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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내주는 계절 메뉴 느긋하게 즐기는 게 손님 몫

중앙선데이 2014.08.09 02:05 387호 22면 지면보기
1 석쇠 불고기, 사태 편채 샐러드, 해풍 고등어 구이, 성게알 가리비 찜, 단새우회 등 모두 세트메뉴에 나오는 음식들이다.
‘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중국 고사성어다. 주머니 속에 송곳을 담으면 끝이 뾰족하기 때문에 밖으로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이나 존재는 가만히 있더라도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게 되어있다는 뜻이다.

주영욱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 <41> 서울 한남동 한식집 ‘모이’

식당의 경우도 그렇다. 요리사의 실력이 뛰어나고 음식이 맛있는 집은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온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가는 것은 맞지만 그 속도가 느려서야 소용이 없을 수도 있다. 알려지기를 기다리다 지쳐서 쓸쓸히 사라져간 좋은 식당들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서 거의 모든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확산되는 ‘초고속 정보사회’가 되면서 그 시간이 아주 짧아졌다. 덕분에 실력 있는 맛집인데도 잘 알려지지 않아서 문을 닫고야 마는 불상사가 일어날 확률은 많이 줄어들었다. 생긴지 얼마 안 되는 식당이라고 하더라도, 외진 곳에 있어서 잘 눈에 띄지 않더라도 맛이 있다면 소문이 돌고 어느새 사람들이 줄을 선다.

한남동에 ‘모이’라는 한식당이 있다. 큰 길가도 아니고 이면 도로에 있다. 2층이어서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생긴지도 이제 겨우 7-8개월 밖에 안되었다. 그 동네에 사는 미식가 부부에게서 소개를 받았는데 알고 보니 이미 알만한 맛객들에게는 소문이 짜한 곳이었다. 이렇게 외진 곳에 있으면서도 짧은 시간 동안에 유명해진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몇 번 찾아가 보았다.

화려하진 않지만 정성 듬뿍 담긴 밥상
과연, 소문이 날 만한 집이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고 양도 넉넉히 준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식당의 기본 요소를 잘 갖춘 셈이다. 음식이 모두 다 맛깔스럽고 밑반찬을 포함해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화려한 음식들은 아니지만 어느 가정집에 초대받아 갔다가 아주 공들여 차려 내오는 밥상을 받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러니 그 짧은 시간에 이미 다들 인정하고 찾아오는 맛집이 되었겠구나 싶었다.

2, 3 식당 모습. 사진 주영욱
이곳은 김희(39) 사장이 직접 요리를 하면서 운영하고 있다. 원래 광고를 전공하고 마케팅 일을 했던 분이다. 요리와 맛있는 음식을 좋아해서 아예 직접 음식점을 시작한 것이 벌써 10년이 다 되었다. ‘모이’를 개업한 것은 2013년 12월. 특별한 메뉴를 전문으로 하지는 않고 그저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제철에 따라 만들어 낸다. ‘모이’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우연히 짓게 됐다고 했다.

‘모이’에서는 여러 단품 메뉴들이 있기는 하지만 나는 그저 ‘알아서’ 내어주는 세트 메뉴가 더 좋다. 그때 그때 구하는 좋은 재료들을 이용해서 거의 매일 메뉴 구성을 바꾸기 때문에 매번 가더라도 오늘은 또 어떤 요리가 나올까 기대하는 즐거움이 있다. 점심과 저녁에 각각 세트 메뉴가 있는데 저녁 메뉴 같은 경우에는 포스트 잇에 그날의 메뉴 구성을 손으로 써서 손님들에게 알려 준다. 식사를 포함해서 9~10가지의 요리들이 차례로 나오기 때문에 술 한잔 곁들여 가면서 여럿이서 느긋하게 저녁 식사를 즐기기에 딱 좋다.

이곳 음식은 맛이 편안한 것이 특징이다. 마늘이나 고춧가루 같은 것들도 최소한으로 사용해서 맵거나 자극적인 음식이 없다. 재료의 맛을 잘 살려 요리하는 음식들이 대부분이어서 맛이 전체적으로 담백하고 깔끔하다. 김 사장의 어머니가 직접 제주도에서 담가서 올려 보낸다는 된장, 조선 간장의 맛은 깊고 구수하다.

기본에 충실 … 된장·간장, 제주서 담가 공수
성공한 음식점들을 살펴보면 그 비결이 생각보다 거창하거나 복잡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기본을 잘 지키는 것이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정성껏 음식을 만들면 고객들은 반응을 하게 되어 있다. 여기에다가 양까지 푸짐하면 두말할 것도 없다. 빛의 속도로 정보가 날아다니는 세상이니 알려지지 못할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하면 짧은 시간에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모이’는 보여준다. 그런데도 개업하는 음식점 10곳 중에서 9곳이 망한다는 통계가 나오는 것을 보면 기본을 지킨다는 것이 참 힘든 일인 모양이다. 하긴 살아가면서 사람으로서 기본을 지킨다는 것이 참 어려운 것을 보면 남 얘기할 때가 아닌 것 같기는 하다.


**모이: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30-1 전화: 02- 790-7784. 점심 세트 메뉴 3만원, 저녁 세트 메뉴 5만원. 최소 3일 전에는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토요일에는 저녁만하고 일요일에는 쉰다.



주영욱 음식·사진·여행을 좋아하는 문화 유목민. 마음이 담긴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한다. 마케팅 전문가이자 여행전문가. 경영학 박사. 베스트레블 대표. yeongjy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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