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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그룹 부회장, 웨이터 … 도전 이어간 '나비 넥타이'

중앙일보 2014.08.08 00:57 종합 23면 지면보기
대기업 부회장에서 식당 웨이터로 변신해 화제를 모았던 서상록(사진) 전 삼미그룹 부회장이 7일 췌장암으로 타계했다. 78세.


영원한 현역 서상록씨

 경북 경산 출신인 서 전 부회장의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2년 미국으로 이민을 가 부동산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가 기반을 잡자 88년 정치에 도전했다. “교민 권익의 대변자 노릇을 하겠다”며 미국 연방 하원의원에 도전한 것. 그러나 세 번의 선거 도전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92년부터는 삼미그룹의 미국 현지법인인 삼미ATLAS의 부회장을 맡으며 삼미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그룹 부회장직을 맡고 있던 97년 3월, 삼미그룹이 부도가 나며 회사를 떠났다. 그런데 몇 개월 뒤, 서 전 부회장은 웨이터 차림으로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롯데호텔의 프랑스 식당 쉔브룬에 견습 웨이터로 채용된 것이다. 입버릇처럼 “멋진 레스토랑에서 일해보고 싶다”던 말이 현실이 됐다.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던 그는 “밑바닥에 서니 희망이 보인다”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웨이터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지인들에게 식당 방문을 부탁하는 편지를 일일이 적어 보낼 정도로 열성적으로 일했다. 당시 그의 월급은 부회장 시절 월급의 10%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정작 본인은 태연했다.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었다.



 4년 3개월간 웨이터로 일한 고인은 2001년 홈페이지 ‘서상록닷컴’을 열어 또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했다. 이후 강연과 저술 활동을 이어가며 자신의 도전과 인생 경험을 나눴다. 고인은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년권익보호당 소속으로 대통령 후보에 출마하기도 했다.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부총장(2004년), 새하늘공원 회장(2007년)을 역임했다. 고인의 강연에는 “열정과 희망이 있으면 결코 늙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늘 들어 있었다. 둘째 아들 장혁씨는 “평생을 열심히, 재미있게 살았던 분이자 언제나 젊었던 분(Forever young)”이라고 회고했다. 유족은 부인 하명자씨와 아들 장연·장혁·장용씨 등이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10일 오전 8시40분이다. 02-3010-2232.  



박미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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