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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 충돌해도…? 중국, 미국이 주도하는 림팩 참여

중앙일보 2014.08.13 01:29 종합 5면 지면보기



대한민국 외교 길을 묻다 <중> 유연한 미·중·일
국익 따라 움직이는 주변국들
영토·역사 문제로 대립하는 중·일
11월 정상회담 위해 물밑서 접촉
"신뢰라는 원칙에 갇힌 한국외교 적과도 손잡는 유연함 필요해"







지난달 28일 중국은 마이크로소프트(MS)를 반독점 혐의로 기습 조사했다. 두 달 전 미국이 해킹 혐의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군인 5명을 기소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였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사이버 보안 문제를 거론하며 날을 세웠다.



 반면 중국은 올해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 합동군사훈련 림팩(RIMPAC)에 참여했다. 미·중이 군사훈련을 같이한 건 처음이다. 경제 분야에서 미·중의 협력은 더 단단하다. 중국은 1조2600억 달러(약 1293조원)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미·중 경제전략대화는 그 어느 때보다 끈끈했다.



 국제정치학에선 외교를 선택지를 많이 가져야 유리한 게임이라고 가르친다. 강대국들은 이걸 그대로 실천한다. 원수처럼 싸워도 국익이 걸리면 하루아침에 돌변해 악수한다. 적과의 동침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글로벌 이슈와 지역 이슈를 분리한다. 안보와 경제 , 과거사와 현재 상황을 구별한다. 전문가들은 “‘신뢰’라는 한 가지 원칙에만 갇힌 한국 외교가 유연함을 배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중국과 일본 관계만 해도 그렇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동중국해를 놓고 두 나라는 무력충돌까지 불사하고 있다. 지난 2월 동중국해에선 양국 전투기가 30m 앞까지 접근하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았다. 하지만 지난달 시 주석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일본 총리를 만났고, 지난 9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중·일 외교장관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출범한 이래 처음으로 회동했다. 두 나라는 11월 정상회담까지 추진하고 있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일본은 한국이나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며 “한국과의 관계 개선이 힘들다고 판단해 중국과 먼저 관계 개선하면 한국의 전략적 상황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일본도 전략적으로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다. 양국은 서로 감정적으로 대립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선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 무드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은 북한을 제재하기 위한 한·미·일 공조에만 머물지 않고 북한과도 손을 잡고 있다. 아베 내각 특유의 실리 외교다. 북·일은 ARF 회의에서 10년 만에 외교장관회담도 열었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본은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 나름의 전략 공간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근식(정치외교학) 경남대 교수는 “북·일 관계 정상화, 남북 관계 중단, 한·일 관계 최악이라는 세 가지 상황이 결합될 경우 한국은 아주 곤혹스러운 상황에 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실사구시 외교로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는 얘기다. 한 예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나 미사일방어(MD)망 등의 사안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유연하게 대응하라는 것이다.



 서강대 김영수(정치외교학) 교수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한·미·일 공조만 잘 될 경우 북한에 대한 억제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며 “3국 간 정보 공유 등 실익에 대해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유지혜·유성운·정원엽 기자, 베이징·도쿄·워싱턴=최형규·김현기·채병건 특파원, 권정연·차준호 대학생 인턴기자 wisepen@joongang.co.kr



실리 챙기는 미·중·일 외교 장면들



① 미·중 겉으론
4월 베이징에서 만난 양국 국방장관들은 영토분쟁 문제 등을 놓고 서로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정면충돌했다.

속으론 중국이 올해 처음으로 미 해군이 주도하는 림팩에 참가하는 등 양국은 안보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② 미·일 겉으론미국은 일본의 정상국가화 추진을 지지하고, 일본은 미국산 군사장비 도입 등을 통해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속으론 아베 일본 총리는 4월 방일한 오바마 미 대통령 면전에서 야스쿠니 참배 정당성을 주장, 국내 보수층 지지를 꾀했다.



③ 북·일 겉으론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대북 제재를 주도하고, 북한은 미사일 발사 도발을 일삼으며 일본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속으론 북한이 6월 29일 동해상에 미사일을 쐈다. 하지만 이틀 뒤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국장급 협의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④ 중·일 겉으론 일본의 센카쿠열도 국유화 선언 이후 양국은 군사충돌도 불사하겠다고 나서는 등 영토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속으론 9일 미얀마에서 열린 ARF에 참석한 중?일 외교 수장은 한밤중에 비공개로 만나 중?일 정상회담 관련 논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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