율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던 정책기조는 성장·공정·복지·국제기준을 아우르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당면한 참선진국 진입의 도전 과제다.



 도전 극복의 가장 큰 몫을 이제 기업이 담당해야 한다. 기업(corporation)의 어원은 사람의 집합으로 인격화된 기구이며 분업과 협동(cooperation) 정신을 뿌리로 하고 있다. 기업은 경영주의 자유의지에 따라 이윤 창출을 위하여 인력과 자본을 결합하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재화와 용역을 만들어 인간 생활에 편익을 제공하고, 이제는 사회적 책임도 이행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업은 생산요소를 내부에서 만들거나, 외부에서 조달하여야 한다.



 기업 내부거래에는 노사관계도 존재한다. 협동이 아니라 갈등의 노사관계가 지속되면 기업은 소멸한다는 것이 경험 법칙이다.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중간요소를 외부에서 조달할 때 거래가격이 투명하고 공정하면 중소기업의 기술력 향상으로 결국 대기업의 거래비용 자체가 줄어든다. 우리는 지속가능 성장체제를 만들기 위하여 성장 선도 부문과 뒤처진 부문이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 방안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그동안 산업의 불모지에서 세계적 브랜드를 고양했고 다국적화됐다. 그러나 국내 중소기업은 국내 고용의 87%를 제공하고 있지만 기술·인력·자본력에서 크게 뒤처져 있다. 뒤처진 부문을 끌어올리면 우리 경제의 허리를 보강하고 고용의 안전판을 굳히게 된다. 우리 기업들은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우리의 오랜 생활 지혜를 실천해야 한다.



 최선진국의 미래지향 혁신과 중국·인도 등 추격자의 기술 도전을 보노라면 우리나라 대기업은 주력 업종에서 기술 심화, 연관 중소기업과의 협동을 통하여 세계 정상에 도전하고 그 정상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반면 중소기업은 보호의 울타리 속에서 안주가 아니라 글로벌 마인드세트 위에 자구노력으로 성장 사다리를 오르고 대기업과 협동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바로 눈앞에서 넓어지는 중국시장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어깨동무를 하면 상호 이익의 영역이 많이 펼쳐진다.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대기업들이 부품 개발을 위하여 기술과 자금 지원을 협력 중소기업에 제공하고 개발된 부품의 구매사업을 통하여 대기업의 경비 절감과 중소기업에 의한 일자리 창출 및 기술 확산의 사례를 보았다. 상생의 영역은 교과서의 가상적 주제가 아니라 진행형 현실이다. 전통시장에서 소상인들이 단합하여 골목의 투명지붕을 설치하고 청결 등 상가 현대화의 몸부림을 보았고 노부부가 여러 잡곡으로 성인병에 좋은 빵을 제조 판매하는 동네빵집도 목격했다.



 광복절 아침 초등학교 시절 듣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우남 이승만 박사의 육성방송이 협동의 혜안으로 생생히 울려온다.



안충영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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