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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에 병영생활 감시 맡기는 옴부즈맨 도입하자

중앙선데이 2014.08.10 00:05 387호 4면 지면보기
선임병들의 구타로 사망한 윤 일병의 어머니가 지난 8일 서울 용산 국방부 앞에서 군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추모제에 참석해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한 뒤 참석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군에서의 구타·가혹행위나 총기난사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그동안 병영문화 개선 목소리가 높았다. 그럼에도 오히려 상황이 더 나빠진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이하 신)=그동안의 노력이 완전 공염불은 아니다. 자살자나 구타사망자가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사고의 절대 건수는 줄었지만, 사고의 내용이 더 잔인하게 변했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군 복무기간이 26개월→24개월→21개월로 줄어든 것에 주목해야 한다. 출산율이 낮아져 입영자원이 줄었는데 군복무 기간도 따라서 단축되면서 여러모로 취약하거나 위험한 인원이 군에 입대하게 된 구조적 원인도 있다.

[폭력에 찌든 병영] ‘병영문화 개선’ 전문가 좌담

▶강한석 전 소장(이하 강)=군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했지만 실질적으로 실천계획이 미흡해 병영문화로 정착시키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윤 일병 사건에서 보듯이 시스템적으로 무너졌다. 조직폭력배나 저지를 법한 사건이 군대에서 일어났다.

-군의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강=전적으로 동감한다. 사회환경 변화에 군이 능동적으로 변하지 못한 것이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군도 국민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국민의 지원을 받는 자세가 필요하다. 작전보안이 아닌 것에 대해선 열린 마음으로 군이 부족한 부분을 국민으로부터 채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신=한계가 분명함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민간이 주체가 되는 군 인권·병영문화감시기구가 필요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민간인이 참여하는 옴부즈맨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은폐·축소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민간이 참가할 때 제기되는 부분이 바로 보안이다. 보안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면 된다.
▶강=근본적으로 동의한다. 외부의 힘을 빌린다는 것은 군인으로서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지만 이미 국민의 신뢰를 상당히 잃은 만큼 이러한 제도를 적극 수용해 우리의 실정에 맞게 도입해야 할 것이다.

-심리상담이나 인권교육 등에 외부 전문가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나.
▶강=이미 군에서는 이러한 제도를 도입해서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군의 요구대로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 또 전투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히 민간인들에게 아웃소싱을 주어야 한다. 군은 오로지 전투임무 준비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신=민간위탁의 활성화는 오히려 군의 숨통을 틔워 주는 방법이 되기도 할 것이다. 다만 인건비 예산의 압박이 클 텐데, 이는 취업률 증가라는 국가적 이익이 있기 때문에 합의를 잘 이루어낼 필요가 있다.

-‘훈련은 힘들게, 생활은 자유롭게’ 해야 병영문화가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본다. 이미 육군에서 시행 중인 동기생활관제도는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에는 신참은 내무반에 들어가는 것을 지옥처럼 여겼다. 이등병은 침상 끝에 뻣뻣하게 앉아 있고, 일병은 좀 구부정하게 앉아 있고, 상병은 기대고, 병장은 누워 있는 모습. 이게 전형적인 내무반의 모습이다. 이등병도 병장처럼 편안하게 누워서 TV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강=우리 군대는 훈련이 힘든 군대가 아니라 생활이 힘든 군대다. 특히 과거 잘못된 악습을 군기로 착각하고 이를 생활에서 대물림하는 나쁜 문화가 남아 있다. 이번 기회에 통째로 바꾸겠다는 각오로 국민과 군 모두가 합심하여 바꾸어야 한다. 본인이 사단장 시절에 실시했던 출근과 퇴근 개념의 병영문화 개선노력이 육군에서는 ‘완전 휴식 생활관’이라는 명칭으로 바뀌어 군사령부별 1개 사단씩 시범적으로 실시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8월부터는 군단별 1개 사단씩 한다고 한다. 전군에 이를 확대 시행하면서 문제가 있는 것은 보완했으면 한다.

