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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돈 8000만원 해운대 재건축 완공하고도 입주 못 하는 까닭

중앙일보 2014.08.14 00:07 경제 5면 지면보기
최영진
부동산 전문기자
부산 해운대 바닷가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높은 언덕에 53층짜리 아파트 21개 동이 우뚝 솟아 있다. 달맞이 고개에 건설된 이 단지는 5층짜리 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것으로 가구수가 2369가구나 되는 대단지이다. 이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전경은 환상적이다. 해운대 백사장을 비롯해 해변의 크고 작은 건물과 부산의 명물 광안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최영진의 부동산 맥짚기

 이런 명당자리의 아파트가 다 완공이 됐는데도 입주도 못하고 비어있다. 전체 가구수 중 대부분이 조합원 것이고 534가구만 일반 분양분이다. 착공 무렵인 2011년12월 분양을 시작했지만 당시 경기가 나빠 8% 정도만 팔리고 나머지는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다. 분양가는 3.3㎡ 당 1300만~1400만원 수준이었다. 공사는 현대건설과 두산건설이 맡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말 입주가 시작돼야 했었지만 조합측과 시공사간의 공사비 협의가 잘 안돼 장기간 입주를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조합·시공사 양측의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문제의 발단은 공사계약 내용이다. 조합측은 확정 지분제로 계약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건설사는 단순 도급제라고 맞선다. 시공사측이 조합에 제출한 사업제안서에는 확정 지분제로 돼 있다. 그러나 현대건설측은 “당시 경기가 나빠 구두로 도급공사로 합의했다”고 말한다.



 확정 지분제는 조합원의 무상 지분만 확정짓고 나머지는 시공사가 다 책임지는 형식이고 도급제는 건축공사만 수행하는 것이다.



 일반 분양분이 잘 팔렸다면 큰 문제가 없었으나 분양 저조로 공사비 회수가 안되자 사단이 벌어졌다. 조합·시공사측은 협상을 수없이 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장기 표류 상태다. 조합측의 내부 갈등이 심해 우선 이 문제가 봉합되지 않는 한 시공사와의 협의 자체가 어렵다.



 이런 가운데 조합원분 아파트가 중개업소에 매물로 나와 있다. 가격은 해변이 보이는 108㎡형의 경우 프리미엄 8000만원이 붙어 4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조망이 안 좋은 곳은 웃돈이 거의 붙지 않았다. 바다쪽 132㎡형은 프리미엄 8000만원을 포함, 총 5억5000만원 가량이다. 이는 추가 분담금과 관련 세금이 제외된 금액이다. 한 중개업소는 “입주가 불투명하고 앞으로 추가 분담금이 얼마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투자조건은 좋지 않다”고 말한다.



 사실 이런 분쟁은 불경기 때 종종 발생한다. 분양이 잘 안돼 건설사의 손실이 커질 것 같으면 각종 트집을 잡는다. 계약서를 철저히 해놓지 않으면 건설사 한테 여지없이 당하게 된다는 얘기다. 여기다가 조합장 등 집행간부가 비리에 연루되면 조합원의 손실은 더 커진다. 조합장 선출과 시공사 선정을 잘 못하면 해운대 아파트 꼴 당한다는 점 잊어서는 안된다.



최영진 부동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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