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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제2 윤 일병' 막으려면 초급간부 역량 높여야

중앙일보 2014.08.13 00:10 종합 29면 지면보기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고를 계기로 육군 초급간부의 정신상태, 역량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병사들을 관리해야 할 유 하사는 가해자인 이 병장을 ‘형’이라고 불렀고 휴가를 나와 함께 성매매를 했다. 이 병장의 구타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조장하고 가담했다. 유 하사가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국군이라는 집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지난 3월에 발표된 “국방개혁 ‘14-30’”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부사관 증원을 통한 간부인력 증대다. 현 30%인 간부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10만여 명에 이르는 부사관은 2025년에는 15만 명을 상회하게 된다. 유 하사와 같은 부사관이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는 셈인데 간부 숫자만 늘린다고 군 전력이 증강될까?



 육군은 5개년 계획을 만들어 부사관의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유 하사의 사례를 볼 때 실질적 성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단발적인 처방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육군은 1998년 하사·중사·상사로 구성돼 있던 계급체계 위에 원사를 추가했다. 2001년에는 하사관이라는 호칭을 부사관으로 바꾸었다. 2016년부터는 최상위 계급으로 현사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렇게 예산 투자도 없는 간단한 조치로 부사관 질이 향상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일부에서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장기 복무 비율의 확대나 보수 인상은 부사관 자질 향상을 위한 정답이 아니다. 우수하지 않은 요원을 장기복무로 선발하면 두고두고 군대의 짐이 될 수 있다. 지금 적정 수준 이상으로 선발률을 높이면 나중에는 빈자리가 없어 부사관 선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봉급 인상은 국방예산의 가용성이나 다른 신분(계급)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간단한 일이 아니다. 사실 봉급 자체가 부사관들 불만의 본질이 아니다. 지금도 부사관 지원율은 여전히 높고, 예비역 장교가 부사관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부사관들의 불만은 그들의 역할이 애매하다는 데 있다. 군대 내에서 장교와 병 모두로부터 존중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사관의 역할을 ‘장교와 병사 간의 교량’이라고 하는데 이보다 모호한 말이 어디 있는가. 봉급 인상 이전에 중요한 일은 그들에게 명확한 역할을 부여하고, 충분한 권한을 보장함으로써 책임감과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전투 중심’의 부사관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병사들의 개별적 전기(戰技) 숙달은 부사관이, 전술훈련은 장교가 담당하도록 역할을 구분할 수 있다. 화기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부사관이 소총중대의 화기소대장을 담당하고, 역량에 따라 소총소대장도 맡길 수 있다. 대대 단위 병사들의 진급과 보직은 주임원사를 중심으로 한 부사관단에서 결정토록 함으로써 병사들에 대한 부사관의 권위를 확립해줄 수도 있다.



 부사관들이 전담하는 업무에 대해서는 지휘관 이외의 장교들은 개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장교와 부사관 간에 상호 존중하는 기풍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위든 장군이든 부사관들을 하대하지 않도록 언어를 순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병사들도 부사관을 존중하면서 따르게 될 것이다.



 지난 6월 22사단 임모(22) 병장이 총기사건을 일으켰을 때 GOP(일반전초)를 이탈한 소초장(중위)은 사고 전 다른 GOP의 소초장을 맡고 있다가 수류탄 분실로 징계를 받고 사실상 보직 해임된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사관은 물론 병사들을 직접 지휘하고 있는 소위·중위 등 초급장교들도 자긍심·정신상태·역량이 미흡하다는 얘기다.



 육군 소대장의 대부분은 단기복무 장교다. 한 해 임관하는 5000여 명의 육군 소위 중 4500명 정도가 의무복무를 대체하는 학군장교다. 21개월 근무하는 병사들에 비해 7개월 더 근무해야 하기 때문에 우수 대학생들이 지원을 꺼린다. 이들을 자상하게 지도해 주는 지휘관들도 많지 않고, 병사들 앞에서 무시해 버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학군장교의 복무기간을 24개월 이내로 줄여 우수한 학생들이 장교직에 지원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훈련의 대부분은 방학 중에 실시하고, 임관 후에는 1개월 정도 필수교육만 실시한 후 임지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 기간의 공백은 부소대장 및 인접소대장이 담당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초급간부들의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사회도 협조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부사관과 초급장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기업들은 이들의 지휘 경험을 높게 평가해 적극 채용할 필요가 있다.



 초급간부는 집의 기초와 같다. 기초가 허술하면 아무리 좋은 재료로 집을 지어도 결국 무너진다. 초급장교와 부사관의 자질을 높이지 않고서 군대 전체의 전력을 강하게 만들 수는 없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소위 임관식을 대통령이 주재하는 것 아닌가. 윤 일병의 안타까운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육군의 부실한 기초를 보강해야 한다.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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