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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마·드: 농부 마음 드림] (19) 장수(長壽)를 바라는 전통 음식 ‘무량수’

온라인 중앙일보 2014.08.13 14:01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중앙일보는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도움을 받아 전국에서 착한 생산자들의 특산물을 발굴해 연재한다. 특산물 하나 하나에 얽혀있는 역사적 기록과 사연들, 그리고 그걸 생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무량수(無量壽). 헤아릴 수 없는 오랜 수명이란 뜻이다. 불교에선 극락세계에 머물면서 법(法)을 설하는 아미타불과 그 백성의 수명이 끝이 없음을 의미한다.



경북 영주시 안정면 남녘마을 만포농산(대표 황윤미, 63세)에도 무량수가 있다.



한국 전통 장(醬)과 밑반찬을 만드는 곳이다. “이곳 영주에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완벽한 목조 건물인 부석사 무량수전(無量壽殿)이 있어요. 거기서 차용해 이름을 지었지요. 우리 제품을 드시는 고객들이 장수(長壽)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황대표의 말이다.



그는 50세부터 전통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서울의 큰 언론사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와 광고부장으로 일하다 93년 말에 퇴직해 남편의 고향인 영주로 내려왔다. 처음엔 사과 과수원을 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해마다 적자가 났다. 그래도 버텼다. 시골에서의 삶에 적응하면서 직접 담근 고추장을 조금씩 친지들에게 선물했다. 반응이 뜨거웠다. "사과는 어디서든 살 수 있지만 네가 담근 고추장은 처음 맛본다. 차라리 그걸 팔아라“고 아우성이었다.



2000년에 남녘마을의 폐교를 임대했다. 장맛은 뚝배기에서 나온다고, 하나씩 항아리를 사 모았다. 이젠 2천개가 넘는다. 장독대 인근과 마당에는 소나무를 심었다. 소나무의 송화가루가 장이 숙성되는데 좋기 때문이다. 입소문을 타고 매출이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황 대표는 만포농산에 구미 인동 장씨 문중(門中)의 정자와 안동 권씨 문중의 한옥을 복원해 세웠다. “전통 장을 담그는데 기왕지사 옛 한옥에서 담그면 더 낫지 않겠어요? 지어놓고 보니 정말 멋지데요. 어떤 직원은 출근할 때 입장료를 내야 할 것 같다는 농담을 하네요.”



만포농산의 음식은 슬로우 푸드(slow food)다. 100% 국산 원료를 사용해 전통방식으로 만든다. 고추장을 빚는데 100일이 넘게 걸린다. 봉화, 영양 등 경북 북부지역에서 재배한 홍고추를 구매해 씻은 뒤 유리온실에서 건조한다. 그걸 곱게 빻아 고춧가루로 만든다. 엿물은 만포농산 인근에서 재배한 찹쌀을 가마솥에 넣고 엿기름을 부어 은근한 불에 고아 만든다. 식힌 엿물에 고춧가루, 소금, 메줏가루를 섞어 고추장을 만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고추장을 항아리에 담아 2개월간 숙성시킨 뒤 판매용 용기에 옮겨 담고 다시 1개월간 저온 냉장고에서 숙성시킨다. 그래야 비로소 상품이 된다. 전통 고추장은 공기와 접촉을 하면 부글거리기 때문에 반드시 저온 숙성시켜야 한다.



“예전에 할머니 한 분이 전화를 했어요. 고추장 뚜껑을 여니까 ‘펑’하고 고추장이 튀어 오르더라는 거예요. 한 여름에 택배로 도착한 고추장을 경비실에 오래 맡겨뒀다가 열기가 식기 전에 여니까 그런 일이 생긴 거죠. 한데 할머니가 화를 내기는커녕 오랜만에 전통 고추장을 만나게 됐다며

좋아하셨어요.” 황 대표가 소개한 일화다. 만포농산은 소고기를 넣은 볶음 고추장도 만든다. 기름기가 적은 한우의 살코기를 곱게 갈아 마늘, 생강, 참기름, 후추 등 양념과 버무려 볶는다. 거기다 볶아 놓은 고추장을 부어 함께 볶으면 무량수표 볶음 고추장이 완성된다.