-군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강=군기는 훈련과 작전 시에 지켜야 하는 것이다. 전시를 위해서라면 오히려 평상시에 악습이 아닌 합리적인 군기를 요구해야 한다. 개인별 1실씩 주어야 하는데 우리의 능력이 안 돼 분대별로 생활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상·하급자 간에 에티켓을 지키도록 강조해야 한다.
▶신=군대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집단이다.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 군기가 필요한 것인데, 그 군기를 마치 복명복창 크게 하고, 빨리빨리 움직이면 군기 잡혀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세계에서 가장 전쟁을 잘하는 미군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과연 ‘빠릿빠릿한 게 군기의 전부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군기의 개념정립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병영 내에서의 폭력행위에 대해서도 사회에서처럼 엄격한 처벌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신=사회에서 폭력을 쓰면 고액의 합의를 하든지, 합의를 하지 않으면 구속된다. 그런데 병영 내에서 폭력을 쓰면 영창을 며칠 가는 것이 전부다. 지금의 신병훈련은 오직 전투기술을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둘 뿐이다. 제식훈련과 사격각개전투 등 기본적인 전투기술만 가르치면 끝이다. 신병 훈련기간을 더 늘려서 최소 일주일간은 병영생활과 인권에 대한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강=군에서는 구타와 가혹행위에 대해선 예외 없이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처벌내용이 약하고 구타나 가혹행위에 대해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조항 등이 현실에 맞게 개정돼야 할 것이다. 훈련소 등에서 병영문화에 조기 적응하기 위한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자대배치 받은 직후가 가장 큰 문제다.
▶신=의무적인 짧은 기간의 정기적 휴가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중대장이 부대를 통솔할 중요한 장치 하나가 사라지게 된다. 중대장이 단 며칠이라도 휴가를 당기고 늦추어서 병사들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무조건적으로 며칠 지나면 휴가 보내줘야 한다면 통제가 안 되는 이상한 집단이 될 수 있다.
▶강=신병교육대나 훈련소에선 훈련이 아무리 힘들어도 죽겠다는 병사는 별로 없다. 그러나 자대에 배치되면 그 순간부터 숨이 꽉 막히고 공황이 발생하며 이때부터 어떻게 남은 군 생활을 보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이때 휴가는 반드시 필요하고 지금도 지휘관에 의해 부대운영 여건에 맞게 대부분 잘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윤 일병 사건처럼 휴가를 신청하지 못하게 한 것은 일차적으로 지휘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군 내 가혹행위의 보고체계 개선방안은.
▶신=은폐나 축소가 발각되었을 때 무시무시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은폐했다가 들키면 사건의 경중에 따라 강등은 물론 강제전역도 시켜야 한다. 연금도 박탈해야 한다. 자진신고 한다고 봐줘서도 안 된다. 어차피 자진신고 하면 봐줄 거니까 힘들게 부대관리를 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군은 사건이 발생하면 지휘관은 자기권한 범위 내에서 사건을 처리하고자 하는 습성이 있다. 이때 판단 기준이 국민의 수준이 아니라 지휘관 수준이라는 것이 문제다. 국민은 이것을 은폐·축소하려 한다고 질책한다. 민간인 대변인제를 도입해 전문적으로 사건내용을 국민에게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의 소원수리 제도는 유명무실하다.
▶강=아직도 소원수리는 지휘관의 지휘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에 국민감시제도가 도입되면 보완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소원수리 후 이에 대한 조치가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신=이것도 옴부즈맨 참여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무분별한 소원수리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소원수리의 진실성을 가리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소규모 독립부대가 특히 사각지대다.
▶강=병사가 있는 곳은 어디나 지휘력이 미치도록 지휘관과 간부들은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이번에야말로 악습을 뿌리 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신=맞다. 그래서 군은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만들었다. 개선이 아니라 혁신이다. 이번에 혁신위원회에서 나올 안을 군은 정말 혁신적으로 열린 마음을 가지고 수용해야 하며, 국가와 사회는 그로 인해 수반되는 예산이나 제도지원 등에 따른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강=군은 무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잘못한 인원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해야 하지만 현재 적과 대치하고 있는 만큼 임무수행에 지장이 없도록 지휘권을 보장하면서 혁신을 추진했으면 한다. 이제 군도 임기응변식으로 현 상황을 극복하려 하지 말고 오히려 군이 부족한 것을 솔직하게 국민에게 설명하고 요구해서 지원받는 자세가 중요하다.

-문민 통제 강화를 위해 국방부 장관을 민간인이 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군정과 군령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제도적인 보완과 단계를 거쳐서 실시하면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전 철저한 준비를 한 후에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그렇게 가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군대의 최고사령관인 합참의장을 놔두고 민간인 신분인 국방부 장관이 마치 최고사령관처럼 군령권을 행사하는 것 같다. 장관은 민간인이 맡아 군정의 최고 책임자가 되어서 군대를 잘 양성하는 데 보탬이 되게 노력해 주어야 한다.


한경환 기자 helmu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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