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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황순원문학상 본심 후보작 ③ 소설 - 윤이형 '루카'

중앙일보 2014.08.08 01:00 종합 22면 지면보기
윤이형 작가는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비관적인 편이라고 했다. 세계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고 불편해서 그는 소설에서 다른 세계를 고안해낸다. 일상의 절박한 필요가 상상력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그는 “앞으론 현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담는 시도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작가 윤이형(38)의 ‘루카’는 만장일치로 본심에 올라온 유일한 작품이다. 적어도 10편을 고르는 예심에서 윤이형의 경쟁자는 윤이형 자신이었다. ‘루카’는 그가 지난 1년간 발표했던 다른 단편 ‘대니’ ‘러브 레플리카’와 끝까지 경합을 벌였다. 4일 만난 작가는 이제야 글 쓰는 재미를 알겠다고 했다.

흔들리기에 사람이다 사랑이란 믿음, 그 끝은 …



 “옛날엔 독자가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달라요. 우선 제가 가장 중요한 독자에요. 절박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그걸 쓰면 즐거워요. 강박에서 벗어났다고 해야 하나.”



 2005년 등단한 작가는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현실의 모순을 장르 문학의 문법을 차용해 SF적 상상력으로 절묘하게 빚어냈다. 지난해 황순원문학상 후보에 오른 ‘굿바이’도 영화 ‘로보캅’처럼 인간의 몸 대신 기계의 몸으로 살아가는 ‘스파이디’의 이야기였다. 윤이형을 읽는다는 건 ‘윤이형 월드’로 점프하는 것이다. 그런데 ‘루카’는 다르다. 적나라한 현실이다.



 “조금 다르게 써보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이었요. 저도 나이가 들었고, 자연스럽게 작고 소소한 사람 이야기가 쓰고 싶더라고요. ‘루카’는 실패한 연애담이에요. 되게 사소하고 웃기고 안됐고 찌질한.”



 소설은 게이이면서 퀴어 인권 운동가인 ‘딸기’가 헤어진 애인 ‘루카’에게 보내는 사랑의 후일담이다. 루카는 동성 연애를 금기시하는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정체성을 들켜 교회에서 반강제로 쫓겨났고, 딸기와 3년 간 동거한다.



 하지만 루카는 자신의 근원이었던 종교를 포기하지 못한다. 둘은 서로 닮아서 연애를 시작하지만, 결국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헤어진다. 딸기는 독백한다. ‘처음에는 나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이제 너에게는 나 말고도 신이, 부서진 부분이 많을지언정 가족이, 어떤 공동체가, 다른 삶이 다시 필요해진 것이었다.’



 “친구든 연인이든 가족이든 가장 가까운 관계지만 사실 많이 다르잖아요. 좋아서 함께 살아도 언젠가 정체성의 벽에 부딪쳐요. 어떤 말도 쉽게 할 수 없는 불편한 지점이 생기는 거죠. 이 소설은 그 침묵의 순간을 건드려 본 거에요.”



 그러니 소설은 말한다. 우리는 영원한 타인이며 서로에 대한 믿음을 지켜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냐고. 윤이형은 이 작품을 쓰면서 내내 ‘믿는다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특히 목사인 루카의 아버지가 아들을 내치고 신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장면은 그 고민이 폭발하는 지점이다.



 “저는 뭐든 전적으로 몸을 던져 믿질 못해요. 회의가 들고 의심이 생겨요. 다들 인간이기 때문에 흔들리는 것 같아요. 믿음이 송두리째 흔들릴 때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예심위원인 백지은 문학평론가는 이 작품의 미덕을 이렇게 간추렸다. “다수의 소수, 소수의 다수, 소수의 소수, 혹은 사랑의 진상, 허상의 사랑 그리고 믿음의 실상을 생각케 하면서도 마침내 우리가 가장 선명하게 마주하게 되는 것은 인생을 통틀어 가장 날카롭고 무거운 관계들과 그것을 감당하는 어둡고 뜨거운 눈물이다.”



글=김효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윤이형=1976년 서울 출생. 2005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소설집 『셋을 위한 왈츠』 『큰 늑대 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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