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속으로] 연필 하나가 깨운 열정 … 학교 221개 세웠네요

중앙일보 2014.08.09 00:46 종합 19면 지면보기
아프리카 가나 볼타 지역에 세워진 ‘약속의 연필’ 100번째 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가나에서는 초등학생의 28%가 가정형편 등으로 졸업 전에 학교를 떠난다. [사진 닉 온켄]


연필 하나로 가슴 뛰는 세계를 만나다

애덤 브라운 지음

이은선 옮김, 북하우스

376쪽, 1만5000원




모든 이야기는 연필 한 자루에서 시작된다. 대학 3학년, 인도로 배낭여행을 떠난 청년은 구걸을 하는 갈색 눈의 소년에게 묻는다. “온 세상을 통틀어 뭐든지 가질 수 있다면 뭘 제일 갖고 싶니?” 소년이 답했다. “연필, 연필이 갖고 싶어요.” 배낭 안에 있는 HB 연필 한 자루를 꺼내 건네자 소년은 다이아몬드라도 받은 것처럼 기뻐했다. 그 순간, 청년은 자신에겐 필기도구에 불과한 연필이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한 소년에게는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유엔이 선정한 ‘2014 올해의 교육기관’에 이름을 올린 ‘약속의 연필(Pencils of Promise)’ 설립자 애덤 브라운의 자전적 에세이다. ‘약속의 연필’은 개발도상국 내 빈곤지역에 초등교육 시설을 세워주는 비영리단체. 2008년 출범해 라오스 산악지대에 있는 파퉁 마을에 첫 학교를 세운 후 불과 5년여 만에 가나와 과테말라 등 전세계에 221개의 학교를 짓고 2만8310명의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렇게 놀라운 결실을 이뤄낸 주인공은 한국 나이로 이제 겨우 서른둘. 이십대 초반에 만난 한 소년과 연필이 자신의 삶을 통째로 바꿔 놓았다고 말한다.



애덤 브라운
 저자는 말하자면 ‘엄친아’다. 풍요롭고 따뜻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 명문대를 졸업했다. 중학생 때부터 훗날 금융업계에 취직해 억만장자가 되겠다는 꿈을 꿨던 그는 대학 졸업 후 유명 컨설팅 그룹에 입사한다. 근사한 아파트와 좋은 차, 아름다운 여인들과 함께하는 파티 등 자신이 원했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었지만 마음은 허전하고 비참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럴까. 대학 시절 세계를 돌며 만났던 가난한 아이들을 떠올리면서 이유를 발견한다. “당첨이 확실한 복권을 들고 인생이라는 추첨장에 태어났다는 죄책감이 느껴졌다.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나보다 운이 나빴던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듯한 심정이었다.”



‘세상을 바꾸는 일’에 인생을 던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지만, 그의 성공담이 특별하게 읽히는 이유는 그 일을 이뤄낸 방식이다. 자신이 소망했던 일을 성취해가는 과정에서 그는 늘 재미를 추구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SNS를 활용해 자신의 뜻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기금 마련을 위한 파티나 가장무도회를 기획했다. 소문이 퍼지면서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모여들었다. 다들 즐거우면서 의미도 있는 무엇인가를 찾는 청년들이었다.



 그는 “청춘의 가장 강력한 장점은 할 수 없는 게 뭔지 알 수 있을 만큼 오래 살아보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학교를 하나 짓는 데 얼마만큼의 돈이 드는지(교실을 하나 짓는 데는 약 1만 달러, 학교를 통째로 짓는 데는 약 2만5000달러가 든다), 누구와 접촉해 어떤 경로로 일을 진행해야 하는지도 전혀 모르면서 무작정 꿈에 뛰어들 수 있었다. 너무 순진해 어떤 일이 이룰 수 없는 범주에 속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오히려 의지와 열망이 생겨났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은 있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그는 “지금이야말로 모험을 감행할 때”라고 부추긴다.



 이제 꿈을 꾸기 시작하는 이에게, 혹은 열정이 뭔지 잊은 지 오래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잘난 척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내용도 많지만, 재치있고 진솔한 문장에 미소를 머금고 읽게 된다. 책의 서두 ‘한국 독자들에게 건네는 글’에서 그는 젊은이들에게 이런 힌트를 던진다. “사소한 결정은 머리로, 큰 결정은 가슴으로 내리면 된다는 것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영희 기자



열정, 현실로 만들려면



- 안전지대가 끝나는 곳에서 자기발견이 시작된다 : 낯선 세상으로 탐험을 떠나야 자신을 규정하는 꼬리표에 연연하지 않고 진짜 본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 번쩍하는 깨달음의 순간을 포착하라 : 지금 이후로 모든 게 달라지겠구나, 하고 느껴지는 순간을 모르는 척 무시하고 지나가면 우리의 인생은 늘 그대로일 것이다.



 - 익숙한 책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쌓아라 : 컴퓨터 앞에서 자판만 두드리다가는 의미있는 만남을 누리지 못한다.



 - 필요성이 아니라 가치관을 판단 근거로 삼아라 : 필요성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가치관은 어떤 경우에도 바뀌지 않는다.



 - 메시지를 전파하고 메아리에 귀를 기울이자 : 자신이 일으킨 메아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중 진솔한 목소리를 증폭시키자.



 - 꿈을 떠올리면서 겁이 나지 않는다면 꿈이 충분히 원대하지 않다는 뜻이다 : 꿈은 크게 꾸고, 그런 다음 날마다 조금씩 차근차근 전진하면 된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