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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당동 주민들이 이웃 위해 마련한 즐거운 시간

중앙일보 2014.08.14 00:02 6면
저녁산책음악회 회원들이 공연 준비 회의를 하고 있다.



매달 '저녁산책음악회' 열어

지난달 19일 열린 음악회 모습.
지난 5월 천안시 불당동에 있는 아파트 게시판마다 작은 게시물 하나가 붙었다. ‘불당마을 ○○○○ 음악회’ 개최 알림과 함께 불당초 앞 야외음악당에서 5월 31일 첫 음악회를 시작으로 10월까지 매달 한 차례 열리는 음악회의 이름을 지어달라는 내용이었다. 첫 음악회가 끝나고 선정된 이름이 ‘저녁산책음악회’다. 음악회는 6월과 7월 2, 3회를 거치면서 다양한 출연진과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푸근한 행사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 음악회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음악회를 기획한 사람은 누구일까? 첫 음악회를 보며 궁금증이 커질 때쯤 관공서나 이익단체의 도움 없이 자신들의 힘으로 열기 위해 프로그램 섭외부터 팸플릿 제작과 홍보까지 발로 뛰며 준비한 네 명의 열혈 불당 주민을 만날 수 있었다. SJ라는 광고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서경(49)씨, 공연기획사 세라핌 대표이자 천안생활음악협회 지부장 육수희(42)씨, 나사렛대 외래교수로 ‘기타 타고 소풍가기 공연’ 기획자 이종찬(42)씨, 전직 중학교 교장 한성희(68)씨가 주인공들이다.



 “저희 네 명 모두가 불당동 주민이에요. 그러다 보니 불당초 앞 야외공연장을 지날 때마다 저녁이면 실개천을 끼고 운동이나 산책 나온 주민들로 연일 북적대는 곳에서 ‘아이와 어른까지 모든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우리 동네 음악회를 개최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서로 나눈 끝에 한 달간 음악회를 준비했죠.”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은 매달 열리는 음악회 준비를 위해 매주 금요일이면 출근 전 오전 8시30분부터 9시까지 이서경씨 사무실에 모여 프로그램 선정과 행사 운영에 대해 열띤 토의를 벌인다.



 이서경씨는 “음악회가 거듭될수록 공연장을 찾는 주민들의 호응이 높아지는 데다 공연 후 행사장 청소까지 앞장서 도와주는 주민이 갈수록 많아져 매번 신이 나고 즐겁다”고 말했다. 인근 상가 주민들도 나섰다. 공연장 앞 미용실에서는 출연진의 머리 손질을 무료로 해주고 치킨집에서는 매달 치킨 다섯 마리를 후원한다. 매달 자비를 들여 100만원에 이르는 공연 장비를 빌리고, 무료 공연을 하는 봉사자들에게 차비를 주고, 아파트 단지를 다니며 홍보하는 일도 모두 이들의 몫이다.



 실제로 이들의 이런 호흡 덕분일까? ‘거위의 꿈’이란 주제로 열린 7월 음악회에는 장마로 큰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주민 200여 명과 구본영 천안시장까지 참여해 두 시간 동안 박수와 웃음이 끊이지 않는 뜨거운 호응 속에 개최됐다.



 특히 이날 음악회에서는 50년 만에 이룬 ‘거위의 꿈’이 주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줬다. 주민이자 구 시장의 중학교 동창으로 학창 시절부터 50년간 가수의 꿈을 이루려고 노력해 온 김영길(63)씨의 사연이 소개된 것이다. 이웃 주민들의 뜨거운 박수 속에 그가 무대에 오르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꿈을 이뤘다는 그는 프로 못지않은 노래 실력을 보여줬고, 주민들은 꽃다발 선물로 격려했다. 당진에서 달려와 출연한 나니푸아의 훌라후프와 외국 유학 중 잠시 귀국해 오페라에 출연 중인 테너 장민제(39)씨, 코러스가든 여성합창단 공연 등 다양하게 펼쳐졌다. 음악회 내내 열띤 환호와 호응을 보내며 자리를 지킨 미국인 케빈 로스콥(42)은 “아내와 함께 리허설부터 줄곧 음악회를 즐겼다”며 “출연진 모두 재능이 뛰어난 수준 높은 음악회여서 인상적이었다”며 “이런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음악회를 즐길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달 음악회는 오는 23일 오후 8시 주민들을 찾아간다.



문의 010-6369-9125



글=신영현 객원기자 young0828@hanmail.net



사진=채원상 기자, 저녁산책음악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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