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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경제정책 안돼 … 번 돈 나누기보다 투자 여건 만들어야”

중앙선데이 2014.08.10 01:15 387호 18면 지면보기
표학길(66·사진)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8일 “내수 부진이 심각하다고 해서 일시적인 경기 부양책을 써 봐야 파티는 오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표 명예교수는 국제통화기금 초빙 교수를 지낸 뒤 2002년부터 10년간 서울대학교 국가경쟁력센터 소장을 지내면서 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연구해 왔다. 다음은 표 명예교수와의 일문일답.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경상수지 흑자가 우려할 수준인가.
“지난해 1분기와 올해 1분기를 비교하면 경상수지 흑자 폭이 50% 증가했다. 정확히 상품수지가 늘어난 만큼 늘어났다.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다. 불황형 흑자의 핵심은 소비 감소보다 투자가 안 된다는 데 있다. 기계·설비 같은 투자뿐 아니라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서 세계 시장에 내놓는데 필요한 중간재·에너지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

-원화 절상 압력이 커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미국 자동차시장이 5% 성장했다. 이 기간 미국에서 도요타는 6.8% 성장했는데 현대·기아차는 3.5% 성장에 그쳤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해외 실적 악화도 환율과 무관치 않다. 현대중공업도 올해 적자규모가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미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돼 투자전망이 낮아지면 관련 기업들도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최경환부총리는 경기 회복 해법으로 내수 진작을 꼽고 있다.
“소비 부진이 투자 저하로 이어진다고 해서 소득을 늘려주자는 것은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방법이다. 배당소득, 임금소득을 나눠갖는 것은 핵심 처방이 못 된다. 경제정책은 포퓰리즘적 발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다시 회복시킬 것이냐가 정책 입안의 중심이 돼야 한다. 한국생산성본부 발표를 보면 2000~2007년 사이 취업시간당 노동생산성이 연평균 3.8% 증가했다. 그런데 2011~13년 사이엔 연평균 -0.2%를 기록했다. 시간당 임금이 적은 게 아니라 너무 높아서 문제라는 얘기다.”

-서비스 분야 등에서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야하지 않나.
“서비스 산업이 제조업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테지만 성장 여지는 있는 분야다. 문제는 서비스 산업도 에너지·의료 같은 주력 분야를 공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공기업에 부채 줄이라고 다그쳐왔다. 투자가 이뤄질 리 없다. 금융업의 경우 돈 있는 대기업은 뛰어들지 못하게 막아놨다. 서비스 산업을 활성화하려면 규제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

-아베의 세 번째 화살처럼,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경제 구조개혁이 필요한데.
“구조개혁을 말하면서 정책은 구조개혁에 반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현금 보유액 많으니 나눠주라는 얘기는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이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정책 입안자들이 자신을 기업의 오너라고 생각하고 ‘지금 투자하고 싶은가,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인가’ 생각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현 정부는 어떤 일을 해야 하나.
“정통적인 경제성장 정책으로 돌아서야 한다. 대기업 중심으로 돼있는 경제구조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투자에 흔쾌히 나설 수 있도록 노사관계 등 제도적으로 도와주는 정책을 써야한다. 내수 진작 효과는 저소득층 소득이 높아질 때 더 크게 나타난다. 투자 늘려 일자리 만드는 게 답이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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