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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감지기 업체, 리모컨으로 센서 조작해 검정 통과

중앙일보 2014.08.08 02:03 종합 6면 지면보기
불꽃감지기 생산업체인 K사가 주요 시설물 200여 곳에 불량 불꽃감지기(사진) 2만여 개를 납품한 사실이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중앙일보 8월 7일자 10면


소방기술원, 현장서 적발했지만
해당 모델만 승인 취소 뒤 넘어가

불꽃감지기는 소방제품 검정기관인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하 기술원)의 ‘개별검정’을 통과해야 판매할 수 있다. 제품 중 일부를 무작위로 골라 실시되는 동작·부동작 시험에서 모두 ‘합격’ 판정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불량 불꽃감지기는 이 검정 과정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었을까. 취재 결과 K사는 2012년 8월 기술원의 검정 과정에서 리모컨 조작을 하다 적발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불꽃감지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원공급기에 리모컨 센서를 몰래 넣은 뒤 동작 시험 때는 적정 전력이 흐르도록 하고 부동작 시험 때는 리모컨으로 전력량을 절반으로 줄여 감지기가 작동하지 않도록 조작한 것이다.



 당시 기술원 담당자는 불꽃감지기가 지나치게 빨리 반응하는 점을 이상하게 여겼다. 그는 K사 측 참관인이 장갑 낀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주머니에서 손을 빼도록 했다. 장갑 속엔 소형 리모컨이 감춰져 있었다. 이날 기술원은 12시간이 넘는 조사를 벌였지만 해당 제품 모델의 승인만 취소하고 넘어갔다. 이에 대해 기술원 측은 “적발 이전에도 그런 조작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며 “당시 기술원에 허용된 최대한의 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K사가 2012년 이전에도 리모컨 조작을 해 온 정황을 포착하고 K사 관계자들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사는 또 검정 때만 우수 제품을 가져가 검정을 통과한 뒤 내부 부품을 바꾸는 속칭 ‘속갈이’를 해 온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기술원 측은 “속갈이를 막기 위해 제품을 아예 열지 못하도록 강제할 경우 소비자들이 AS를 받기 어려워진다”며 대책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허술한 검정 과정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경찰은 K사가 기술원에 제출한 검정신청서 내용과 다른 제품을 개별검정 때 가지고 간 사실을 일부 확인했다. 검정 당시 기술원은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원 측은 “한두 차례 실수가 있을 수는 있지만 철저한 확인과 검정을 해 왔다”고 해명했다.



 우송대 인세진(소방방재학) 교수는 “엄정해야 할 검정에 리모컨 조작이 동원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제조업체가 검정 과정에 끼어들 소지를 완전히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검정 시험장에 업체 관계자가 들어올 수 없게끔 출입을 통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불량 불꽃감지기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기술원의 검정이 크게 엄격해졌다고 한다. 한 방재업체 관계자는 “종전까지만 해도 한두 시간이면 끝나던 검정이 수사가 시작된 뒤로는 반나절을 넘기기도 한다”고 전했다.



채승기·이서준 기자



◆동작·부동작 시험=동작 시험은 불꽃감지기가 작동해야 할 때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부동작 시험은 작동하지 말아야 할 때 작동하지 않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두 시험이 필수적인 이유는 안전성 확보와 함께 불필요한 경고음·화재 통보를 막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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