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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빵떡모자 '주케토', 흰색·진홍색·자주색…이런 의미 있었네

온라인 중앙일보 2014.08.14 20:27
[뉴스1]




흰색 빵떡과 빨간색, 보라색 빵떡들의 만남. 14일 오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세기 계단을 내려와 한국 땅을 밟았을 때 방송국 카메라에 잡힌 모습은 이랬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동그란 흰색 빵떡 모자를 썼다. 교황을 영접하러 나온 염수정 추기경과 여러 사제들의 머리에는 진홍색과 자색의 모자가 얹혀 있었다. 교황과 사제들이 입은 순백의 수단(사제복) 색과 강렬하면서도 화사한 대비를 이뤘다.



이 모자의 이름은 ‘주케토’로 가톨릭 성직자들이 머리에 쓰는 빵떡 모양의 작은 원형 모자다. 주케토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바가지’라는 의미다.



원래는 탁발 수도사들이 사용했다. 천주교 사제는 세속과 절연하고 하느님께 자신을 바친다는 의미로 삭발을 했었다. 특히 머리 가운데 부분을 동그랗게 밀었다. 바람 불면 춥고, 햇볕이 비추면 뜨거웠다. 추위와 더위로부터 정수리를 보호하려고 쓰기 시작한 것이 바로 주케토의 기원이다. 지극히 실용적인 용도였던 셈이다.



1972년 교황 바오로 6세는 삭발례를 폐지했다. 하지만 이미 사제의 복장으로 자리잡은 주케토 착용은 계속됐다.



주케토의 색은 직책을 나타낸다. 교황은 흰색, 추기경은 진홍색, 주교와 지방 대수도원장은 자주색 주케토를 쓴다.

교황의 흰색은 영광과 결백을 뜻하는 것으로, 신의 대리자임을 상징한다. 추기경의 진홍색은 순교자의 피를 상징한다. 주교의 자색은 통회를 뜻한다.



모양은 모두 동일하다. 8장의 헝겊을 꿰매 만들고, 맨 꼭대기에는 꼭지를 달아 만든다.



이번 교황 방한과 같은 가톨릭의 주요 행사에는 색색의 주케토 향연을 볼 수 있다.



지난 2월 22일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한 신임 추기경들의 서임식 날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은 진홍색 주케토로 가득했다. 세계 각국의 추기경들이 붉은색 주케토를 쓰고 한 자리에 모였다.



추기경 서임식 때 교황은 신임 추기경에게 진홍색 주케토와 비레타(주케토 위에 쓰는 각진 모자)를 씌워주고 반지를 수여한다.



대주교 시절 자색 주케토를 썼던 염 추기경도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진홍색 주케토를 받았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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