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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교육 정책, 조급증을 버려야 산다

중앙일보 2014.08.14 00:15 종합 30면 지면보기
강갑생
JTBC 사회 1부장
자율형사립고, 자사고 폐지 논란이 뜨겁다. 서울·경기·광주가 특히 시끄럽다. 불은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붙였다. 이미 재지정 평가를 통과한 14개 자사고에 대해 취임 직후 재평가에 나선 것이다. 객관성 시비가 있을 만한 새 평가지표까지 적용했다. 발표는 안 됐지만 결과는 14개 모두 탈락이었다고 한다. 조 교육감이 지표를 다시 정비해 평가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자사고와 학부모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한술 더 떠 안산 동산고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했다. 교육부가 동의하지 않아 무산됐지만 전격적인 조치였다.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세찬 저항을 뚫고 광주 송원고의 학생선발권을 박탈했다.



 사실 자사고 폐지 논란은 6·4 지방선거에서 13명의 진보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예고됐다. 이들의 공동 공약 중 하나가 자사고 폐지다. 진보교육감들은 자사고를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으로 판단한다. 우수 학생을 독점하고 입시몰입 교육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일반고보다 세 배쯤 되는 학비를 빗대어 ‘귀족학교’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국 고교 가운데 자사고는 3% 정도다. 민족사관고처럼 전국에서 신입생을 뽑는 ‘전국 단위’ 자사고를 빼면 그 수는 더 적다. 문제가 된 학교들은 교육감이 관할하는 ‘일반’ 자사고다. 그런데도 전체의 65%가 넘는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으로 모는 건 너무 과하다는 거다. 최우수 학생이 모이고 학비도 더 비싼 특목고가 진짜 문제란 주장도 나온다. 설립 목적인 특성화 교육보단 명문대학의 인기학과 진학이 우선이란 거다. 실제로 외고의 경우 대학 어문계열 진학자가 30%도 안 된다. 반면 법조계에서 특정 외고 출신들이 상당한 인맥을 형성한 건 새삼 뉴스도 아니다. 특목고 진학을 준비하는 사교육 시장도 늘 호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자사고만 몰아붙이니 억울해할 법도 하다.



 교육 정책은 정말 민감한 문제다. 약간의 변화라도 어린 학생들에게 곧바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사고 폐지 논란만 해도 그렇다. 당장 고입을 앞둔 중 3생들이 자사고 진학 여부를 두고 큰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하나를 바꾸더라도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진보교육감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당선됐다고 해서 자신의 공약이나 정책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여선 곤란하다. 교육 정책에까지 ‘승자 독식’의 원칙을 들이대선 안 된다. 자사고가 진정 문제라면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고 이해 관계자들을 끈기 있게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하나하나 바꿔가는 게 맞다. 또 한 가지, 내 임기 내에 모든 걸 끝내겠다는 조급증을 버렸으면 한다. 4대 강 사업을 보자. 완공 이후에도 효과나 절차를 놓고 여전히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아마도 대통령 임기 안에 공사를 마치려 했던 조급증이 가져온 부작용일 듯싶다. 부디 임기 내에 차근차근 교육 개혁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마음이었으면 한다.



강갑생 JTBC 사회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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