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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따뜻한 웃음 주던 로빈 윌리엄스

중앙일보 2014.08.13 02:30 종합 23면 지면보기
지난 2006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 기조연설에 초대된 로빈 윌리엄스의 모습. [로이터=뉴스1]


로빈 윌리엄스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트위터에 딸 젤다의 생일을 축하하며 “젤다 윌리엄스. 오늘 25살이 됐지만 항상 나한테는 꼬마 숙녀구나. 생일 축하한다. 사랑한다”라는 글과 함께 과거 흑백 사진을 게재했다. 그의 마지막 SNS 게시물이다.
다재다능한 연기로 웃음은 물론 가슴 뭉클한 감동까지 전해준 미국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63세.

죽은 시인의 사회서 "매 순간을 즐기라"던 키팅 선생 떠나다
과거 약물 중독, 최근 심한 우울증
오바마 등 전 세계서 애도 물결



 캘리포니아주 마린 카운티 경찰은 윌리엄스가 11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북쪽 티뷰론의 자택에서 숨졌다고 발표했다. 사인은 질식사이자 자살로 알려졌다.



윌리엄스의 대변인에 따르면 그는 최근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1970~80년대 마약·약물 중독을 겪은 윌리엄스는 2000년대 중반에도 다시 알코올 중독으로 재활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스크린과 TV에서는 가슴 따뜻한 웃음을 전 세계 관객에게 안겨준 최고의 코미디 배우였다. 51년 시카고에서 태어난 그는 줄리어드 스쿨 연기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TV 시리즈 ‘모크와 민디’(1978~82)에서 별난 외계인 모크 역을 맡아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배역에 따라 목소리까지 자유자재로 바꾸는 장기는 이때부터 유감없이 발휘됐다. 80년대에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활약하는 한편 스크린으로 무대를 넓혔다. 베트남전이 배경인 ‘굿모닝 베트남’(1987, 배리 레빈슨 감독)의 공군 라디오 DJ 역으로 생애 처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라디오 부스에서 신나게 떠드는 모습으로 관객의 혼을 쏙 빼놓은 데 더해 전쟁이 한창이던 현지에 반전의 메시지를 퍼뜨리는 감동적 연기를 선보였다.



 이후 코미디와 드라마를 자유자재로 오간 그는 ‘죽은 시인의 사회’(1989, 피터 위어 감독)에선 엄격하고 권위적인 명문 고교에서 학생들에게 자유와 낭만의 정신을 가르치는 키팅 선생을 연기해 깊은 인상을 남겼고,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 ‘피셔 킹’(1991, 테리 길리엄 감독)에서는 성배를 찾아 헤매는 노숙자 페리로 등장했다. 두 영화 모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램프의 요정 지니로 현란한 목소리 연기를 보여준 애니메이션 ‘알라딘’(1992, 론 클레멘츠·존 머스커 감독), 피터팬으로 등장한 ‘후크’(1991,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등 여러 가족용 판타지에 주연을 맡아 폭넓은 세대의 관객들로부터 고른 사랑을 받았다.



이혼남이 헤어진 자식들을 보기 위해 할머니로 분장하고 보모 행세를 하는 코미디 ‘미세스 다웃파이어’(1993,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도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번번이 후보에 그친 그에게 아카데미 트로피(남우조연상)를 안긴 작품은 ‘굿 윌 헌팅’(1997, 구스 반 산트 감독). 지적 능력이 탁월한 젊은이들에게 인생의 참 의미를 깨우쳐주는 심리학 교수 숀 역을 맡아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 못지않은 감동을 안겼다. 2000년대 들어선 ‘스토커’(2002, 마크 로마넥 감독) ‘인썸니아’(2002,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등 스릴러의 섬뜩한 악역을 맡아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에도 지난 4월까지 TV 시트콤 ‘크레이지 원스’에 출연했고,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를 비롯한 영화 세 편이 개봉 대기 중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는 웃음과 눈물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우리에게 외계인으로 나타나, 끝내 인간 정신의 모든 요소를 일깨웠다”고 애도했다. 부인 수전 슈나이더는 “그의 죽음이 아니라 그가 남긴 웃음과 기쁨의 순간을 기억해달라”고 밝혔다. 윌리엄스는 앞서 두 차례 결혼에서 딸 하나와 아들 둘을 뒀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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