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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안 미치는 6명만의 외딴 세상 '구타의 섬' 으로

중앙일보 2014.08.08 02:30 종합 5면 지면보기
블록으로 쌓은 벽에 슬레이트 지붕, 장판이 깔린 침상….


최근 총기·구타사고 난 22·28사단
부대 해체 앞두고 예산 투입 중단
1970년대 막사서 아직도 침상 생활
"열악한 환경이 스트레스 가중시켜"

 최근 육군 전방부대를 방문했던 해군 장교는 “우리 군대에 아직 이런 시설이 남아 있느냐”고 혀를 찼다. “꼭 6·25전쟁 영화 세트장 같더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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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부대는 지난 6월 임모 병장이 총기난사사건을 일으킨 22사단이었다. 22사단 병사들은 6·25 때 쓰던 무기 10여 종류를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생활관(내무반)에 LCD TV가 설치된 걸 자랑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다른 부대에선 흔한 물품이다.



 육군은 생활관을 침대형으로 바꾸고 건물도 새로 짓고 있다. 샤워시설이나 화장실 역시 개선하고 있다. 에어컨이 설치되고 대형 TV가 걸린 부대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병영 현대화’ 작업은 70.8% 마무리된 상태다. 육군은 지난해부터 병영 현대화를 마친 부대들을 중심으로 일과시간 이외에는 동기들끼리 한방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제도도 확산시키고 있다. 군내 가혹행위나 구타를 줄이겠다는 차원이다.



 하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병력 감축으로 인해 부대 재편이 계획돼 있는 부대들이다. 부대 재편은 해체를 의미한다. 이런 부대엔 몇 년 전부터 시설 보수나 현대화 예산이 투입되지 않았다. 총기난사사건이 난 22사단 후방 부대와 윤 일병 사건이 일어난 28사단이 예산 투입이 중단된 부대다. 오지나 다름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대형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 재편되는 부대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예산을 투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병사들이 1970~80년대 지어진 건물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대를 해체하지 않는 쪽으로 계획이 변경돼 뒤늦게 시설 개선 예산이 투입되더라도 여전히 생활관에선 선임과 후임 병사가 같은 침상에서 어깨를 맞대고 잠을 자야 한다. 1인용 침대를 쓰거나 동기끼리 지내는 생활관에 비해 구타나 가혹행위가 자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군 전문가들은 부대 환경이 열악한 일종의 ‘관심병영’이 이번 사건을 일으킨 요인이 됐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이것이 폭발할 경우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대 여건상 산재해 있는 소규모의 ‘나 홀로 부대’ 역시 가혹행위가 잦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우리 군은 작전이나 경계를 위해 소규모로 부대를 쪼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곳일수록 음성적 구타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선·후임 2명만 근무하던 해안초소나 산꼭대기 부대 등 감시의 끈이 닿지 않는 고립된 곳에서 구타행위가 많았다. 비록 육지에 있지만 후임병들에겐 섬과 같은 곳이다. 윤 일병이 근무하던 의무대 역시 본부 포대에서 220m 떨어진 외딴섬이어서 감시가 미치지 않았다. 군은 이를 고려해 사고 발생 후 의무대를 본부 포대로 옮겼다.



 병력자원의 질적 문제에 대한 고민도 크다. 육군본부 에 따르면 1986년엔 징병 대상자 44만5000명 가운데 51%가 현역으로 입영했던 것에 비해 지난해엔 35만4000명 가운데 91%인 32만2000명이 입영했다. 인사참모부 관계자는 “군 생활에 부적합한 인원들도 들어오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복무 중인 병사 가운데 12.5%인 2만6000여 명이 심리이상 증상을 보이고 있고, 입대 전 범죄를 저지른 경험이 있는 병사도 524명에 달한다. 육군 고위 관계자는 “지휘관들은 전투력도 유지해야 하고 병사들 관리에도 상당한 부담을 안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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