영주 특산물 ‘부석태’로 담근 된장과 간장



된장과 간장도 전통 방식으로 만든다. 가장 중요한 원료인 콩은 영주지역에서만 나오는 ‘부석태’다. 국내 콩 품종 중 콩알의 크기가 가장 굵어 100알의 무게가 40g이다. 일반 콩은 25g 내외다. 장(醬)으로 만들면 구수함과 부드러운 맛이 진하다.



부석태를 가마솥에 삶은 뒤 한 김 빼고, 으깨서 틀에 넣고 고루 밟아 메주로 만든다. 하루 저녁 놔두면 겉이 단단하게 굳어진다. 이걸 볏짚으로 묶어 한 달 정도 달아 놓으면 볏짚에 있는 곰팡이가 메주에 퍼지며 마르게 된다. “메주를 7~8단 정도 볏짚에 켜켜이 쌓아 덮으면 곰팡이가 메주 깊숙이 퍼져 들어가며 열이 발생해요. 이걸 ‘띄운다’고 표현하는데, 7일 정도면 완전히 뜨게 되죠. 그걸 다시 햇볕에 이틀 정도 말리면 완전한 메주가 만들어지죠.” 황 대표의 말이다.



몇 십 년 전에는 서울에서도 집집마다 건너방이나 골방에 메주를 늘어놓고 띄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요즘은 물론 사라진 옛 얘기다.

완성된 메주는 열흘 전 준비해놓은 소금물에 담그는데 예사 소금이 아니라 간수를 3년간 뺀 전남 신안군의 천일염만을 사용한다. 메주가 담긴 소금물은 50일 정도 지나면 연한 검은색으로 변한다.



이 물을 떠서 숙성시켜 참숯으로 거르면 그게 간장이다. 바닥에 깔려 있는 메주를 으깨 적당한 물기로 치대어 갈무리하면 그건 또 된장이 된다. 된장에 고춧가루와 몇 가지 양념을 넣어 버무리면 쌈장으로 둔갑한다. 장을 담갔던 조상들의 지혜 앞에 절로 숙연해진다.



만포농산의 장 담그는 날은 정해져 있다. 첫 장(醬)은 음력 정월 첫 마일(馬日)인 상오일(上午日)에 담그기 시작한다. 옛 조상들의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참기름과 들기름, 장아찌 등 만포농산에서 나오는 밑반찬도 모두 전통식이다. “화학 첨가제가 들어가지 않았으니 맛이 다소 심심할 수 있어요. 자극은 없지만 건강이 담겨 있습니다. 그동안 대형 유통업체들에서 판매를 제안했지만 다 거절해왔어요. 대량생산을 하면 전통식으로 만들 수도 없고 품질관리도 안 되니까요.” 그런 황 대표에게 “그럼 왜 농마드와는 함께 하려는 거냐?”고 물었다.

“농부의 마음을 드리겠다는 그 취지에 동감해요. 특산물을 생산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함께 전하고, 각자 이름을 걸고 자기 제품에 책임지게 하겠다는 것도 마음에 들어요. 바로 그게 무량수가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조상들의 전통 장을 지켜가는 황 대표는 그렇게 농마드의 가족이 됐다.



박성용 sypark@joongang.co.kr



[사진 설명]



1. 1996년 폐교된 안정남부초교와 장독대

2. 만포농산 황윤미 대표

3. 복원해 세운 안동 권씨 문중의 한옥

4. 영주 출신 서예가 전창규씨가 쓴 ‘무량수’

5. 전통방식의 가마솥들

6. 홍고추를 건조하는 유리온실



위 상품에 대한 구매 정보는 농부마음드림 : 농마드 사이트 (www.nongmard.com) 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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