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면전은 없다 … 빙하기의 '무기 공룡들'

중앙일보 2014.08.08 01:34 종합 16면 지면보기
100년 전인 1914년 8월 제1차 세계대전이 본격화했다. 순식간에 유럽 전역은 불바다가 됐다. 개전 이후 4년 동안 병력 7000만 명이 투입됐다. 1000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1차 대전은 인력과 자원이 총동원된 총력전(Total War)이었다.


[똑똑한 금요일] 탄생 100년 군산복합체의 미래
세계대전 통해 진화해 온 방산업체
미 국방예산 감축으로 생존 위기

 미국 금융 역사가인 존 스틸 고든은 『월스트리트 제국』이란 책에서 “영국과 프랑스는 총력전을 벌이면서 미국에서 전쟁물자를 조달해야 했다”며 “그 결과 좀체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하나 미국에 남았다”고 말했다. 그건 바로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다. 미국의 정치인·관료·학계인사·기업·노동조합 등이 거액의 군사비 지출을 매개로 형성한 이해관계 공동체다. 이때 탄생한 군산복합체는 이후 제2차 세계대전, 냉전, 테러와의 전쟁 등을 거치며 100년 동안 진화했다. 하지만 한 세기에 걸쳐 영광을 누렸던 이들이 지금 기로에 섰다. 도대체 왜.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윌리엄 하텅 미 국제정책센터(CIP) 이사에게 4일 전화를 걸었다. 그는 국방과 무기체계 비평가로 유명하다. 지난주 그는 뉴욕타임스(NYT)에 한국이 차기 전투기로 정한 록히드마틴의 F-35 문제점을 지적한 칼럼을 써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군산복합체의 힘은 요즘에도 여전히 센가.



 “군수업체 수는 냉전시대보다 줄었다. 반면 개별 기업의 덩치는 아주 커졌다. 인수합병(M&A)을 거쳐 산업이 집중화돼서다. ‘무기 공룡’인 록히드마틴과 보잉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 그들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된다고 보나.



 “록히드마틴 하면 사람들은 스텔스 전투기를 만드는 곳 정도로 생각한다. 아니다. 그들은 테러리스트 신문 전문가들을 채용해 미 정부에 파견하고 있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등에선 자체 정보조직을 운용하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미 국세청 전산시스템도 록히드마틴이 제작·관리하고 있다.”



 - 영향력을 유지하는 비법은 무엇일까.



 “1차적인 방법은 로비다. 그들이 2008년 이후 ‘공식적으로’ 쓴 로비자금이 연간 5000만 달러(약 515억원) 이상이다. 의원들에겐 막대한 정치자금을 건넨다. 고위 공직자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각종 외교·국방정책 콘퍼런스를 후원한다. 정치적·경제적·사상적 여론을 조정할 수 있는 힘을 갖추고 있다.”



 - 무기회사들이 요즘 ‘컨설팅’ ‘솔루션’이란 말을 쓰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요즘 군대는 다양한 자원을 조합해 전투를 치른다. 무기회사들이 단순히 비행기나 탱크를 만들어 납품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유동적인 전장 환경에 맞는 종합적인 해결책(솔루션)을 제시한다. 그 솔루션이나 컨설팅엔 분쟁지역의 외교정책도 포함된다.”



 놀라운 변신이다. 애초 군산복합체는 월가 금융자본을 중심으로 한 군수물자 조달 그물망이었다. 그 중심에 있던 회사가 바로 투자은행 JP모건이었다. 하텅은 “1차 대전 당시 JP모건은 미국 내에서 영국·프랑스의 전쟁물자 조달을 독점했다”며 “그들은 막강한 자금력으로 영국·프랑스가 외상으로 군수품을 살 수 있도록 해 주면서 미국 어느 회사에 어떤 군수품 생산을 맡길 것인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 일개 금융회사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전설적 인물이 한 명 있었다. 바로 JP모건 파트너(이사)인 에드워드 스테티너스(1865~1925년)였다. 그는 직원 200여 명을 거느리고 막대한 전쟁 이윤을 미끼로 미 회사들을 군수산업체로 재편했다. ”



 - 다른 전문가들은 군산복합체가 2차 대전의 산물이라고 하더라.



 “스테티너스의 시스템이 2차 대전 때는 국가조직으로 진화했다. ‘전시생산위원회’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관료·경제·기업인 등을 망라한 조직이다. 이곳에서 어떤 물자를 언제 얼마나 생산할지가 결정됐다. 군산복합체가 완성된 셈이다.”



 군산복합체는 2차 대전 이후 한국전과 냉전, 베트남전 등을 거치며 진화했다. 하지만 군축이 본격화한 냉전 이후 군산복합체는 변신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90년대 M&A를 통해 거대화를 꾀했다. 최근에도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 주력 전차인 레오파드 제작사인 클라우스마파이와 프랑스 르클레르 전차를 만드는 넥스터가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이윤을 위해 2차 대전 때 싸운 기억도 접어 두고 몸집을 불리기로 한 것이다.



 - 90년대와 같은 M&A 바람이 부는 건가.



 “M&A 시즌 2가 시작되는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탱크들이 무더기로 파괴되는 전면전이 최근 일어나지 않았다. 수요가 적으니 합병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 미국의 재정난으로 국방비가 깎이고 있다. 시퀘스터(재정지출 일괄 감축)가 군산복합체에 미치는 영향은.



 “ 무기회사들이 두 가지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첫째는 이미 개발했거나 개발 중인 첨단 무기 판매를 위한 계약을 서둘러 맺는 방식이다. 록히드마틴이 개발 중인 F-35 등 첨단 무기를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팔기 위해 맹렬하게 움직인 이유다. 첨단 무기는 지속적인 유지 관리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 이게 무기회사에 안정적인 수익원이다. 둘째는 전차나 비행기 개발보다 사이버 테러와 첨단 정찰 솔루션 개발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시스템은 민간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그만큼 돈 벌 기회가 많을 수 있다.”



 - 한국도 F-35를 사기로 했다(한국은 차세대 전투기로 F-35를 정하고 록히드마틴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알고 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때 추진된 해·공군 통합전투기(F-111) 프로그램이 예산만 쓰고 끝내 실패한 것처럼 F-35 개발도 불안하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30년 동안 추진된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이 여전히 미덥지 못한 것과 비슷하다.”



강남규 기자



윌리엄 하텅  미국 내에서 반전 목소리를 내는 국제정책센터(CIP)의 군사문제 전문가다. 1955년에 태어나 컬럼비아대학을 졸업했다. 무기체계 분석이나 군비 지출의 경제적 의미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그의 책 가운데는 『아빠! 전쟁으로 얼마나 벌어?( How Much are You Making on the War, Daddy? : A Quick and Dirty Guide to War Profiteering in the Bush Administration)』가 있다. 그는 인터뷰 도중 "내 성이 좀 생소할 텐데, 조상이 독일계"라며 "그런데 나는 독일어를 할 줄 모른다"고 말했다.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 정부의 국방비 지출에 깊이 관여하는 군부나 무기회사, 정치인들, 언론, 노동조합 등이 각각의 이익을 위해 서로 제휴해 국방비 지출을 증액하려는 유착 세력. 군산복합체란 말을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한 인물은 비판적인 학자가 아니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었다. 1961년 1월 17일 퇴임 연설에서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