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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FA-18 전투기, 야포 실은 트럭에 레이저유도 폭탄

중앙일보 2014.08.09 02:12 종합 3면 지면보기
7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그는 정치적 부담 탓에 이라크 군사 개입을 꺼려왔다. 하지만 최근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 반군 세력이 급속도로 세력을 확장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이날 제한적 군사 작전 승인을 직접 발표했다. [워싱턴 AP=뉴시스]


미국의 공식적인 군사 개입에 따라 이라크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라크 수니파 반군 ‘이슬람 시리아 이슬람국가(ISIS)’는 시리아 및 이라크 북서부를 장악한 이후 급속도로 세력을 확장해 왔다.

반군이 쿠르드 정부군 공격하자
미, 철군 31개월 만에 군사작전
이라크 북부 주민 수십만명 피란
국내 건설사 20곳 위험지역 철수



 미 국방부는 8일 ISIS가 쿠르드 자치지역의 수도인 아르빌을 방어하는 쿠르드 정부군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 직후 반군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미 공군 소속 FA-18 전투기 2대가 아르빌 인근의 이라크 이동식 야포와 야포를 운반하는 트럭에 레이저 유도 폭탄을 투하했다고 설명했다. 미군 전투기는 걸프 해역에 머무는 니미츠급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함에서 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그동안 이라크 군사 개입을 꺼렸다.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최근의 급속한 정세 변화가 미국의 군사 개입을 이끌어냈다. 영국 가디언은 이라크의 소수파 야지디족이 반군에 의해 몰살 위기에 처하고 반군이 쿠르드 자치정부군인 페쉬메르가와 교전을 거듭하며 아르빌까지 위협한 것이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ISIS는 지난 6일 야지디족이 거주하는 이라크 북서부의 신자르를 점령했다. 이후 이들에게 개종을 강요하며 500여 명을 처형했다. 야지디족 약 13만 명이 도후크·아르빌 등 다른 도시로 피신했지만, 여성과 어린이가 다수를 차지하는 4만여 명은 물과 식량이 없는 산악지대에 고립됐다. 이라크 최대 기독교도 거주지역인 키라코시 등에서도 이라크 반군이 진입해 기독교도들의 피란이 이어졌다. 이처럼 최근 ISIS는 시아파에 대한 항전보다는 기독교 등 이라크 내 소수파 탄압과 학살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반군의 행보는 쿠르드 자치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주에도 ISIS는 페쉬메르가와 교전을 벌인 끝에 모술의 유전을 장악했다. 7일 밤엔 페쉬메르가를 몰아내고 이라크 최대 규모의 모술 댐을 손에 넣었다. 이들이 추가적인 유전 확보를 위해 세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쿠르드족과의 더 큰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결국 미국의 개입은 이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이라크 소수민족의 절박한 호소와 쿠르드족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미국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ISIS에 대한 공습 전날 물과 구호식량을 야지디족 난민에게 전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7일 미국 국민을 보호하고 인명 희생을 막기 위한 선별적 공습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2011년 12월 이라크 철군을 완료한 지 2년7개월 만의 군사 행동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은 그들(ISIS)이 아르빌에 있는 미국 영사관과 바그다드의 미국 대사관 등 이라크 어디에서든지 미국 국민과 시설물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하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습 승인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제3의 이라크전’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미국이 이라크에서 또 다른 전쟁에 말려들도록 하지는 않겠다”며 미군을 다시 파병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공습에 따라 대우·한화건설을 비롯한 국내 건설사 20여 곳도 위험지역에서 철수했다. 현재 이라크에선 40여 개 사업장에서 약 1200명이 체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국내 건설사들에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권고해 반군 장악 지역의 직원들은 바그다드 등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국내 업체들의 피해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국내 건설사들이 이라크에서 올린 수주액만 80억 달러(약 8조3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서울=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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