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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035] 2030세대와 '심판론'의 감옥

중앙일보 2014.08.09 00:10 종합 2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류정화
JTBC 정치부 기자
지난 7·30 재·보선 날 전남 순천에서 만난 30대 남성 유권자는 ‘심판론’을 내세웠다.



 “부모님이 찍으라는 당을 찍기 싫어 그동안 투표를 안 했는데, 이번엔 부모님한테도 뭔가 보여 주려고요.”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그의 부모는 선거 때마다 ‘2번’을 찍으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 부모와 야당을 심판하겠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부모님의 논리는 항상 같았다. 보수적인 여당, 지역을 차별하는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거였다. 야당을 찍어도 크게 바뀌는 건 없어 보였고 여당을 찍기는 뭔가 꺼림칙해 투표에는 잘 참여하지 않았다던 그는 이번엔 투표에 참여했다. 야당의 전매특허인 ‘정권심판론’ 대신 되레 야당의 호남 기득권을 심판한 셈이다. 이런 젊은 층의 투표가 광주·전남의 첫 새누리당 의원이라는 이변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위기’를 체감한 야당에선 각종 개조론이 나온다. 그러나 야당이 가장 시급히 바꿔야 할 점은 ‘청년층은 야당 편’이라는 통념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야당은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청년층이 야성(野性)이 강하다” “청년층이 바빠서 투표를 못하니 투표율 높은 노년층이 선거 결과를 좌우한다”는 논리를 선거 패배의 핑계로 삼아 왔다. 이들은 2년 전 총선과 대선에서부터 투표율만 끌어올리면 다 이길 것처럼 자신했다. 결과는 야당의 패배였다.



이번에도 전남 순천, 서울 동작을, 경기 김포 순으로 투표율이 높았지만 죄다 여당이 휩쓸었다. 투표율 상승은 그 지역 유권자들이 선거에 관심이 많다는 뜻일 뿐이다.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이 이긴다’는 속설은 깨졌다.



 물론 청년층에선 여당보단 야당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이들이 더 많을 터다. 새누리당 의원이 직접 조사한 결과에서도 2040세대의 새누리당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도는 20% 초반, 비호감도와 비신뢰도는 70%대 후반을 기록했다.



지난 7·30 재·보선 당일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도 “이번에도 새누리당이 이길 거라며?”라고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이 친구는 세월호 사건에 소극적으로 보이는 여당이 선거에서 이기는 게 싫다고 열을 올렸다. 그러다 야당이 이긴다고 해서 잘 해결될지는 모르겠다면서 곧 허탈해했다. 여당을 심판해야 하는데 야당이 심판론의 과실을 따먹는 것도 못 미덥다는 것이다.



 이제 다음 선거는 2년 후 총선이다. 다음 대선을 1년 앞두고 치러질 선거에선 더욱 ‘심판론’이 판을 칠 것이다. 그때 심판론의 전리품은 누가 가져갈까. 젊은 세대들은 언제까지 ‘심판론’이라는 감옥에 갇힌 포로가 돼야 할까.



류정화 JTBC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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