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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기업은 '알짜 벤처' 사냥 열 올리는데 …

중앙일보 2014.08.08 01:21 종합 18면 지면보기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모바일 광고업체 탭조이는 6일 한국의 창업 초기 기업(스타트업) 파이브락스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했다. 인수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브락스는 2010년 9월 KAIST 해커 출신 노정석(38)씨가 세운 회사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로 변신했다. 창업 이후 최근까지 수익을 거의 올리지 못했지만 모바일 데이터 분석 기술력을 인정받아 ‘대박’을 터뜨렸다. 파이브락스를 인수한 탭조이의 스티브 워즈워드 대표는 “양사의 기술이 더해지면 광고 효율을 높일 뿐 아니라 모바일과 관련한 다양한 미래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한국 IT업체 투자 8건
국내 대기업 1건과 대조적
과거 M&A 성과 못 내 주저



 지난 5일에도 미국 온라인 결제대행업체 페이팔의 창업자인 피터 티엘이 자신이 운용하는 사모펀드(PEF)를 통해 한국의 이미지센서 업체 픽셀플러스 지분 3%를 100억원에 사들였다. 픽셀플러스는 디지털카메라 렌즈로 들어오는 빛을 화상으로 바꿔주는 이미지센서를 만드는 벤처기업이다.



 미국 등 해외 정보기술(IT) 기업의 한국 스타트업·벤처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과 투자자본이 국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인 것과 대조된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해외 기업이나 투자자본이 국내 주요 IT 벤처에 투자한 것은 올 들어서만 8건에 이른다. 일본 최대 인터넷 오픈마켓 라쿠텐이 동영상 사이트 ‘비키’를 인수했고, 비트코인 벤처 ‘코인플러그’는 미국 벤처캐피털에서 4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학부모용 모바일 앱을 만든 아이엠스쿨도 유명 투자자인 티모시 드레이퍼의 개인 투자를 끌어냈다. 이 밖에도 이스트몹·넷마블 등에 해외 기업·자본이 투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일본 등 외국 기업의 국내 기업 인수는 41건에 달한다. 금액으로는 2조1000억원에 이른다.



 반면 국내 IT 분야 대기업의 M&A나 투자 실적은 초라하다. 삼성전자의 올해 벤처 인수는 5월에 미국 비디오 관련 앱서비스 개발업체 셀비의 인적자산을 인수한 게 전부다. 지난해에도 인수나 지분 투자가 7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2건을 뺀 나머지는 지분 일부를 협력 차원에서 투자하거나 기술 인력만 영입한 경우다. 미국 이동형 CT 장비 전문업체 뉴로로지카(지난해 1월) 인수, 독일의 소재 전문 벤처기업 노바엘이디 지분 40% 투자(9월) 정도가 투자다운 투자였다. IT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과거 1조원대에 이르는 M&A를 했지만 별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경험 때문인지 말로는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하지만 실제론 굉장히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대표적 IT 기업 구글은 2013년 18건, 올해는 최근까지 20건의 M&A를 했다. 이 중에는 위성업체 스카이박스 이미징,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구글의 미래를 책임질 회사가 적지 않다. 인공지능 개발 업체인 딥마인드도 구글의 품에 안겼다. 고벤처포럼의 고영하 대표는 “기업이 덩치가 커지면 관료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내부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며 “이럴 때는 M&A를 통한 외부로부터의 혁신을 적극적으로 수혈해야만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준호·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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