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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의 빅데이터, 세상을 읽다] 성취가 아니라 등수를 재는 사회

중앙일보 2014.08.12 00:10 종합 28면 지면보기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지난주에 경기도 중등 신임 교감 선생님들의 연수에서 강연을 했습니다. 교육현장에서 숱한 경험을 쌓고 이제 더 큰 책무를 받은 분들을 뵙고, 저 또한 중학생 딸을 둔 학부모로서 부탁과 당부를 함께 전했습니다. 그런데 일정을 끝내고 돌아오며 이렇듯 훌륭한 분들이 교육현장에 많이 계신데 우리는 애들을 키우기가 이다지도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셜 빅데이터를 통해서 보면 영아나 미취학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교육 관련 관심에 ‘정보력’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수위를 차지합니다. 태어나면서 바로 대학 입학을 걱정한다는 말이지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십 수년의 교육이 대학 입학만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듯해 씁쓸한 기분이 듭니다. 어차피 순위를 정해서 가는 대학인데 왜 입시만을 위한 사교육에 모든 사람이 매달리고 있을까요?



 지금 우리의 대학은 정원이 있으니 모두 노력한다 해도 결국 등수에 의해 입학자를 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입시 제도 자체가 학업의 성취를 절대 값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상대적인 등수로 정하는 구도인 만큼, 입시만을 위한 사교육 투자를 늘려봐야 사회 전체로 보면 ‘제로섬’이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제임스 딘의 영화 ‘이유 없는 반항’의 치킨 게임과 같습니다.



 최근 뉴스를 보면 주식투자자 중 20~40대의 비중이 2003년 49%에서 불과 10년 만인 2013년 35.4 %로 줄었다고 합니다. 경제의 허리를 담당해야 할 젊은 세대의 가처분 소득이 계속 줄어드니 주식투자와 같은 것은 사치스러운 일이 되었다는 뜻이지요.



 노래 썸의 가사와 같이 ‘내꺼 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월급의 주요 원인은 교육비와 주거 비용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소득이 늘어 봐야 애들 과외비와 집 대출금 갚고 나면 다시 가난해진다는 말인데, 이렇다 보니 미래를 위한 투자는커녕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도 벅찹니다.



 아이를 낳아 키우기 힘들기에 초저출산국으로 계속 인구가 줄어드는 한국 사회는 2030년 초고령화 사회라는 암울한 미래를 이미 약속받았습니다. 현재를 덧없이 불태워 미래를 사라지게 만드는 이 미련한 치킨 게임을 멈출 수 있다면 좀 더 인간다운 현재의 삶과 불안하지 않은 우리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여기에 따라오는 더 큰 덤은 이제는 말라버린 개천에서 다시 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좀 더 공정하고 건전한 사회라는 것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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