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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반인권 사고 군에 크게 실망"

중앙일보 2014.08.14 01:45 종합 1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군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사고를 보면서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부모님들의 마음을 짓밟는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그 이상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반드시 문책"
"윤 일병 사건 처리 완벽했다…육군 법무실장 글 파문
"재수사는 잘못된 여론에 밀린 것" 군 내부 통신망에 반발 글 올려
가혹행위 신고 포상 '군파라치'…"보복 두려워 가능하겠나" 지적도

 박 대통령은 13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긴급 전군 지휘관회의에서 “군 내에 뿌리 깊은 반인권적 적폐의 척결을 위해 범정부적인 근본적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하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특히 “이렇게 긴급 전군 지휘관회의를 열게 된 것은 군 통수권자로서 여러분에게 당부의 말을 하려는 것”이라며 “이순신 장군이 적과의 전투에서 맨 앞 선두에 서서 부하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듯이 여러분들도 그런 지휘관이 되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사회와 단절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회나 서신 교류, 외출, 외박, 휴가제도 등에서 개선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휴대전화 사용에 관해선 “본인들로서는 쓰고 싶을 텐데도 ‘아니다’라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 건전한 능력이 젊은 장병들한테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 대통령이 전군지휘관을 불러모은 건 지난달 16일 청와대 오찬 간담회 이후 한 달도 안 돼서다. 지난 6월 22일 사단 총기 난사사건에 이어 28사단 윤모(20) 일병 구타 사망이 발생하자 직접 나섰다. 회의에는 전군 주요지휘관 145명 외에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 관계자 10여 명도 참가해 사고 재발 방지대책을 논의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17장에 달하는 ‘병영문화 혁신방안’(20가지)을 발표했다.



 우선 군 복무 중인 장병의 기본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훈령으로 운영하던 관련 근거의 격을 높여 ‘군인복무기본법’을 제정키로 했다. 병사 상호 간 간섭이나 지시 등 사적인 제재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는다. ‘군(軍) 파라치’ 도입안도 내놓았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구타나 가혹행위를 목격한 제3자가 신고할 경우 현금을 주거나 휴가를 보내는 포상제도를 도입하고 이들에 대한 불이익과 보복을 막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250여 명인 인권교관을 2000명으로 늘리고, 최전방 일반전초(GOP) 부대 근무 6~8개월간 금지됐던 GOP 병사에 대한 면회제도도 신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사고 때마다 급하게 발표됐던 대책들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 데다 병사가 신고한다면 보복이 두려울텐데 ‘군파라치’ 제도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육군 법무실장 글 논란=육군 법무실장인 김흥석 준장이 윤 일병 사건을 28사단에서 3군사령부로 이관해 재수사하는 것에 반발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실장은 지난 11일 군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여론에 밀려 예하 (28사단) 검찰관의 법적양심에 기초한 판단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초임 검찰관은 탁월한 열정과 법률지식을 바탕으로 폭행, 가혹행위와 사망의 결과에 이르는 과정을 완벽하게 특정해 공소를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중위 신분의 28사단 검찰관은 윤 일병 가해 병사들에게 살인죄 대신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그러나 김 실장은 거듭 ‘잘못된 여론’이란 표현을 쓰며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가 편승해 기름을 붓고 있다”고 했다.



정용수·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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