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윤 일병 체크카드 뺏고 속옷도 찢었다"

중앙일보 2014.08.08 02:31 종합 1면 지면보기
육군 28사단 윤모(20) 일병의 결정적 사망원인은 구타에 의한 뇌진탕(외상성 뇌손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선임병들이 윤 일병의 체크카드를 사실상 빼앗아 사용했다는 진술도 제시됐다.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
가해자들 전면 재수사 요구
"사인은 구타에 의한 뇌진탕"

 군 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7일 기자회견에서 “윤 일병이 이모(26) 병장 등에게 구타를 당하면서 의식을 잃었고 이 때문에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군 인권센터 측은 ▶구타 당하던 윤 일병이 갑자기 물을 달라고 애원한 점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면서 오줌을 지린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임 소장은 “갑작스러운 행동 변화와 언어 장애는 뇌진탕에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강조했다.



 임 소장은 이어 윤 일병의 사망 시점에 오류가 있다고 했다. 그는 “공소사실 등에는 4월 6일 윤 일병이 집단 구타를 당한 뒤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다가 이튿날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며 “그러나 윤 일병은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의학적으로 ‘DOA(Dead on Arrival·도착 당시 사망)’로 불리는 사망 상태였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군 검찰관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가해자들이 심폐소생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살인죄 성립이 어렵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선임병들이 윤 일병의 체크카드인 ‘나라사랑카드’를 빼앗아 썼다고 했다. 나라사랑카드는 PX 같은 군내 복지시설에서 쓰는 결제수단이다. 공범 하모(20) 병장의 진술에 따르면 이 병장은 윤 일병에게 “너 앞으로 잘못하면 카드 쓴다. 맞지?”라고 물은 뒤 윤 일병으로부터 “예”라는 대답을 얻었다. 이날 군 인권센터는 군의 사건 축소·은폐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유족이 핵심 목격자인 김모(20) 일병을 만나고 싶다고 거듭 요청했으나 군은 “김 일병이 천식 때문에 한 시간 이상 조사받기도 힘들다”며 거부했다는 것이다. 임 소장은 “4월 6일 이 병장이 윤 일병의 팬티 등 속옷을 찢고 갈아입히기를 반복하며 5차례 폭행했다”는 공범 이모(22) 상병의 진술도 제시했다. 그는 “가해자들에게 성추행의 여죄와 불법 성매매 혐의가 있는데도 군 검찰관이 공소사실에서 뺐다”며 전면 재수사를 요구했다.



 윤 일병의 사인(死因)에 대해 국방부는 ‘기도 폐색에 의한 질식사’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방부는 이날 “‘기도 폐색 질식사’ 소견을 낸 것은 치료를 담당했던 병원 의사들의 소견과 사건 정황, 부검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부러진 갈비뼈 14개 중 13개, 폐 손상, 가슴 앞쪽의 멍은 심폐소생술에 의해 생긴 것”이라며 “과다 출혈 등에 따른 쇼크사로 볼 만한 소견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국가인권위, 4개 부대 직권조사=국가인권위원회는 7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군대 내 구타나 가혹행위 등 병영 부조리 여부, 보호관심병사 운영·관리의 적절성 여부 등에 대해 직권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조사 대상은 육군 28사단, 22사단을 포함해 최근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한 4개 부대다.



채승기·안효성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